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 및 현대重그룹 계열사, 女 사외이사 선임 '본격화'
대우조선·삼성重도 합류...새 자본시장법 대응 및 ESG 경영 강화 차원
[미디어펜=김태우 기자]남성적 직장문화가 강한 것으로 알려진 조선업계가 올해 주주총회을 계기로 여성 사외이사를 잇따라 선임하고 있다. 

오는 8월부터 새 자본시장법이 시행되면서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인 상장법인은 이사회를 특정 성(姓)으로만 구성할 수 없게 된 데 따른 것이다.

   
▲ (왼쪽부터)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전경. /사진=각사 제공

29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그룹의 지주사인 'HD현대'(옛 현대중공업지주)는 지난 28일 주주총회에서 이지수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를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으로 선임했다. 지주사 체제의 첫 여성 사외이사다.

현대중공업그룹 중간 지주사 한국조선해양과 조선 계열사 현대중공업도 지난 22일 주총을 통해 조영희 법무법인 엘에이비파트너스 변호사와 박현정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각각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그룹의 또 다른 조선 계열사인 현대미포조선은 김성은 경희대 회계학과 교수를, 전력기기·에너지솔루션 계열사인 현대일렉트릭은 전순옥 전 국회의원을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으로 영입했다. 전 의원은 제19대 국회의원 출신으로, 전태일 열사의 동생으로 잘 알려져있다.

'빅3' 조선업체 중 하나인 대우조선해양도 같은 날 정기 주총을 열고 첫 여성 이사로 최경규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를 선임했다. 

삼성중공업은 이미 2020년부터 여성 이사를 영입, 조현욱 변호사가 현재 사외이사로 활동 중이다.

조선업계의 잇따른 여성 사외이사 선임은 새 자본시장법에 따른 것이긴 하지만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강화 측면도 있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오는 8월 시행되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자산 2조원 이상 상장 법인은 이사회 이사 전원을 특정 성(性)의 이사로 구성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즉, 자산 2조원 이상인 회사는 최소 오는 7월까지 여성 이사를 선임해야 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주로 남성으로만 꾸려졌던 조선업체 사외이사진에 여성의 수가 늘어나는 등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같은 움직임은 조선업계를 넘어 산업계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개정된 자본시장법에 따라 여성 등기이사를 1명 이상 선임해야 하는 자산 2조원 이상 국내 상장사는 165곳이다. 

그중 여성 사내이사는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등 5명뿐이다. 현직 여성 사외이사 35명과 올해 추천된 24명을 제외하면 최소 101명이 더 필요하다는 얘기다. 자체적으로 여성 사외이사를 찾지 못한 기업들은 헤드헌팅 업체에 일을 맡기고 있다. 

하지만 헤드헌팅 업체들도 남성 사외이사 후보를 찾는 것보다 여성 후보를 찾는 데 2배 가까운 시간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일정 수준의 전문성이 담보되는 대학교수가 올해 신규 여성 사외이사 후보 중 78%를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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