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서우 기자] 쿠팡의 PB상품 때문에 피해를 봤다며 의혹을 제기한 영세 중소기업 제품이 연매출 75조원을 기록한 글로벌 기업의 상품으로 확인됐다.

1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유니레버코리아(유니레버그룹 국내 계열사)는 지난해부터 쿠팡 탐사 섬유유연제의 세제 용기와 비슷한 디자인의 ‘스너글 섬유유연제’란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해당 제품 용기는 쿠팡에 섬유유연제 용기를 납품해온 다존산업이 이미 디자인권을 보유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 쿠팡 납품 다존산업이 2019년 출원한 용기 디자인(왼쪽)과 유니레버가 2021년 10월 출시한 제품 디자인(오른쪽).


앞서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단체 6곳은 지난 15일 기자회견 등을 통해 “쿠팡이 계열사 특혜를 업고 기존 상품과 유사한 PB상품을 출시하면서 상품 도용으로 인한 판매자 피해가 발생해 열심히 일하는 중소업체를 울리고 있다”고 발표했다.

참여연대 발표 뒤 여러 미디어 매체는 피해 사례 중 하나로 쿠팡의 PB브랜드 ‘탐사’ 섬유유연제 제품을 소개했다. 하지만 해당 제품은 중소기업이 아닌 글로벌 생활용품 기업 유니레버(Unilever)사 제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유니레버는 지난해 620억 달러(75조 원)의 매출을 거둔 직원 15만 명의 대규모 기업으로 400여개 브랜드를 보유중이다. 2021년 10월부터 쿠팡 탐사 제품과 유사한 디자인을 자사 제품에 적용해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존산업은 2019년 9월 용기 특허를 출원했고, 쿠팡 탐사 섬유유연제는 같은 해 11월 나왔다. 다존산업이 디자인 특허를 2020년 4월 정식 등록한 지 1년 반 만에 유니레버코리아가 업체에게 제조를 위탁해 탐사 섬유유연제 용기와 유사한 디자인으로 제품을 출시했다는 것이다. 유니레버는 그전까지 스너글 제품을 직수입하며 다른 용기 디자인을 사용해왔다. 

다존산업 용기는 5ℓ 이상 대용량 섬유유연제를 담을 수 있고, 뚜껑이 두개 달려 있으며 소비자들이 주방세제처럼 펌핑해서 사용하도록 디자인한 점이 특징이다. 

다존산업 관계자는 “우리가 2년 전 이미 정식 등록심사를 거쳐 판매하던 용기 디자인을 지난해부터 유니레버가 유사하게 적용해 판매하고 있다”며 “자본력이 많은 다국적기업이 용기업체의 디자인을 마치 자신들의 자산인 것처럼 얘기한 것도 억울한데, 참여연대가 오히려 다국적 기업편을 들며 영세업체를 죽이려고 나선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다존산업은 직원 수 10명 남짓의 연 매출 33억 원 중소기업이다. 쿠팡의 PB상품을 제조하는 협력사 10곳 가운데 9곳은 중소기업이다. 다존산업처럼 다양한 특허권을 보유한 중소기업도 많다.

쿠팡 PB상품들과 경쟁 관계로 논란이 된 다른 제품들도 별도의 지식재산권을 보유하지 않았거나, 품목 디자인이 정형화돼있어 ‘카피 논란’과 무관하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일부 매체 보도로 알려진 ‘곰곰’ 소시지 페이스츄리’, 탐사 ‘고양이 모래’, 탐사 독서대 등이 이와 같은 사례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 카피 의혹 관련 거론되고 있는 대부분의 상품은 특성상 디자인이 이미 정형화돼있다”며 “다른 온라인몰과 대형마트 등에서도 비슷한 상품이 수십여 개 판매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쿠팡은 자사 뉴스룸을 통해 “PB제품 제조사인 CPLB와 함께 지식재산권을 존중해 PB제품을 출시하며 지식재산권과 침해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며 “자사의 PB상품은 중소기업에게 혜택이 돌아가며 이들의 성장을 돕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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