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의 입찰제도 개선, 시정명령 및 과징금 총 206억 7100만원 부과
[미디어펜=구태경 기자]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현대자동차 등이 실시한 알루미늄 합금제품 구매 입찰에서 투찰가격 등을 담합한 8개사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206억 7100만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8일 공정위에 따르면, ㈜알테크노메탈 등 8개사는 지난 2011년부터 2021년까지 ㈜현대자동차, ㈜기아 및 ㈜현대트랜시스가 실시한 알루미늄 합금제품 구매 입찰에 참여하면서 사전에 물량 배분을 하고, 이에 맞춰 낙찰예정순위 및 투찰가격을 공동으로 결정했다.

   
▲ 현대자동차와 기아 양재동 사옥./사진=미디어펜


담합에 가담한 8개사는 ㈜알테크노메탈, ㈜세진메탈, 한융금속㈜, ㈜동남, ㈜우신금속, ㈜삼보산업, ㈜한국내화, ㈜다원알로이 등이다.

이들 업체들은 2016년 12월 입찰까지 담합을 지속하다가 2017년 2월 검찰의 입찰방해죄 수사가 시작되자 담합을 중지했으나, 이후 회사수익이 악화되자 2019년 9월 입찰부터 다시 담합을 재개했다.

현대차 등이 입찰에 부친 알루미늄 합금제품은 알루미늄 잉곳‧용탕으로서 주로 자동차 엔진, 변속기 케이스 및 자동차 휠 제조에 쓰인다.

8개사는 입찰일 전날 모임 등을 통해 현대차 등의 전체 발주물량을 업체별로 비슷한 수준으로 배분하고, 협의된 물량배분에 맞춰 품목별 낙찰예정순위 및 투찰가격을 공동으로 결정했다.

특히 2014년, 2015년, 2017년의 경우에는 물량확보의 불확실성을 제거하기 위해 연간 물량배분 계획을 수립해 자신들의 합의를 더욱 공고히 했다.
 
그 결과, 2011년부터 2021년까지 해당 입찰에서 합의한 대로 낙찰자 및 투찰가격이 결정돼, 8개사는 탈락사 없이 매 입찰에서 높은가격으로 납품 물량을 확보하게 됐다.

이들이 담합하지 않은 입찰의 경우 낙찰가격은 발주처 예정가보다 평균 kg당 200~300원 정도 낮았으며, 아예 납품물량을 배정받지 못한 업체들도 발생했다.

또한 이번 사건의 경우, 현대·기아차 입찰제도의 특이점이 담합의 배경 중 하나였다.

당시 입찰제도에 따르면, 품목별로 복수의 업체를 낙찰자로 선정하고 납품가격은 낙찰자들의 투찰가격 중 최저가로 정해서 모든 낙찰자들에게 통일적으로 적용하게 되는데, 이는 납품업체 입장에서 타 업체와 가격을 합의할 유인으로 작용했다.

특히 거리상 운송비가 많이 드는 화성공장 인근 업체들도 울산공장 인근 업체들의 투찰가로 납품하게 됨에 따라 수익성이 떨어졌고, 이를 담합으로 막으려는 유인이 있었다는 것이 공정위의 설명이다.

   
▲ 담합 대상이 된 알류미늄 합금제품 및 사용처./사진=공정거래위원회 제공


이에 공정위는 현대·기아차와 함께 관련 입찰제도 개선방안을 논의, 현대·기아차는 협력사의 준법경영 지원 및 상생협력 차원에서 개선된 입찰제도를 내년부터 시행키로 했다.

먼저 알루미늄 용탕 납품가격에 포함돼 있던 운반비를 별도로 책정해 실제 발생한 울산, 화성공장까지의 운반비를 반영해주는 방식으로, 양 공장에 납품되는 용탕의 가격을 다르게 정하기로 했다.

다음으로 그간 업체들은 납품가격이 예상보다 낮게 결정된 경우에도 추후 입찰에서 불이익을 받을까 우려해 납품포기를 요청하지 못한 측면이 있었는데, 낙찰사의 납품포기권을 1개사에 한해 공식적으로 보장해 주기로 했다.

이와 함께 현대·기아차는 업체들의 안정적인 공장운영을 위해, 최저 15%의 납품 물량을 보장하는 방식을 지속적으로 유지키로 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앞으로도 공공부문과 더불어 민간부문 입찰시장에서의 담합행위를 면밀히 감시하는 한편, 사건처리 과정에서 파악된 불합리한 입찰제도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개선을 이끌어, 사건처리와 제도 개선과의 연계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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