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원 후 박정희 전 대통령 내외 묘역 참배 뒤 대구 달성 사저로
박 전 대통령 "이루지 못한 꿈 있다...이제 또 다른 이들의 몫”
윤 당선인 측 박 전 대통령 만남 검토...'국민통합' 메시지 낼 지 관심
[미디어펜=이희연 기자]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과 초유의 탄핵, 수감 생활과 사면까지 롤러코스터같은 삶을 살았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 24일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로 다시 돌아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이날 대구 달성구에 새로 마련된 사저 앞에서 "이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또 좋은 이웃으로서 여러분의 성원에 조금이나마 보답해나가겠다"며 대국민 메시지를 전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박 전 대통령이 이 자리에서 윤석열 당선인과 새 정부를 향한 메시지를 낼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 됐지만 특별한 언급은 없었다.

   
▲ 지난해 12월 특별사면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3월 24일 오전 서울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을 퇴원하면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다만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제가 대통령으로 있으면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열심히 일한다고 했지만 이루지 못한 꿈이 있다. 그건 이제 또 다른 이들의 몫”이라고 언급해 새정부를 향한 기대감을 드러낸 정치적 메시지가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이런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이날 직접 박 전 대통령을 찾아뵐 계획이라고 밝혀 조만간 두 사람의 만남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박 전 대통령이 윤 당선인과 새 정부를 향해 어떤 메시지를 보낼지, 또한 탄핵정국에서 쌓인 두 사람 사이의 앙금을 어떻게 풀어갈 지에 관심이 쏠린다.

지난해 12월 24일 사면된 박 전 대통령은 서울 일원동에 위치한 삼성서울병원에서 3개월 간의 치료를 마치고 이날 오전 8시 30분 퇴원했다. 병원을 나선 박 전 대통령은 "국민 여러분께 5년 만에 인사를 드리게 됐다"며 "많이 염려해주신 덕분에 건강이 많이 회복됐다"는 짤막한 소감을 밝혔다. 

이후 곧장 서울 동작구 현충원에 모셔진 박정희 전 대통령 내외 묘역으로 향했고 참배 후 대구 달성구에 마련된 사저로 향했다. 박 전 대통령은 사저 앞에서 마이크를 잡고 “지난 5년의 시간은 무척 견디기 힘든 그런 시간이었다”며 “힘들 때마다 저의 정치적 고향이자 마음의 고향인 달성으로 돌아갈 날을 생각하며 견뎌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제가 많이 부족했고 또 실망을 드렸음에도 이렇게 많은 분들이 오셔서 따뜻하게 저를 맞아주셔서 너무나 감사하다”며 “사면이 결정된 후에 여러분들이 제가 달성에 오면 편안한 여생을 보낼 수 있도록 돌봐드리겠다는 내용의 언론 기사를 보고 깊은 감동을 받았고 ‘제가 참 행복한 사람이구나’ 이런 생각을 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박 전 대통령은 대구와의 인연도 거듭 강조했다. 그는 “24년 전인 1998년 낯선 이곳 달성에 왔을 때 처음부터 저를 따뜻하게 안아주고 보듬어주신 분들이 바로 이곳의 여러분들”이라며 “그러한 지지와 격려에 힘입어 보궐선거에서 처음으로 국회의원에 당선됐고 연이어 지역구 4선 의원을 거쳐 대통령까지 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제가 대통령으로 있으면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열심히 일한다고 했지만 이루지 못한 많은 꿈들이 있다”며 “좋은 인재들이 저의 고향인 대구의 도약을 이루고 더 나아가 대한민국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저의 작은 힘이 나마 보태려고 한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박 전 대통령이 새로운 대통령 취임 전 국민 통합을 위해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 지 관심이 모아진다. 또, 지난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당시 특검 수사 팀장을 맡았던 윤 당선인과의 불편한 감정을 훌훌 털어내고 보수 통합과 국민 통합 메시지를 낼 지 정치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한 초선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오늘 윤석열 당선인도 직접 박 전 대통령을 찾아 뵐 거라고 했으니 두 분의 만남이 곧 성사 될 것으로 보인다"며 "박 전 대통령이 이 자리에서 윤석열 당선인과 새 정부의 성공과 함께 대국민 통합 메시지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고 기대했다. 

   
▲ 박근혜 전 대통령이 3월 24일 오전 국립서울현충원 내 부친 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 참배 후 대구 달성군 사저로 가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이양수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연합뉴스TV에 출연해 "지금까지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 생일을 맞아 윤 당선인이 쾌유를 기원하는 메시지를 생일 카드로 해서 보내드리고 권영세 본부장이 케이크를 준비해서 케이크와 카드를 이렇게 전달해 드린 적이 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사실 당선인께서는 박근혜 대통령께 어떤 미안한 마음도 있으시다. 박 전 대통령의 쾌유도 기원하시고, 앞으로 좀 잘 모셔야 되겠다는 생각도 하고, 전직 대통령으로서 예우도 좀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시는 걸로 제가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대선 후보 시절이던 지난 2월 28일 대선 TV토론에서 윤 당선인은 직접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는 "박 전 대통령 수사는 공직자로서 제 직분에 의한 일이었다고 하더라도, 정치적·정서적으론 대단히 미안한 마음을 인간적으로 갖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윤 당선인 이날 오전 서울 통의동 집무실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날 퇴원한 박 전 대통령과 관련 "건강이 회복돼 사저에 가게 돼서 아주 다행"이라며 "나도 내주부터 지방을 가볼까 했는데 퇴원하셨다니 한 번 찾아뵐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오는 5월 10일 국회 앞마당에서 열릴 자신의 취임식에 전직 대통령인 박 전 대통령을 초청할 뜻도 분명히 했다. 윤 당선인은 "원래 전직 대통령 다 모시게 돼있지 않느냐"며 "당연히 (초청하겠다)"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