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태우 기자]"주 52시간제 시행으로 소득이 감소한 근로자들이 투잡, 쓰리잡을 뛰면서 집중력 저하로 안전사고 위험성도 늘고 있다. 시중은행의 코로나19 특수성을 반영하지 않은 관행적 기업 평가로 대출에 어려움이 크고, 내연기관 중심 업체는 기존 대출금도 회수하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연합회(KAIA)는 올해 초부터 코로나19와 반도체 수급난, 전동화 전환으로 위기에 몰린 자동차부품업계를 대상으로 세 차례에 걸쳐 간담회를 열고 업계 애로해소를 위한 대정부 건의서를 마련해 정부에 제출했다고 3일 밝혔다.
이날 간담회에서 한국지엠 협력사와 반월‧시화공단 부품사, 현대차‧기아 협력사 등은 "당초엔 2021년 생산 회복을 기대했으나, 코로나19에 이은 반도체 부족 심화에 따라 완성차의 생산회복이 지연되면서 부품업체들도 어려움이 심화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KAMA가 전자공시에 등록된 12월 결산 상장사 82개사 연결재무제표를 통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적자기업수가 작년 1분기 18개사에서 3분기엔 35개사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간 3차례의 간담회를 통해 부품사들은 주로 인력난과 금융 유동성, 물류난 등을 공통적으로 호소했다.
우선 청년층의 제조업 기피현상으로 외국인 근로자를 활용하면서 기존 체류기한이 만료된 외국인을 새로운 인력으로 대체해야 하나, 코로나19로 외국인 입국이 어려워져 극도의 인력난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또, 주 52시간제 시행으로 인해 근로시간이 줄면서 소득이 감소된 근로자들이 투잡, 쓰리잡을 뛰는 사례가 늘고 있고, 이로 인한 졸음과 집중력 저하 등으로 안전사고 위험이 늘고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이로 인해 경영자들은 생산성 둔화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위험 증가 등 이중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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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만기 자동차산업연합회(KAIA) 회장. /사진=자동차산업연합회 제공 |
오미크론 확진자가 기업별로 늘어나면서 현장의 생산인력 부족 문제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어 적기 생산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호소도 나왔다.
금융과 관련해서는 실제 대출이 필요한 업체들은 신용도·매출규모 등 대출요건을 맞추지 못하거나 시중은행의 코로나19 특수성이 반영하지 않은 관행적 기업 평가로 대출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지적됐다.
금융권에서 내연기관차는 점차 사라질 것으로 판단해 엔진, 트랜스미션 등 내연기관 중심 업체에 대해서는 기존 대출금도 회수하고 있어 부품업계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고도 했다.
중소부품업체들의 경우 미래차 기술에 맞는 투자, 인력재편 등이 현실적으로 어려워 정부의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최근 선박 확보 어려움과 유류비 증가로 물류비 부담이 크게 확대되고 있어 자동차 관련 물류 업체에 대해 정부 지원금 확대와 수입 부품의 지체 없는 하역을 위한 우선 접안과 양하 지원이 필요하다는 요청도 있었다.
KAIA는 이러한 자동차 부품업계 애로 해소를 위해 산업부, 기재부, 중기부, 고용노동부, 금융위원회 등에 건의사항을 전달했다.
인력난 해소 측면에서는 △중소업체의 낮은 수익성, 장기 근로시간을 감안한 업종·기업규모별 주52시간제의 차등 적용 △외국인근로자 취업활동기간 1년 한시 연장 적용대상 확대 △숙련 외국인근로자 장기체류 허용 비자의 업체당 허가인원 확대 △외국인근로자 도입규모 확대 △제조업에 한해 코로나19 확진자 자가격리 기간 단축 등을 건의했다.
유동성 지원 측면에서는 △P-CBO 한도 증액(현재 한도 BB+ 450억원, BB- 150억원), 기안기금 지원대상 조건 완화 △미래차 선도기업(사업재편 승인기업 등) 운영자금 추가 지원 △시증은행의 기업 평가에 코로나19 특수성 반영 등을 건의사항에 넣었다.
물류 지원과 관련해서는 △수입 컨테이너선에 대한 우선 접안 및 양하 지원 △선박접안 지연 대응을 위한 핫라인 구축 △자동차 전용 물류업체에 선박 우선배정 및 운임지원 △수입물류비에 대한 비용 지원(할당관세 품목 확대) 등을 건의했다.
그밖에 미래차 전환 지원 강화를 위한 건의사항에 △이종업종간 R&D 협업 체계 마련 △정부 미래차 R&D 과제 지원업체 평가시 업종 제한 완화(전기·전자업 외에도 수주율 확대 필요) 등이 포함됐다.
정만기 KAIA 회장은 "미래차 전환이라는 부담과 반도체 확보 어려움, 주52시간제 적용,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외국인 근로자 확보 어려움에 더해 최근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의 장기화 우려가 더해지면서 자동차 부품업체들은 해외투자를 심각히 고려하는 등 국내에서는 생존 자체를 우려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정부는 이런 상황을 감안해 임기 말이지만 현장 목소리에 보다 귀를 기울여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에 조속히 나설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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