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러 제재 강도에 따라 경영 손실 가능성 있어
정부 “제재 수위 등 여러 시나리오 상정해 준비”
[미디어펜=구태경 기자] 우리 정부가 러시아에 대한 미국의 제재에 동참키로 결정한 가운데, 러시아에 진출해 있는 우리 기업들의 피해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존 커비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25일(현지시간) 한국이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대 러시아 제재에 동참과 관련 “다른 국가들처럼 러시아에 제재를 가하려는 한국의 의지를 환영한다”며 “한국과 세계 여러 나라는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명백하게 비난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내 기업이 다수 러시아에서 해외법인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는 만큼, 이러한 제재 동참 결정이 기업들의 경제적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현대자동차 러시아공장 생산라인./사진=현대차
한국CXO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72개 대기업집단 중 16개 그룹에서 53개의 법인을 러시아에 설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우크라이나에 세워진 법인보다 41곳이나 많은 숫자로, 계열사 숫자로 따져보면 우크라이나의 4배 이상 많은 수치다. 

그룹별로 살펴보면 현대자동차 그룹이 18곳(34%)으로 가장 많았으며, 삼성과 롯데그룹이 각각 9개, SK, CJ, 두산, KT&G 각각 2개 순으로로 집계됐다. 

이외에도 LG, 포스코, DL, 효성, SM, 한국타이어, 아모레퍼시픽, 하이트진로, 장금상선 등의 그룹이 각각 1개의 법인을 설립했다.

특히 이 중 SK는 석유사업과 관련해 현지 법인을 세웠고, 포스코는 철강 사업과 관련한 법인을 운영하는 등, 다수의 기업들이 현지에 제조공장을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대부분의 국내 대기업이 러시아 시장을 중요 거점으로 판단하고 공을 들인 가운데, 정부가 대 러시아 제재에 동참의 뜻을 밝힌 것이다.

오일선 CXO연구소장은 “러시아에 진출한 국내 대기업의 경우, 미국을 비롯한 동맹국 등이 러시아에 고강도 금융 및 경제 제재 등이 본격 진행되면 공장 가동 중단 등 직접적 경제 타격을 볼 가능성이 크다”며 “특히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이 장기전으로 접어들 경우, 석유와 천연가스 등의 수급 불안정이 더해져 국내 여러 산업에서 경제적 손실을 볼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 미국은 러시아 푸틴 대통령에 대한 제재까지 단행했다. 사진은 러시아 우크라이나 공격을 감행한 푸틴 러시아 대통령./사진= YTN 방송화면 촬영.


실제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선을 돌파한 가운데, 이차전지 등 반도체 핵심 광물인 니켈과, 코발트, 알루미늄 등은 모두 전년대비 약 35% 이상 상승했으며, 리튬은 전년대비 약 300% 가까이 치솟았다.

우리나라는 원유 및 원자재 해외의존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1위를 차지하고 잇는 만큼, 이 같은 원자재가격 상승은 국내 기업들이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큰 비용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국제유가가 상승하면 상대적으로 비용 상승 압력이 더 크게 작용해 가격경쟁력 하락 또는 이윤 감소 등 국내 산업경쟁력 약화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산업통상자원부는 “국제사회의 대러 제재 조치가 국내 에너지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미국을 비롯한 주요 우방국들과 공조체계를 공고히 하고 있다”며 “에너지시장 안정을 위한 국제공조가 필요한 경우, 국제에너지기구(IEA) 및 주요국들과 공동으로 적절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번 사태를 대비한 ‘러-우 실물경제 대응체계(산업자원안보TF)’와 연계해 수출통제 관련 우리 기업의 불안 우려를 해소하고 신속한 문제해결과 지원책 마련에 총력을 다할 것”이라며 “핵심적인 공급망의 안정성 유지를 위해 정책 역량을 결집하겠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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