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규빈 기자]국내 신생 항공사 에어프레미아가 국내선 운항을 종료하고 해외 중장거리 노선에 취항할 준비 작업을 하고 있다. 어느 시장에서나 경쟁자가 생겨날 경우 수익 감소를 우려해 진입을 꺼려하지만 아시아나항공과의 합병에 대해 경쟁 당국이 노선별 독과점 심사를 할 것이라고 밝힌 만큼 대한항공은 표정 관리를 하고 있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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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8월 11일 오전 6시 30분 김포국제공항에서 에어프레미아 YP541편이 제주행 첫 비행편을 띄워 회사 직원들이 취항 이벤트를 진행했다./사진=에어프레미아 제공 |
1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에어프레미아는 김포-제주 간 국내선 운항을 지난달 30일자로 종료하고 오는 12월 싱가포르 취항을 목표로 국제선 운항 채비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세계 각국 정부가 속속 위드 코로나 정책을 도입하고 있고, 국내 백신 접종 완료율은 지난 10일 기준 77.2%를 기록한 가운데 국제선 여객 수요는 이에 맞춰 폭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에어프레미아는 국제선 여객기를 띄울 준비에 여념이 없다.
에어프레미아 관계자는 "국제선 첫 취항지로 당사는 최근 트래블 버블 협정이 체결된 싱가포르 노선 운항을 고려하고 있다"며 "이르면 12월 중 운항을 계획한다"고 말했다. 내년 중에는 미주·유럽 등 장거리 노선에도 취항할지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동남아시아 지역 역시 고려 대상이지만 제주항공·진에어·에어서울·에어부산·티웨이항공 등 기존 국내 저비용 항공사(LCC)들의 좌석 공급 과잉으로 인해 치열한 가격 경쟁이 벌어지는 노선이다. 따라서 에어프레미아가 동남아 노선에 여객기를 투입할 경우 영업 환경이 더욱 악화돼 국내 LCC들이 반발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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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 일러스트 /사진=연합뉴스 |
한편 대한항공은 에어프레미아의 시장 참여를 내심 반기는 상황이다.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 작업을 추진 중인 대한항공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이 와중에 조성욱 공정위원장은 지난달 25일 국토교통부와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간 기업 결합 심사 진행·시정 방안에 관한 양해 각서(MOU)를 체결하며 "경쟁 제한성이 생겨난다면 시정 조치가 필요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는 경쟁 당국이 국적 대형 항공사간 통합 승인 방향으로 가닥을 잡되 노선별 시장 점유율을 따져 시장 독과점을 막겠다는 것과도 궤를 같이 한다. 공정위는 노선 재분배·운수권·슬롯 재조정 방안을 담아 심사 보고서를 올릴 계획이다.
국제항공운수권(△여객·화물 노선 운항 지점 △운항 기종 △운항 횟수 등)과 슬롯 배분은 국토부가 한국공항공사·인천국제공항공사에 위임해 국적 항공사들에게 나눠주는 행정 처분이다. 기재는 리스를 통해서라도 들여올 수 있지만 운수권과 슬롯은 어디까지나 항공 감독 주무부처 국토부의 의중에 달린 일인 만큼 항공사들은 노선을 곧 자산으로 인식할 수 밖에 없다. 특히나 경쟁력 있는 여객 노선에 얼마나 많은 비행편을 편성해 승객을 실어날랐는지가 수익성과 직결되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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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공사별 허브 공항 슬롯 점유율./자료=대한항공 제공 |
공정위는 공항 슬롯과 노선별 점유율을 따져 항공사 간 경쟁이 사라져 소비자 권익이 침해받는지를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외국 항공사들의 허브 공항 슬롯 점유율은 50%대에서 90%까지 육박하나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인천공항에서 총합 40%에 지나지 않는다. 또한 현재 인천-미주·유럽·싱가포르 노선에 외항사를 제외한 국적기로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다니고 있으나 가까운 미래에는 통합 대한항공만이 다니게 될 것인만큼 독과점 논란은 현재 진행형이다.
이런 와중에 에어프레미아가 장거리 노선 취항 계획을 세우면서 대한항공은 운신의 폭이 조금이나마 넓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조건부 M&A를 앞두고 새로운 경쟁자로 인해 오히려 한숨 돌리게 되는 셈이다. 현재 에어프레미아는 보유 기재가 1호기밖에 없으나 올해 말이나 내년 초 경 2·3호기를 도입하는 방안을 마련해뒀다.
이처럼 에어프레미아가 명목상 분명히 경쟁자는 맞지만 규모의 경제 차원에서는 156대의 항공기를 가진 대한항공과 대등한 위치에 설 상대가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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