▲ 김한진 KTB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
1월 하순으로 접어드는 국내외 증시는 지난 연말연초의 어수선한 상황에서는 일단 벗어날 전망이다. 먼저 유가가 현재 레벨(1/9 WTI 2월물 기준 배럴당 48달러)에서 더 떨어진다고 해도 반등을 전제로 한 하락이라면 그 위험은 제한적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이제는 유가의 단기 저점이 언제, 몇 달러인가 하는 것보다도 올해 저유가가 가져올 거시경제와 기업에 대한 영향력 더 중요하다고 본다. 다음과 같은 관점에서 유가는 이미 국내증시에 악재에서 호재로 바뀌고 있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첫째 유가와 주가의 관계를 살펴볼 때 곧 주가는 유가와 더불어 반등의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2007년 금융위기 전에는 주가가 유가에 다소 앞서갔지만 최근에는 동행관계를 보이고 있다. 코스피가 유가에 선행한 것은 주가의 경기선행성 때문이다. 하지만 미 금융위기 이후 주가가 유가는 동행관계를 보여 왔다. 이는 두 변수가 공히 실물보다는 환율시장에 더 영향을 받아 왔기 때문이다. 저유가의 긍정적 효과가 증시에 반영되려면 유가가 글로벌 금융불안을 해소해 주는 수준(60불대)까지 회복, 안정되어야 하는데 그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둘째는 유가의 실물경제 영향력이다. 유가하락은 수요(경기)부진의 결과이면서 동시에 그 다음 경기반전을 돕는 촉매역할을 해왔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올 상반기 중 유가가 현재보다 오른 65불 정도를 유지해 준다 해도 이는 최근 12개월 평균(89달러) 및 작년 상반기 평균(101불)대비 30%이상 낮은 수준이다. 생산원가 절감과 가계소비 진작, 경상수지 흑자확대, 순수출 증대를 통한 성장률 제고 등 광범위한 효과가 예상되는 이유다. 5대 국책 연구기관 분석에 따르면 유가 10% 하락에 전산업 생산비용은 0.7% 절감된다.

   
▲ 김한진 KTB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유가의 단기 저점이 언제, 몇 달러인가 하는 것보다도 올해 저유가가 가져올 거시경제와 기업에 대한 영향력 더 중요하다고 내다봤다/뉴시스
셋째로 유가의 가파른 하락은 완만한 하락보다 증시에 오히려 도움이 될 것이다. 즉 만약 유가가 올해 연중 내내 완만하고 지루하게 떨어져 금융시장에 만성적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면 상황은 더 암울해진다. 가파른 유가하락이 지금 금융시장에 일시적 혼란을 주고는 있지만 여기에는 긍정적인 면도 내포돼 있다. 즉 원유의 빠른 수급조절 유도, 저유가의 경기회복 지원효과, 빠른 전략비축유 확보, 재정절감 등이 그 긍정적 효과다.

저유가가 지닌 두 얼굴이 이제는 점차 어둠에서 빛으로 바뀌어지리라 본다. 혹시 마지막 위험과 고통이 있을지는 모른다. 하지만 결국 저유가는 세계경제에 도움을 주는 요인이 될 것이다. 에너지를 수출하는 국가보다 수입에 의존하는 국가(중국, 인도)의 성장탄력이 높기 때문이다. 저유가가 무한정 금융위험을 재생산할 수는 없다.[글/김한진 KTB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