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까지 리스크 이어질 듯…"과도한 공포" 지적도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중국의 2위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그룹(Evergrade)의 파산 위험이 글로벌 시장의 대형 리스크로 대두되면서 국내 증시 영향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국내 전문가들 다수는 헝다그룹 리스크가 중국 내에서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므로 중국 바깥의 금융시스템에 미치는 여파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중국 헝다그룹 채무불이행 우려가 글로벌 리스크의 하나로 대두된 모습이다. 헝다그룹은 매출 기준 중국 2위 부동산 개발업체로, 중국 최대 역외 채무를 보유하고 있는 기업이다. 현재 부채 규모는 약 3000억 달러로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2%에 달하는 수준이다.

1996년 광저우에 설립된 헝다는 2010년대 중반까지 급성장하며 금융·여행·전기차 등 다양한 영역에 진출한 중국의 대기업이다. 그러나 지난 2019년부터 중국 정부가 ‘부동산 대출 조이기’에 돌입하면서 경영 과정에서 많은 빚을 진 헝다그룹의 '도산 리스크'가 급속도로 커졌다. 

급기야 부도설까지 제기된 상황에서 실제로 헝다가 도산할 경우 그 경제적 여파가 미국 ‘리먼 사태’에 필적할 것이라는 우려까지 제기된 상황이다.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는 안전자산 선호심리 부각, 미 달러화 강세 등의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은행은 이날 오전 이승헌 부총재 주재로 상황점검회의를 열어 최근의 경제 상황에 대한 분석과 대응에 나섰다. 이 부총재는 회의에서 “중국 헝다그룹 위기는 국제금융시장의 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될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가 우세하나, 부동산 관련 부채누증 문제가 현실화한 것인 만큼 이번 사태의 전개상황에 따라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소지가 상존한다”고 언급했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 역시 이날 오전 서울 은행회관에서 개최된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중국 헝다그룹 파산 우려로 국제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졌다”면서 “신흥국발 위험요인을 주의 깊게 점검하며 대비하겠다”고 예고했다.

경제 전문가들 역시 헝다그룹 사태를 주시하며 전망에 나섰다. 단, 헝다 사태가 글로벌 경제 위기로까지 번져 국내 자본시장에까지 쇼크를 줄 것이라는 전망은 많지 않다. 중국 내부에서 정리될 수 있는 위기라는 분석이 일단 지배적이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헝다그룹 관계자가 중국 역내 이자(3590만 달러)를 상환할 것이라고 밝혔고, 중국인민은행도 단기 유동성을 공급했다”면서 “리먼사태는 미국 부동산 경기가 하강 사이클로 접어들면서 금융기관들의 손실이 눈덩이처럼 확대된 과정에서 발생했으나 아직 중국 부동산 가격은 하락하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준용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헝다그룹 파산 여파에 대해 “과도한 공포”라고 표현하면서 “중국 부동산 산업과 한국 기업 펀더멘털 및 금융시스템과의 직접적인 연관성은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한편 헝다그룹은 이날 1400억원에 달하는 채권이자 지급을 통해 자금난 위기의 첫 고비를 맞이한다. 이날 이자지급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을 경우 부도 처리가 나면서 위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단, 어차피 올해 말까지 5억 3000만 달러 규모의 이자지급이 예정된 상태라 이번 고비를 넘겨도 올해 내내 디폴트 리스크는 상존할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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