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이라 불러달라” 김상현 부회장, 스킨십 강화 나서
BU보다 세진 부회장 직속 유통HQ, 컨트롤타워로
[미디어펜=이서우 기자] 롯데그룹 유통사업 부문이 김상현 총괄 부회장 정식 출근과 함께, 올해부터 도입한 HQ(HeadQuarter·헤드쿼터) 조직 인선을 마무리 할 예정이다. 직책이나 직급보다 영어이름인 ‘샘(SAM)’으로 불리는 것이 편하다는 김 부회장이 보수적인 롯데 기업문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8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유통HQ는 내부에 중장기전략과 인사·재무·마케팅 등 주요 기능별 본부를 만들고 각각의 본부장을 선임 중이다. 최고전략책임자이자 경영전략본부장은 김상현 부회장이 맡았다. 재무혁신본부장은 장호주 부사장이 맡는다. 

백화점과 마트, 홈쇼핑 등 유통군 전체 마케팅 전략을 수립할 마케팅전략본부의 수장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그간 롯데는 ‘올드하다’는 소비자 인식을 지우기 위해 신규 점포 이름에 지역명을 빼고, 인테리어를 개선하는 등의 작업을 해왔다. 올해도 이미지 쇄신 작업을 계속하는 만큼 HQ 마케팅본부장직 선임에는 마지막까지 신중을 기할 예정이다.  

   
▲ 김상현 롯데그룹 유통사업 부문 총괄 부회장(왼쪽)이 지난 2월7일 공식 업무를 시작하고, 영상을 통해 직원들에게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사진=롯데쇼핑 제공


다만 HQ 본부장을 모두 부사장급 이상 임원이 맡게 되면서, 롯데그룹 내외부에서는 ‘BU(Business Unit·비즈니스유닛)’의 전철을 밟을까 우려하는 시선이 적지 않다. 

롯데그룹은 2017년 각 계열사를 비슷한 사업군끼리 묶어 4개 BU를 신설했다. 계열사 간 유기적 협업체제를 만든다는 취지였지만, 실질적 기능 없이 보고만 받는 BU는 옥상옥 구조란 지적을 받고 4년 만에 폐지됐다. 

지난해 연말 그룹 정기 인사와 함께 도입한 HQ는 BU의 단점을 개선했다. 식품·쇼핑·호텔·화학 등 각각 해당하는 사업군에 HQ가 인사와, 재무, 마케팅 등에서 실질적인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 역시 양날의 검이라는 우려가 있다. 외부 출신인 김상현 부회장을 중심으로 공채 출신이 아닌 다른 임원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창구가 된다는 것은 장점이다. 반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는 명목 아래 각 계열사들이 눈치를 보는 구조가 될 수도 있다. 

안팎의 우려를 의식한 듯 유통HQ 총괄 김상현 부회장과 호텔HQ를 맡은 안세진 롯데호텔 대표는 취임 직후 가장 먼저 임직원과 스킨십 강화에 나섰다. 안세진 대표 역시 글로벌 컨설팅 회사 등을 거친 외부 출신이다. 

김상현 부회장은 지난 7일 영상 메시지를 통해 “편하게 샘이나 김상현으로 불리는 게 좋다”며 “어찌 보면 제가 고객에게 가장 멀리 있는 사람인데 언제든지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돼 있기 때문에 여러분들이 서슴없이 저에게 말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싶다”며 소통을 강조했다.

안세진 대표도 비대면 신년사에서 “현재 운영하는 사업장을 모두 방문할 것”이라며 “취임기간 목표는 현장 소통 경영이다. 직원들과 밀접하게 지내겠다”고 밝혔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BU가 받은 지적을 개선한 조직이 HQ인데, 아직은 외부에서 온 임원들의 스타일은 겪어봐야 알 것 같다”며 “곧 조직 개편을 마무리 지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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