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손아섭(33·NC 다이노스)이 롯데 자이언츠와 인연을 정리하는 과정이 참 힘겨워 보인다. 얼마나 심경이 복잡했으면 직접 쓴 글도 모자라 지역 신문에 자비로 광고까지 실으며 다시 한 번 팬들에게 '짠한' 진심을 전했다.

손아섭은 지난 24일 NC와 4년 총액 64억원(계약금 26억, 연봉 30억, 인센티브 8억원)에 FA 계약을 맺었다. 

NC로서는 충분히 가치 있는 투자였다. 팀 간판 타자였던 외야수 나성범이 FA가 돼 KIA 타이거즈와 6년 총액 150억원을 받고 떠난 공백을 메우기 위해 현역 최다안타 기록 보유자인 외야수 손아섭을 영입했다.

롯데 팬들에게는 충격적인 일이었다. 부산에서 나고 자라 롯데에 입단했고, 15년간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고 뛴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리그 정상급 타자 손아섭이 롯데를 떠나 다른 팀으로 이적한다는 것을 상상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 사진=부산일보 인터넷판 지면 캡처


손아섭은 NC와 계약 발표 후 개인 인스타그램에 팬들에게 보내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그는 "34년간 살아오며 가장 어려운 결정을 하게 되었다. 15년의 프로 생활 동안 오늘이 가장 마음이 무거운 날"이라면서 "사랑하는 롯데를 떠나겠다는 결정을 한 순간 가장 먼저 떠올랐던 것은 제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팬 여러분들이었다"고 적었다.

어린 시절 야구를 처음 시작하면서부터 동경했던 롯데 선수가 되고, 많은 팬들의 응원과 사랑 속에 활약을 펼쳤던 시간들을 돌아본 손아섭은 롯데를 우승시키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떠나게 된 것을 진심으로 미안해하며 무거운 작별 인사를 전했다.

이걸로 고향 부산과 친정팀 롯데를 떠나는 손아섭의 마음이 다 정리되지는 않은 듯했다.

손아섭은 28일자 부산일보 2면에 하단 통광고를 실었다. 자비로 게재한 광고에서 그는 팬들을 향해 "보내주신 사랑을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지금의 손아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롯데 자이언츠 팬 여러분의 성원과 사랑이었습니다"라고 감사 인사를 했다.

또한 "여러모로 부족한 저에게 보내주신 롯데 자이언츠 팬분들의 무한한 사랑을 평생 가슴속에 간직하겠습니다. 최고의 롯데 자이언츠 팬 여러분 미안합니다. 그리고 정말 감사하고 사랑합니다"라고 거듭 팬들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을 나타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한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가 은퇴하거나 팀을 옮길 때 팬들에게 자비 광고로 인사하는 경우가 더러 있지만, KBO리그 선수로서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손아섭이 얼마나 롯데라는 팀과 팬들에 대해 깊고 진한 애정을 가졌는지 알 수 있는 지면 광고다. 

이런 손아섭을 롯데 구단은 왜 붙잡지 못했는지(또는 붙잡지 않았는지) 다시 한 번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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