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기밀·계약 조건 지키는 선에서 자료 수위 최종 조절
미국 측 추가 요구 나올 수 있다는 점은 부담
[미디어펜=조한진 기자]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도체 공급망 자료를 미국 상무부에 제출했다. 제출 마감일(현지시간 8일)까지 수위를 고심했던 양사는 영업기밀, 고객사 계약 내용 등 민감한 정보를 제외했다. 그러나 미국 측의 추가 자료 제출 요구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향후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9일 미상무부에 반도체 공급망 자료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사진=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관계자는 “(미상무부의) 가이드라인 대로 반도체 공급망 자료를 제출했다”며 “고객사 관련 정보 제공은 계약상 불가능했다. 이 같은 부분은 미상무부와 사전협의를 했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고객 신뢰를 해치지 않은 선에서 반도체 공급망 자료를 미상무부에 제출했다고 했다.

앞서 9월 하순 미국 정부는 글로벌 반도체 업계와 화상 회의를 개최하고, 이달 8일까지 반도체 재고와 주문, 판매 등 공급망 정보를 담은 설문지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설문은 기업의 내부 정보 등을 포함하는 26가지 문항으로 이뤄져 있다.

이 같은 결정 이후 해당 국가와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기밀 유출에 대한 우려를 지속적으로 표명했고, 미상무부는 최근 요청 자료의 수위를 낮췄다. 고객사 정보 등 내부 정보 대신 자동차용·휴대전화용 등 산업별 자료를 제출하겠다는 반도체 제조사들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이번에 삼성전자는 고객정보와 재고량 등 기업 내부 정보는 자료에서 제외했고, 제출 자료 모두를 기밀로 표시해 일반에 공개되지 않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 역시 고객정보 등을 빼고, 일부 자료를 기밀로 표시해 제출했다. 재고량은 제품별이 아닌 컴퓨터용 등 산업별로 기재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자료를 제출한 반도체 제조사들도 민감한 내부 정보를 빼는 등 수위를 조절했다. 파운드리 1위인 대만 TSMC는 지난 5일 고객 자료 등 기밀 정보를 제외한 가운데 비공개로 자료를 전달했다.

미국의 메모리 반도체 업체 마이크론, 이스라엘의 파운드리 기업 타워세미컨덕터 등도 자료를 제출했다. UMC, ASE, 글로벌웨이퍼스 등 대만 기업들도 자료를 전달했다.

   
▲ SK하이닉스 이천 캠퍼스 전경 /사진=SK하이닉스 제공

다만 자국 중심의 반도에 공급망 구축을 염두에 두고 있는 미국의 또 다른 조치가 나올 수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추가 자료를 요구 등에 대한 우려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미 정부는 공급망 주도에 대한 강한 의지를 지속적으로 표명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동맹국들을 모아 중국을 견제하는 공급망 대책회의를 개최했다.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은 최근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반도체 공급망 업체들이)강력하고 완전한 데이터 제출을 약속했다”면서도 제출한 자료가 충분히 만족스럽지 않으면 추가 조치가 필요할지도 모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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