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유희관(35·두산 베어스)이 땅을 칠 일이 생겼다. 개인 통산 100승 기회를 눈앞에 두고 아웃카운트 하나를 채우지 못하고 강판했다.

유희관은 1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홈경기에 선발 등판, 4⅔이닝 10피안타 5볼넷 5실점하고 물러났다.

피칭 성적만 놓고 보면 강판이 불가피해 보인다. 하지만, 두산이 4회까지 7-1로 앞서 승리투수 요건이 거의 갖춰진 상황에서 '마의 5회'를 마무리짓지 못한 것이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 사진=두산 베어스


이날 유희관은 개인 통산 100승에 도전했다. 지난 5월 9일 KIA 타이거즈전에서 시즌 2승이자 통산 99승을 올린 후 4번의 선발 등판에서 승리 없이 3패만 안았던 유희관이다. 5번째 100승에 도전한 유희관은 팀 타선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점점 100승 가능성을 높여가고 있었다.

두산은 1회말 김재환의 1타점 적시 2루타로 선취점을 뽑고, 2회말에는 김인태와 허경민의 적시타로 2점을 추가했다.

1회초를 삼자범퇴로 간단히 넘긴 유희관은 2회초 볼넷 2개를 내주긴 했으나 실점하지 않았다. 

3회초 고비가 있었다. 저스틴 보어에 우전 안타, 유강남에 볼넷, 홍창기에 좌전 안타를 허용해 무사 만루 위기에 몰렸다. 여기서 서건창을 2루수쪽 병살타로 잡고 아웃카운트 2개와 1실점을 맞바꿨다. 김현수에게 볼넷을 내줘 위기가 이어졌지만 채은성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추가 실점하지는 않았다. 

4회초에도 볼넷과 안타 2개로 적잖은 주자를 내보냈지만 무사 1루에서 오지환의 잘 맞은 타구가 1루수 직선타로 잡히며 더블 아웃을 만드는 등 운도 따라 실점하지 않았다.

4회말 두산 타선이 다시 집중타로 대거 4점을 뽑아줬다. 7-1로 여유 있는 리드가 만들어졌고, 이제 유희관이 1이닝만 잘 넘기면 승리투수를 바라볼 수 있었다.

하지만 5회초 유희관에게 악몽이 찾아왔다. 홍창기에 좌중간 안타, 서건창에게 좌전 안타를 맞긴 했으나 김현수를 중견수 뜬공 처리해 1아웃을 잡았다. 그런데 채은성에게 좌월 3점홈런을 두들겨 맞았다. 스코어는 7-4가 됐다.

흔들린 유희관이 이후 이재원과 김민성에게 안타를 맞아 2사 1, 2루로 몰리더니 보어에게 좌중간 2루타를 맞고 또 1실점했다. 7-5로 추격 당하고 2사 2, 3루 위기는 계속됐다. 이제 안타 하나면 동점이 될 수 있는 상황.

두산 벤치는 더 두고 보지 못하고 투수 교체를 단행했다. 유강남 타석 때 유희관을 강판하고 김명신을 마운드에 올렸다. 물러나는 유희관의 표정이 어두울 수밖에 없었다. 유희관의 100승 도전은 그렇게 또 실패했다. 김명신이 5회초를 추가 실점 없이 끝내 유희관의 자책점이 더 늘어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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