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위기에 오히려 경쟁사 늘어 치킨 게임 격화 예상
황용식 교수 "이스타항공, 레드 오션 속 차별점 찾아야"
[미디어펜=박규빈 기자]법정 관리의 터널을 벗어나 성정 품에 안긴 이스타항공이 각종 행정 절차를 거쳐 빠른 속도로 정상화를 향해 가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방역 당국의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높고, 경쟁사들도 여전히 건재해 시황이 회복되더라도 출혈 경쟁이 예상되는 만큼 꽃길을 걷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인천국제공항에 이스타항공 여객기가 주기돼 있다./사진=미디어펜 박규빈 기자

17일 이스타항공 전·현직 직원들에 따르면 이스타항공은 이달 초부터 밀린 급여와 퇴직금 정산을 시작했다. 전체 1600여명 중 1500여명분에 대한 공익 채권 변제가 이뤄졌고, 현재도 진행 중이다. 성정으로부터 받은 인수 대금 700억원으로는 회생 채권 153억원도 갚아나가고 있다.

이 외에도 이스타항공은 내년 2월 재운항을 목표로 지난 15일 국토교통부에 운항 증명(AOC) 재발급 신청을 했고, 항공운송사업면허증 명의도 최종구 전 대표이사에서 김유상 현 대표이사로 변경했다.

안전성 논란으로 인해 운항을 중단했지만 리스 비용은 꾸준히 부담해야 했던 보잉 737 맥스 반납도 마쳤다. 이로써 이스타항공에는 현재 737-800 2대만 남았다. 내년 1월 중 동일 기종 1대를 도입한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국토부에 제출한 사업계획 상 내년 상반기까지 6대를 들여오고 하반기까지는 10대 보유하는 게 목표"라며 "가능하다면 기재 도입에 속도를 내고자 한다"고 전했다.

이스타항공은 2019년 9월 비상경영체제를 선포함에 따라 3개월간 무급 휴직을 실시했다. 지난해 3월부터는 직원 급여를 주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게됐고, 같은해 9월에는 605명을 정리해고했다. 이 과정에서 노사간 극심한 대립이 빚어졌다. 한편 결과적으로는 회생과 성정에 인수되는 과정까지 버티게 해준 원동력이 되는 등 회사 규모 축소로 인한 아이러니한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스타항공은 내년 2월 중 김포-제주 간 노선에 비행편을 띄워 여객 사업을 재개한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어려운 시기를 보내온 만큼 코로나19 장기화 시대에 더욱 잘 버텨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경영 정상화를 도모하고 있지만 이스타항공의 미래가 밝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견해도 존재한다. 경영 부실에 빠지던 때보다 외부 상황이 더욱 악화되는 경향을 띠고 있어서다.

지난 14일 신규 확진자 수는 역대 최대치인 7850명을 기록했고, 이후로도 연일 7000명대를 이어가 방역 조치는 더욱 강화되는 형국이다. 또한 이스타항공이 운항을 하지 못하는 동안 에어프레미아·에어로케이·플라이강원 등 경쟁사는 오히려 늘어났다. 모기업으로부터 유상증자를 받긴 했지만 제주항공·진에어·에어부산 등 기존 업체들은 아직 시장 참여자로 남아있다. 따라서 저비용 항공사(LCC)들 사이에서의 치킨 게임은 더욱 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에어프레미아와 티웨이항공은 각각 787 드림라이너와 A330-300을 들여와 중장거리 노선으로 차별화 전략을 꾀한다"며 "재취항 시 이스타항공은 국제선 노선을 반드시 확보하는 등 레드 오션에서 살아남을 진지한 고민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황 교수는 "다행히도 이스타항공은 성정의 지원으로 회생 과정을 잘 넘기고 있다"면서도 "항공업에 대한 전문성이 없는 성정이 비관련 다각화 전략을 통해 이스타항공을 얼마나 잘 살려낼지에 대해서는 두고볼 일"이라고 평가했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