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전권’ 진화 나섰지만 이준석 ‘캠프 물갈이론’ 불 지펴
김병준 합류설에 김종인과의 껄끄러운 관계 푸는 것도 과제
과열 양상에 당내 우려 “집안 싸움을 왜 동네방네 소문내냐”
[미디어펜=조성완 기자]대통령 후보 선출 직후 윤석열 후보의 지지율도 상승하고, 당의 지지율도 현 정부 들어서 최고 수준까지 올라가는 등 '잘 나가는' 국민의힘이 수월하게 진행될 것 같았던 선거대책위원회 구성에서 지도부와 윤석열 후보 간 의견차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선대위 합류를 기정사실화 돼 있다. 문제는 김 전 위원장의 선대위 권한 범위다. 일각에서는 김 전 위원장이 윤 후보에게 ‘전권’을 요청했다는 주장이 제기됐지만, 윤 후보 측은 이를 부인했다.

윤 후보의 비서실장인 권성동 의원은 9일 페이스북을 통해 "김 전 위원장이 윤 후보와의 대화에서 선대위 구성과 관련해 전권을 달라는 말씀이 없었다"면서 "마치 윤 후보와 김 전 위원장 사이에 갈등이 있는 것처럼 이야기가 나오고 있으나 지난 8일 비서실장인 저와의 만남에서도 그런 말씀이 없었다"고 일축했다.

권 의원은 일각에서 제기된 불화설에도 "지금도 잘 소통이 되고 있으며, 앞으로 잘 협의해서 정권교체를 위한 최고의 선대위를 발족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회의실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대통령 후보와 이준석 당 대표, 김기현 원내대표를 비롯한 최고위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최고위원회의가 열리고 있다.2021. 11. 8./사진=국민의힘 제공

윤 후보 측이 진화에 나서자 이번에는 이준석 대표가 김 전 위원장의 ‘캠프 물갈이론’에 힘을 실으면서 다시 불을 지폈다.

이 대표는 같은 날 YTN라디오에서 "이제 윤 후보가 최종 결심을 해야 된다"며 "대선기획단을 건너뛰고 빠르게 선대위 체제로 가는 게 좋다고 본다"고 '결단'을 요구했다. 자신과 김 전 위원장이 경선캠프 측근들 퇴출 압박을 해온 것엔 오히려 "후보에게 상당히 힘을 실어주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페이스북에 익명의 윤석열 캠프 관계자 발언이 담긴 기사를 공유하며 "대선 컨셉을 조직선거로 잡고 '수백만장 임명장 뿌리겠다'는 발상을 이제 대놓고 익명 인터뷰로 들이밀기 시작한다"며 "할 말이 없다. 어떻게들 하겠다는 건지 보겠다"고 말했다. 윤 후보 측과의 갈등을 공개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김종인 전 위원장과 갈등 관계인 김병준 전 비상대책위원장에 대한 공동선대위원장 제안설도 제기됐다. 윤 후보는 경선 기간 조언을 구했던 김병준 전 위원장과 지난 주말 만찬을 하며 합류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김종인, 김병준 두 사람의 관계가 썩 매끄럽지 않다. 

김병준 전 위원장은 윤 후보가 정계에 등판하기 전인 올해 4월 김종인 전 위원장이 1993년 '동화은행 비자금 사건'에서 뇌물 수수 혐의로 기소된 것을 언급하면서 "윤 전 총장이 뇌물 받은 전과자와 손을 잡겠냐"고 비판했다.

김종인 전 위원장도 김병준 전 위원장을 향해 "하류적인 사고 방식을 가진 사람"이라면서 "(김병준 전 위원장이) 비대위원장을 했을 때 아무 것도 한 게 없다"고 받아쳤다.

   
▲ 국민의힘 윤석열 대통령 후보와 이준석 대표가 지난 6일 회동을 가졌다./사진=윤석열 후보 경선캠프 제공

이와 관련, 윤 후보는 이날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제56회 전국여성대회 기념식'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김병준 전 위원장을) 만나 뵌 것은 맞는다"면서도 구체적인 답변은 피했다.

선대위 인선을 둘러싼 갈등이 과열 조짐을 보이면서 당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된다.

당내 한 중진 의원은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주요 사안마다 후보와 대표의 갈등이 공개적으로 표출되는 것은 국민들에게 피로감만 줄 뿐”이라며 “물밑 조율도 충분히 가능한데, 집안 싸움을 왜 동네방네 소문 내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권영세 의원도 최근 페이스북을 통해 "당의 주요인사들이 선대위 구성을 놓고 자리다툼으로 비칠만한, 심지어 후보를 압박하는 듯한 이런저런 얘기들을 공개적으로 하고 있다"며 "의도야 어떻든 비판을 받기 딱 좋은 행태"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조성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