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기업 이자 부담 줄고 수익성 높아져, 막연한 코스피 박스권 탈출 예견 금물

   
▲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로 유동성 장세를 기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경제성장률 또한 회복 추세에 있어, 이번에야 말로 코스피지수의 오랜 박스권을 상향 돌파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

하지만, 국제적으로 기준금리 인하는 주식 시장의 강세를 항상 동반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저금리 상태에서 기준금리 인상이야 말로 경기 회복의 강한 시그널이 될 수 있다. 이에, 금리와 주가와의 상관관계를 보다 자세히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금리 인하가 주가 상승을 견인한다는 이유를 살펴보자. 첫째, 상장기업의 대다수는 은행대출 또는 회사채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있어, 이자 부담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만약 금리 인하로 기업의 이자 비용이 줄어들면 기업 수익성이 높아져 주가 상승에 도움이 된다.

둘째, 상장기업의 주가는 미래에 발생하는 현금흐름들의 현재가치의 합으로 평가되는데, 금리가 낮을수록 할인계수가 낮아져 기업가치가 상승하게 된다. 즉, 금리 인하는 주가 벨류에이션에 양(+)의 효과를 미치게 된다.

셋째, 자산배분 관점에서도 금리 인하는 주가 상승에 도움이 된다. 금리 인하로 예금 또는 채권의 매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예금 및 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기대수익률을 얻기 위해 주식시장의 투자 비중을 늘리는 것이다.

한편, 금리 인하는 장기적으로는 주식 시장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론적으로 중앙은행들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배경에는 실질성장률이 잠재성장률에 미치지 못하거나, 물가상승률이 예상치에 크게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번 한국은행의 금리인하 배경도 GDP갭(잠재GDP와 실질GDP의 차이)이 오랜 시간 마이너스를 유지했던 점이 큰 영향을 미쳤다. 일각에서는 최근 선진국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는 수요부진으로 인한 구조적 경기침체(Secular Stagnation)를 인정하는 시그널로 이해하기도 한다.

   
▲ 이번 기준금리 인하로 막연히 주식시장의 박스권 돌파를 예견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사진=YTN 방송 캡쳐
이를 종합하면, 이번 기준금리 인하로 막연히 주식시장의 박스권 돌파를 예견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주식시장은 기업의 미래 수익성과 성장성을 종합적으로 반영하는 지표로, 금리만이 주가의 유일한 결정 요인은 될 수 없다. 주가에는 기업의 생산성, 가계의 소비, 고용시장, 환율, 그리고 수요와 공급 등 많은 경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코스피지수는 한국경제의 거울과도 같다. 이번 금리인하를 계기로, 기업의 투자활동이 촉진되고, 가계수지 개선 및 내수 활성화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이와 같은 확신이 있을 때 비로소 코스피지수가 장기 박스권을 돌파하고 종합지수 3000시대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글/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