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불' 켜지면 바로 매도…'반대매매'도 계속 증가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개미’로 불리는 개인투자자들이 최근의 증시 부진 국면에서도 계속 주식을 매수하며 ‘버티기’에 매진하는 모습이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코스피 우량주에 주목하는 개미들은 심지어 LG화학처럼 리콜 재료가 나온 경우에도 매수에 나서며 주가를 떠받치고 있다. 그러나 빚까지 내가며 투자에 나서는 개미들의 모습에는 우려의 시선도 제기된다.

   
▲ 사진=연합뉴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꾸준히 주식을 매수하며 ‘동학개미’라는 별명까지 얻은 개인 투자자들의 증시 존재감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이들은 주가 하락 국면에서 주로 주식을 매집했다가 상승 국면이 올 때까지 ‘버티기’를 하는 방식의 투자 패턴을 나타내고 있다.

개미들의 투자 특성은 지난 24일 자본시장연구원이 내놓은 ‘주식시장 개인투자자의 행태적 편의’ 보고서에도 잘 드러나 있다. 이 보고서는 작년 3월부터 10월까지 개인투자자 약 20만명의 상장주식 거래 내용을 자본시장연구원이 분석한 내용으로 구성됐다.

이 보고서 내용에 따르면 개미들은 손실 국면에서도 계속 손절하지 않고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가, 이익이 나면 비교적 빠른 타이밍에 매도하는 패턴으로 거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분석 기간에 개미들은 매수 다음 날 주가가 떨어지는 ‘손실 국면’에서는 22%만 매도(손절)한 반면, 주가가 오르는 ‘이익 국면’에서는 41%를 팔았다(익절).

이익 국면이 시작되자마자 주식을 판 셈이기 때문에 주식보유 기간이 길었던 것에 비해 개인들이 누리는 수익은 크지 않았다. 보고서의 분석기간 종료 시점에 개인투자자들이 보유한 개별 주식들은 전체 포지션의 무려 71.4%가 손실을 낸 것으로 파악됐다.

개미들의 이 같은 거래 패턴은 보고서의 분석이 종료된 시점인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예를 들어 지난 23일과 24일 이틀간 개미들은 ‘전기차 배터리 추가 리콜’ 소식으로 주가가 급락한 LG화학 주식을 4556억원어치나 매집했다. 반면 외인들은 4938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이에 따라 LG화학은 이 기간 ‘개인 순매수 1위‧외인 순매도 1위’ 종목이 됐다.

지난 23일~24일 LG화학 주가가 12.3%나 급락했음을 감안하면 이번에도 개인들 다수가 손실을 감당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25일인 이날 오전 LG화학 주가는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지만 상승률은 1.5% 안팎으로 아직 크지 않은 상태다.

주가가 급락한 종목들이 반등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반드시 개미들의 투자패턴을 틀렸다고만 매도할 순 없다. 그러나 빚을 내서까지 이와 같은 투자 방식을 고수하는 것에는 무리가 따른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예를 들어 지난 19일 단 하루 동안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반대매매’ 금액이 421억원이나 발생해 글로벌 금융위기 국면이었던 지난 2007년 4월 24일(426억원) 이후 최대치를 나타냈다. 반대매매는 개인이 증권사로부터 돈을 빌려 주식을 산 뒤 기한 내에 이를 갚지 못하거나 주가 하락으로 담보비율이 하락할 때 증권사가 강제로 투자자의 주식을 처분하는 것을 지칭한다. 그만큼 빚을 투자자가 많고, 또 손해를 본 개미들도 많아졌을 것이라는 의미다.

개인 투자자들이 갚지 못한 위탁매매 미수금 또한 올해 6월 초 2220억원, 7월 초 2931억원 등 꾸준히 늘어나다가 이달 들어 지난 19일에는 4442억원까지 금액이 커지기도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개미들이 증시에 다수 유입되면서 시장 자체가 성장한 국면 자체는 긍정적”이라면서도 “과도한 빚을 지는 등 무리한 투자사례가 많아진다면 이는 결국 증시 전체의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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