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연립주택 매매가격 누적 상승률 6.21%…전년 比 2배 가까이 상승
[미디어펜=유진의 기자]서울 지역 빌라 매매값 월간 상승률이 1%대로 급등했다. 아파트 가격이 꾸준히 오르면서 이를 감당할 자신이 없는 수요자들이 빌라로 관심을 돌린 영향으로 보인다. 

게다가 재건축·재개발이 활발해지면서 공격적인 투자자들이 오래된 빌라들을 사들이고 있는 것도 한 몫하고 있다는 평가다.

   
▲ 서울 시내 일대 아파트 전경./사진=미디어펜


25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 빌라 매매가격은 지난해 13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한 데 이어 올해 들어서는 작년보다 상승세가 가파른 상황이다. 실제 KB국민은행의 월간 주택가격 동향을 살펴보면, 올해 들어 9월까지 서울 연립주택 매매가격 누적 상승률은 6.21%로, 지난해 같은 기간 상승률(3.51%)의 약 2배 가까이 올랐다.

작년 한 해 서울 빌라 매매가 상승률은 8.18%로, 2007년(8.87%) 이후 13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지난해 말 월간 오름폭이 1∼2%대까지 급등했던 서울 빌라 가격은 올해 들어 상승 폭이 1%대 이하로 떨어졌고 지난 6월에는 0.22%까지 낮아졌다. 하지만 7월 0.63%, 8월 0.73%에 이어 지난달에는 1.42%로 다시 급등했다.

지난달에 전달 대비 2배 가까이 오름폭이 커지며 올해 첫 1%대 상승률을 기록한 것이다. 이달에는 서울 빌라 매매가격 상승률이 1.43%를 보이며 지난달보다 오름폭이 더 확대됐다.

이런 추세가 지속되면 올해 서울 연간 빌라 매매가격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최고 상승률을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 2007년 상승률을 넘어설 가능성도 높다는 평가다.

이같은 현상은 아파트의 매매가뿐 아니라 전셋값마저 빠른 속도로 치솟으면서, 서울에 내 집 마련을 하려는 수요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빌라로 옮겨간 결과라는 분석이다. 

경기도에 거주하고 있는 직장인 A씨는 "이사갈 상황이 되어서 서울 근교로 아파트를 알아보고 있지만, 이미 가격이 높게 형성돼 있기 때문에 비교적 오래된 빌라로 찾아보고 있다"며 "분양을 받아서 갈 수도 있지만, 다자녀임에도 불구하고 분양 시장을 뚫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빌라 수요가 늘어나면서 가격도 오르는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KB통계로 한강 이북에 있는 강북권 14개 구의 연립주택 평균 매매가는 지난달 3억97만원으로 처음으로 3억원을 돌파했다.

한국부동산원 통계로도 서울 빌라 중위 매매가격은 지난 7월 처음으로 3.3㎡당 2000만원을 넘어선 상황이다. 중위 매매가는 표본을 한 줄로 세웠을 때 한가운데 있는 가격을 의미한다.

부동산원 통계로 서울의 전용면적 60㎡ 이하 빌라 지하층마저 올해 평균 전세 보증금이 1억원을 뛰어넘자 빌라 전세 수요마저 일부 매매 수요로 전환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당국의 대출 규제 기조 강화에 따라 일선 금융기관의 '대출 조이기'가 전방위로 확산하면서 아파트보다 저렴한 빌라가 매수에  비교적 쉽다는 것이다. 

빌라 매입에 관심을 두고 있는 또 다른 직장인 B씨는 "내 집 마련을 위해 디딤돌대출을 포함해 다 모아봤지만, 3억원도 안되는 자금이 뿐이어서, 결국 갈 수 있는 곳이 없다"며 "그나마 빌라가 가격대가 낮으니 자녀 학교를 위해서라도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서울은 빌라가 아파트보다 매매 수요가 많은 현상이 올해 들어 10개월째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달 등록된 서울의 다세대·연립주택 매매(계약일 기준)는 이날 현재까지 총 1410건으로, 아파트 매매(643건)의 약 2.2배에 육박한다.

이달 말까지 아직 일주일가량 남은 데다 등록 신고 기한(30일)까지 고려하면 수치 자체는 변동될 수 있지만, 아파트보다 빌라 매매가 많은 현 추세는 크게 바뀌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아파트 매매가 빌라보다 월간 2∼3배까지 많았다. 국내에서는 주택 시장 수요자들이 절대적으로 빌라보다는 인프라를 고려해 비교적 아파트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는 1월부터 10개월 연속 매매량 역전 현상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월별 빌라 매매 건수는 1월 5845건, 2월 4481건, 3월 5136건, 4월 5712건, 5월 6006건, 6월 5484건, 7월 4869건, 8월 4504건, 9월 3968건이다.

가격 단기 급등에 따른 피로감과 대출 규제 등의 여파로 아파트 매매는 크게 줄었지만, 빌라는 상대적으로 예년의 매매 건수를 유지하면서 올해 들어 매달 아파트 매매 건수를 앞지르는 이례적인 현상이 이어지는 것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오세훈 시장이 당선된 이후부터 재건축·재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오래된 빌라로 투자자들의 유입이 이어지고 있는 것 같다"며 "이와 함께 빌라 수요가 늘어난 데에는 아파트값이 꾸준히 오르면서 빌라를 대체 주거로 찾는 수요가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유진의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