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홍준표↓…직접 연관 없는 경우 대부분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여야 주요정당 대선 후보들의 ‘선수명단’이 확정되면서 주식시장에서 관련 테마주들의 움직임도 진폭이 커지는 모습이다. 하지만 추가적인 단일화 가능성이 열려 있는 만큼 변수가 남아 있고, 테마주 대부분이 후보들과 실질적인 연관이 없는 경우가 많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금융당국은 자본시장 특별사법경찰(특사경) 운영 등을 통해 테마주 불공정거래 단속에 나설 방침이다.

   
▲ 제20대 대통령선거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선출된 윤석열 전 검찰총장 /사진=국민의힘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5일 진행된 국민의힘 제2차 전당대회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대선후보로 결정됐다. 이번 전당대회는 주식거래 장중에 진행된 만큼 일부 종목들이 움직임에도 큰 영향을 줬다. 대선 후보들과 크고 작은 연관을 맺고 있는 ‘테마주’들의 희비를 갈라놓았기 때문이다.

전당대회 결과에 따라 윤석열 후보 테마주는 대부분 급등했고, 윤 후보와 마지막까지 경합을 벌이던 홍준표 예비후보의 테마주는 일제히 급락했다. 예를 들어 대표적인 윤석열 테마주로 손꼽히는 서연은 전 거래일 대비 2250원(14.90%) 오른 1만73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서연은 오후 3시경 갑자기 주가가 급등하면서 변동성완화장치(VI)가 발동되기도 했는데, 이 시점은 윤석열 예비후보가 최종 대선 후보로 결정된 때였다. 이밖에 서연탑메탈(10.14%), NE능률(7.74%), 크라운제과(5.99%) 등도 전날 대비 급등한 채 거래를 마감했다.

물론 ‘윤석열 테마주’들이 실제로 윤 후보와 긴밀한 연관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저 서연의 대표이사‧사외이사가 윤 후보와 서울대 법대 동문이라는 이유 때문에 테마주로 꼽히고 있을 뿐이다. 아울러 서연탑메탈은 서연의 자회사다. 

NE능률은 최대주주인 윤호중 한국야쿠르트 회장이 윤 후보와 같은 파평 윤 씨라는 이유 때문에 테마주로 묶였다. 크라운제과는 제조공장이 윤 후보 부친의 고향인 충남 지역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테마주가 됐다. 막상 이유를 알아보면 테마주가 될 만한 근거는 희박하지만, 투자자들 사이에서 한 번 테마주로 인식되면 그때부터는 해당 인물의 정치적 입지가 주가와 연동되는 모습을 보인다.

똑같은 원리로 홍준표 의원의 테마주는 급락했다. 지난 5일 경남스틸은 전 거래일 대비 하한가까지 떨어진 5180원에 장을 마쳤다. 이날 장중 내내 수많은 뜬소문에 영향을 받으며 급등락을 반복하던 경남스틸은 경선 결과 발표 이후 하한가로 떨어졌다. 

경남스틸은 본사가 홍 후보 고향인 경남 창원에 위치해 있다는 점, 최충경 회장이 경남상공회의소 협의회장 재임 당시 홍준표 전 경남지사와 많은 행사에 참여했다는 이유 때문에 홍준표 테마주로 묶였다. 이외에도 티비씨(-29.91%), 한국선재(-29.99%) 등이 하한가를 기록했으며 무학(-7.37%)도 급락했다.

‘정치 테마주’에 대해서는 여러 견해가 있다. 희박한 연관성만을 가지고 테마주가 결정된다는 사실은 비이성적이지만, 진행 중인 정치적 이벤트에 대한 ‘신호’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는 일말의 가치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직접 정치 테마주에 투자하는 것이 매우 위험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견해가 일치한다.

예를 들어 또 다른 윤석열 테마주로 불렸던 덕성은 지난 5일 상대적으로 적은 1.51% 상승에 그쳤다. 한때 24.73%까지 주가가 치솟았지만, 덕성 임원들이 보유 주식을 처분했다는 공시가 뜨면서 가격이 하락했다. 윤석열 전 총장의 후보 낙점 가능성을 엿보고 주식을 매수했던 투자자라면 예측이 맞았음에도 상당한 손해를 봤을 가능성이 점쳐지는 대목이다.

금융감독원 등 감독 당국은 자본시장 특별사법경찰(특사경) 운영 등을 통해 테마주 불공정거래 단속에 나설 것이라고 예고한 상태다. 지난달 7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업무보고 자료를 보면 ‘증권범죄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자본시장 특별사법경찰 운영 강화를 추진한다’고 명시돼 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 주식시장의 정치 테마주의 선정과정과 등락 움직임은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희귀한 현상”이라면서 “대선 테마주의 경우 선거일 이전 어느 시점에 랠리가 갑자기 끝나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투자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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