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서비스업 3대업종 일자리 80.4% 수도권에 집중
“메가시티 중심 특화형 산업 육성과 재원 확보 필요”
[미디어펜=구태경 기자] 비수도권 광역시들의 일자리 창출 역량 저하가 심각한 가운데 지난해 정부가 발표한 ‘초광역협력 정책’의 한계성이 지적되면서 메가시티를 중심으로한 생태계 구축이 대책으로 제시됐다. 동 정책은 다양한 협력을 수용할 수 있는 큰 그릇을 만들어놓은 것일 뿐 정책목표가 불분명해 지역의 혁신역량 강화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 판교에 조성된 기업 R&D센터들(좌측 상단 LIG넥스원, 우측 상단 SK케미칼, 좌측 하단 삼성중공업, 우측 하단 한화에어로스페이스)./사진=각사 제공


23일 산업연구원(KIET)이 발표한 ‘초광역권에 기반한 지역의 산업혁신 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 산업과 일자리의 디지털 전환이 본격화되기 시작한 2015년 이후 비수도권 광역시들의 일자리 창출역량이 심각하게 저하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지식서비스업 3대업종(소프트웨어 및 정보서비스, 영상·방송·창작예술업, 연구개발 및 전문서비스업)의 경우 최근 5년간 순증가한 일자리의 80.4%가 수도권에 집중된 것으로 조사됐다.

보고서는 지역 간 균형발전을 위한 ‘초광역협력’이 의미를 가지려면 비수도권 중추도시를 중심으로 대전환기 지식서비스업 중심의 일자리를 높이기 위한 획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산업 대전환의 방향은 소프트웨어 경쟁력이 중요한 시대로 가고 있는 만큼, 우리 산업의 일자리도 대전환의 방향에 맞게 변화 중이다. 

Big3산업(미래차, 반도체, 바이오), 이차전지, 디지털 헬스케어, 소프트웨어 및 정보서비스, 게임·문화산업 분야에서 일자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반면, 주력제조업과 도소매·음식숙박업, 교육서비스업 등에서는 일자리가 감소하는 추세에 접어들었다.

   
▲ 일자리 고성장 업종과 저성장 업종(2015~2020년간 연평균성장률)./자료=통계청

특히 지식서비스업 3대업종은 최근 5년간 연평균 3% 정도의 고용 증가율을 보여 양질의 일자리 성장을 주도하고 있는데, 2010년 이후 2020년까지 66만7000명이 순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 3대업종의 경우 전국 종사자수는 같은 기간 31만 3000명이 증가했는데, 이 중 수도권에서 순증가한 종사자수는 25만2000명이며, 직무상 관리자그룹과 전문가 및 관련 종사자 그룹의 일자리도 최근 5년간 순증가의 75.8%가 수도권에 집중됐다.

반면 비수도권 광역시들의 일자리 창출역량은 갈수록 저하되고 있다.

2015~2020년까지의 고용성장률을 보면, 전국적으로는 연평균 0.55%씩 고용이 늘어났는데, 광역시·도별로는 인천을 제외하고는 모든 광역시들의 고용성장률이 마이너스이거나 광주처럼 미세하게 플러스를 보이고 있다. 

보고서는 △비수도권 지역 중추도시의 지식서비스 기능 취약 △지역 우수인력의 수도권 유출 심각 △지역 민간기업 기술연구소들의 수도권 이전 △벤처캐피탈과 창업지원기능(엑셀러레이터)의 수도권 집중으로 인한 지역 벤처창업 생태계 약화 △비수도권 광역시들의 과도한 도시 외연 확대에 따라 도시의 중심성 약화 등을 비수도권의 일자리 창출역량이 떨어지고 있는 이유로 꼽았다.

   
▲ 고성장 양질의 일자리의 광역시·도별 추이./자료=통계청

이러한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의 발전격차가 2015년경 이후 더욱 커지면서 부울경(부산·울산·경남), 대구·경북, 광주·전남 등의 지역에서 메가시티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김영수 선임연구위원은 “지역주의는 기본적으로 분권과 자치에 기반한 분화와 원심력이 작용하는 경향이 강함에도 불구하고 자발적으로 지역간 협력에 기반한 메가시티 논의가 활발하게 제기된 이유는 2015년경 이후 수도권이 매우 강력한 흡입력을 보이는 것에 대한 지역 차원의 위기의식이 표출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메가시티 필요성에 대한 논의를 반영해 지난해 10월 정부의 ‘초광역협력 지원전략’이 발표됐지만 메가시티와 초광역협력은 결이 다른 접근”이라며 “메가시티는 경쟁력있는 대도시권 형성을 지향하는 반면, 초광역협력은 매우 다양한 기능적·공간적 협력을 포괄하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김 연구위원은 “동 정책은 산업 대전환기 초광역권 형성의 필요성에 기반해 초광역권을 통해 얻고자 하는 명확한 정책목표가 제대로 제시하지 못했다”며 “초광역권의 산업혁신은 중추거점도시(메가시티)를 중심으로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산업 대전환기에 초광역권 정책이 성과를 낼 수 있으려면, 17개 시·도로 분산하는 것이 아니라 초광역권의 메가시티를 중심으로 글로벌 경쟁이 가능한 수준의 산업혁신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연구위원은 보고서를 통해 △메가시티 중심의 특화형 산업 육성 △디지털경제시대 혁신 인력 양성 및 이를 위한 지원 확대 △초광역권 단위로 지역 혁신자원의 효율화 및 역량 강화 △지역이 주도할 수 있는 재원 확보 등을 정책과제로 제시했다.

한편 김호 부산산업과학혁신원 본부장은 “지역혁신성장역량지수와 지역과학기술혁신역량에서 수도권과 대전이 압도적 우위를 보이는 반면, 다른 지자체는 저조하다”며 “자본소득 양극화보다 과학기술 역량에서 이런 양극화가 더욱 크게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 본부장은 “연구개발(R&D) 중심 기업들의 엑소더스는 대부분의 지자체에서 겪고 있는 것”이라며 “특히 지식 기반 창업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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