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경제·금융 제재 본격화시 현장 사업 중단·공사대금 회수 어려움 우려
[미디어펜=이동은 기자]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가 심각해지면서 러시아에 진출한 국내 건설사들도 긴장하고 있다. 분쟁 지역과 러시아 사업 현장이 떨어져 있어 현장에서의 위험은 크지 않지만, 향후 러시아에 대한 경제·금융 제재가 본격화할 경우 공사대금 회수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러시아에 진출해 있는 주요 국내 건설사는 현대엔지니어링, 삼성엔지니어링, DL이앤씨 등이다.

한국신용평가가 발표한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산업별 영향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에 진출한 국내 건설사 87개사의 러시아 지역 수주 잔고는 총 159억 5000만 달러 규모다.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프로젝트는 18건으로 공사비 규모는 103억 6000만 달러다.

   
▲ 러시아에 진출한 국내 건설사들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사진은 우크라이나 사태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일러스트=연합뉴스
주요 프로젝트로는 삼성엔지니어링의 발틱 에탄크래커 프로젝트(1조 3722억 원), 현대엔지니어링 오렌부르그 가스처리시설(1000억 원), DL이앤씨 발틱 화학플랜트(1조 5645억 원) 등이다.

현재로서는 분쟁 지역과 프로젝트 지역의 거리가 멀기 때문에 현장 작업 진행에는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대형 프로젝트 현장은 아직 사업 초기 단계인 데다 설계·조달 업무는 대부분 국내에서 이뤄지면서 타격이 크지 않다는 설명이다.

다만 향후 사태의 확산 정도와 러시아에 대한 주요국의 제재에 따라 사업 위험이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제재 범위가 확대되면 건설사들이 러시아에서 진행하는 사업에 대한 중단 압력이 커질 수 있으며, 국제통화결제시스템(SWIFT) 베재 등이 이뤄지면 공사대금 회수에 차질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건설사들은 러시아 현장에 파견 나가 있는 근로자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고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도 긴급 상황반을 운영하고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우크라이나 현지에서 일하던 내국인 건설 근로자 4명은 인근 국가로 대피를 완료했으며, 러시아에 있는 사업 현장에는 안전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토부는 해외건설협회와 함께 러시아, 우크라이나에 진출한 국내기업 지원을 위한 민관합동 긴급 상황반을 꾸렸다. 긴급 상황반을 통해 현장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금융제재 가능성과 정부 차원의 지원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한국신용평가는 "전쟁 지역과 주요 공사 진행 상황을 감안하면 현시점에서 즉각적인 리스크 발생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면서도 "향후 주요국의 러시아 제재 수준이 강화될 경우 사업 진행이나 대금 회수 변동성 확대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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