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수급사업자 기술 유용한 대기업 2개사 제재...공소시효 지나 형사처벌은 어려워
[미디어펜=구태경 기자] 수급사업자의 기술을 유용해 특허까지 출원한 대기업이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로부터 제재를 받았다. 하지만 해당 특허의 효력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어, 수급사업자가 자신의 기술을 유용한 대기업에 특허료를 지불하고 사용해야만 하는 웃지 못할 촌극이 벌어졌다.

공정위는 하도급 업체의 기술자료를 유용한 ㈜엘에스엠트론 및 ㈜쿠퍼스탠다드오토모티브앤인더스트리얼에 각각 시정명령과 과징금 13억 8600만원을 부과키로 결정했다고 3일 밝혔다.

   
▲ 공정거래위원회 세종청사./사진=미디어펜


공정위에 따르면, 엘에스엠트론은 수급사업자로부터 금형 제조방법에 관한 기술자료를 제공받은 후, 그 제조방법에 대해 수급사업자와의 협의 없이 자신 단독명의로 특허를 출원·등록하는 데 유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엘에스엠트론은 수급사업자에게 2건의 금형 설계도면을 정당한 사유 없이 요구했으며, 동 수급사업자에게 금형 제조방법에 관한 정보가 기재된 연구노트를 요구하면서 법에 따라 교부해야 하는 기술 요구 서면을 교부하지 않았다. 

엘에스엠트론은 자동차 엔진에 장착돼 엔진출력 향상 기능을 하는 터보와 인터쿨러, 엔진을 연결하는 터보차저호스를 생산해 GM 등 고객사에 납품했는데, 터보차저호스 생산에 필요한 금형을 수급사업자에게 제조 위탁하는 과정에서 이번 기술유용행위가 이뤄졌다.

이에 대해 엘에스엠트론은 해당 특허가 터보차저호스 제조방법에 관해 자신과 기술이전계약을 체결한 독일 소재 자동차 고무호스 생산업체인 V사 기술이기 때문에 수급사업자의 기술자료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공정위 조사결과, V사가 특허의 금형 제조방법과 동일한 방법으로 금형을 제작해왔음을 확인할 수 있는 금형 및 설계도면이 단 한 건도 확인되지 않았고, V사가 해당 특허의 제조방법에 따라 금형을 제조하지 않은 것이 확인돼, 공정위는 해당 금형 제조방법에 관한 자료를 이번 사건 수급사업자의 기술자료로 판단했다. 

   
▲ 엘에스엠트론이 유용한 금형 제조 특허기술./사진=공정위

또 엘에스엠트론은 수급사업자에게 총 2건의 금형 설계도면을 정당한 사유 없이 요구해 제공받은 점에 대해, 당시 수급사업자가 납품한 금형에 품질문제가 있어 품질검증을 목적으로 수급사업자에게 A금형 설계도면을 요구해 제공받은 것으로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역시 공정위는 품질문제가 있었는지 입증되지 않았고, 해당 금형 설계도면이 특허에 사용된 점과 필요 부분을 특정하지 않고 전체 도면을 요구한 것은 요구 목적 달성에 필요 최소한의 범위를 벗어난 요구행위로서 위법성이 인정된다고 봤다. 

이와 함께 B모델에 대한 금형 설계도면의 경우, 엘에스엠트론이 자신의 중국법인에 전달할 목적으로 수급사업자에게 요구해 제공받은 것으로서 제조위탁 목적과는 무관한 요구행위로 위법성이 인정됐다. 

   
▲ 안남신 공정거래위원회 기술유용감시팀장이 3일 세종정부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중소기업 기술을 유용해 특허출원한 엘에스엠트론에 대한 법위반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안남신 기술유용감시팀장은 검찰 고발이 이뤄지지 않은 이유에 대해 “하도급법에서도 기술유용 행위에 대해 고발이 가능하다”면서도 “하지만 공소시효가 5년으로, 엘에스엠트론이 신고인으로부터 기술자료를 받고 특허출원에 사용한 시점이 2012년도 1월 4일이며, 특허출원하고 등록한 시점은 2013년도 8월로 공소시효가 지났다”고 답했다.

이어 안 팀장은 특허와 관련해 “엘에스엠트론이 출원·등록한 해당 특허는 현재까지도 효력이 살아있는 상태”라며 “수급사업자는 특허 무효심판 소송을 생각하고 있지만, 경영악화로 인한 비용문제로 아직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이번 사건 수급사업자는 자신의 기술을 사용하려면 엘에스엠트론에 특허료를 지불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한편 엘에스엠트론은 지난 2018년도 8월에 해당 법 위반과 관련된 사업 부분을 물적분할해 쿠퍼스탠다드로 이전했다. 
[미디어펜=구태경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