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앞두고 정쟁 가열…"작년과 대조적인 분위기"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사모펀드 사태 등이 불거지며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줄줄이 소환되는 등 작년 국정감사에서 홍역을 치렀던 증권업계가 올해는 상대적으로 느슨해진 분위기에 안도하는 모습이다. 대선을 앞두고 정치 이슈가 부각되면서 금융권 이슈는 우선순위에서 밀렸고, 증권사 CEO가 소환된 사례도 없어 예년에 비해 ‘평탄한 가을’이 될 것으로 보인다.

11일 국회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가 지난 6일과 7일 양일간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을 대상으로 국정감사를 진행했다. 올해 국감은 국회 안팎의 예상대로 국감 직전 터진 이른바 ‘대장동 의혹’에 정무위원들의 질의가 집중됐다.

단, 증권업계가 주목하고 있는 이슈 중 하나였던 ‘시장조성자 증권사 과징금’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이 있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9일 시장조성자로 참여하는 증권사 9곳이 ‘시장질서 교란행위’ 등 자본시장법을 어겼다는 이유로 총 480억원 규모의 과징금 부과를 예고했다. 

   
▲ 사진=연합뉴스
시장조성자 제도란 유동성이 낮은 종목이 원활하게 거래될 수 있도록 증권사들이 유동성을 공급하도록 하는 제도를 뜻하지만, 당국의 ‘강공’에 일부 증권사들은 시장조성자 지위를 반납하고 싶다는 의사를 드러내기도 했다.

허나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이 이번 국감장에서 과징금이 다시 책정될 가능성이 있다는 반응을 시사한 이후 갈등은 일단 봉합된 것으로 관측된다. 정 금감원장은 “증권사들이 부당하게 얻은 이익 추정을 다시 하고 그 범위 내에서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발언했다.

사모펀드에 대한 언급도 한 차례 나왔지만 작년처럼 난타전은 아니었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과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사모펀드 전수조사의 적절성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고, 정은보 금감원장은 “조사를 계속 이어갈 예정”이라고 답했다. 

이밖에 공매도, 빚투, 증권사 리포트 매수 쏠림 현상 등에 대해서는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정은보 금감원장은 대답했다. 일각에서 거론이 예상됐던 국내외 주식 소수점 매매, 증권사 전산장애 등과 관련된 질문은 나오지 않았다.

증권업계는 작년과 달라진 분위기에 내심 안도하는 모습이다. 일단 작년의 경우 사모펀드 사태가 불거지면서 CEO 소환이 이어졌다.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 오익근 대신증권 사장, 장석훈 삼성증권 사장 등의 증권사 CEO들이 증인으로 채택돼 국회의원들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물론 증권업계와 관련된 국감이 완전히 끝난 건 아니다. 오는 21일 금융위·금감원 종합감사가 예정돼 있고, 오는 18일엔 한국예탁결제원에 대한 국정감사가 계획돼 있다. 단, 남아있는 국감에서도 증권업계와 관련된 이슈가 크게 불거질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선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라 정책국감이 되긴 어려운 형편”이라면서 “여야간 정쟁 양상이 가열되면서 정작 업계의 이야기는 우선순위에서 밀린 모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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