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규빈 기자]국토교통부가 한국항공아카데미(KAA) 설립을 다시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업계 반발에 물러섰지만 이번에는 학위 과정까지 설치해 사실상 산하 대학교를 조직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항공 관련 학과들을 주력으로 하는 사립 대학교를 중심으로 '퇴직 관료 자리 보전용'이라며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7일 본지 취재 결과 국토부는 김포국제공항 국제선 청사 221호에 한국항공아카데미(KAA) 사무실을 꾸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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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강서구 공항동 소재 김포국제공항 국제선 청사 221호 한국항공아카데미 현판./사진=미디어펜 산업부 박규빈 기자 |
현장에서 만난 항공협회 협력사 관계자는 "이번주 내로 KAA 사무실 공사가 완료된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KAA 운영을 위해 한국항공협회를 통해 사무지원단장을 우선 채용하고 오는 20일 임용한다. 근무 기간은 채용일로부터 올해 12월 31일까지이나, 사무지원단 운영 기간에 따라 필요 시 평가 등을 거쳐 연장될 수도 있다. 퇴직금과 4대 보험 등은 별도이며, 연봉은 9000만원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이후 한국공항공사와 인천국제공항공사에서 직원 2명을 KAA에 파견한다.
한국항공협회 관계자는 "인건비는 국토교통부와 공항공사들이 공동으로 부담한다"며 "사무실 운영 비용은 우선 당 협회가 지원하고, 향후 양대 공항공사 출연금으로 충당한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KAA 설립과 관련, 항공 종사자 전문 역량 강화 차원에서 전문 교육 기관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관련 교육 과정이 국토부·공항공사·교통안전공단 등 복수의 기관에 걸쳐 있어 비효율적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국토부 항공안전정책과 관계자는 "흩어져있는 기존 기관들을 한번에 통합하기에는 현 시점에서는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에 1~3캠퍼스 형태로 두고, KAA를 통해 'K-항공' 브랜드만 입히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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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강서구 공항동 소재 김포국제공항 국제선 청사 221호 한국항공아카데미 사무 공간 내부./사진=미디어펜 산업부 박규빈 기자 |
실제 국토부 항공안전정책과는 2017년 12월부터 항공안전정책기본계획에 따라 올해까지 KAA를 세우는 문건을 작성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해 3월 한국공항공사와 인천국제공항공사 노동조합이 강하게 반대했다. 코로나19로 항공업계가 경영난에 처했는데 각 사 60억원씩 총 120억원에 달하는 기금 출연을 강요한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전문 교육 시설 △장소 △강사진은 기존 공항공사 소속 자원을 활용하겠다는 계획이어서 KAA 설립 취지와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토부가 운영위원회를 두겠다고 해 노조를 반발을 무마시키며 한 발 빼는 모습을 보인 적 있었다"며 "이번에는 정권 교체 등 어수선한 틈을 타 사무지원단을 포함, KAA 설립을 다시 추진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국토부 항공안전정책과 관계자는 "구체적인 계획은 수립하지 않았지만 내부 희망 사항"이라며 "올해 안으로 시스템 발주·구축과 KAA 로드맵을 구체화 하는 게 목표"라고 답해 시인하는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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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3월 22일 인천국제공항공사·한국공항공사 노동조합이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해 국토교통부의 한국항공아카데미 설립 추진 반대 집회를 개최했다./사진=연합뉴스 |
올해 1월부터 12월까지 국토부는 KAA 사무지원단과 의사 결정 기구인 운영위원회를 설치한다. 위원장은 국토부 항공안전정책관, 위원은 두 공항공사와 교통안전공단 출신 인사들로 구성된다.
2023년부터 2025년까지는 '도입기'로 재단법인 출범과 관리·운영 체계 확립, 직접 운영 과정 확대,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트레이너 플러스' 준회원 인증, 신규 교육 시설 검토·설계가 예정돼 있다. 트레이너 플러스 프로그램은 항공 현장 요원에 대한 훈련을 통해 역량을 확립하고 유지하고자 ICAO가 권고하는 공항 관리 체계다.
'성장기'인 2026년부터는 ICAO 트레이너 플러스 정회원·우주센터 인증을 받고, 신규 교육 시설 착공에 나서 온라인 교육 과정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2027년부터 2028년 사이에는 국내외 공동 학위 과정을 설치해 운영에 들어간다는 안 또한 포함돼 있다.
2029년부터는 '정착기'로 자체 학위 과정을 만들어 ICAO 인증 국제 교육 기관으로 자리매김한다는 부분도 있다. 또한 신규 교육 시설을 건립하고, 국내외 네트워크를 공고히 한다는 복안이다. 이와 관련, 국토부는 '항공전문대학원대학교' 과정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국토부 내부 사정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국제 기구·대학·정부 소속 및 실무경력자 등 국내외 전문가들로 교수진 구성한다는 게 당국의 의중"이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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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 고양시 화전동 소재 한국항공대학교 본관./사진=미디어펜 DB |
사실상 '국립항공대학교'를 설립하겠다는 계획과 다름 없는 셈이다. 국토부는 KAA를 통해 항공 안전 교육 인력을 육성하고자 한다. 업계에서는 관제사나 운항관리사 등이 이에 해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차제에는 교육 분야를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에 국내 항공 관련 학과를 주력으로 하는 대학교 총장 협의회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자신들의 존립 근거가 위태로워지기 때문이다. 실제 KAA가 출범할 경우 한국항공대학교 산하 항공안전교육원·한서대학교 재난안전교육원 등 기존 전문 교육기관의 입지는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황호원 한국항공대 항공교통학부 교수(항공보안학회장)는 "KAA는 사실상 국토부 퇴직 공무원 재취업 창구로 전락할 것"이라며 "전문성 있는 인사는 어디서 초빙해올 것인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국내 항공 관련 대학들은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게 학과를 운영하고 있는데, 교육까지 맡겠다는 국토부 추진안은 위협 요인으로 다가온다"며 "당국은 감독만 담당해야 옳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토부 항공안전정책과 관계자는 "항공법·우주법 전문가 등 전문 강사진은 미정"이라면서도 "한국항공우주학회와 같은 기존 민간 기관에서 데려오면 될 일"이라고 했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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