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기연장·상환유예 비중 '1% 미만~최대 22%'…금리상승 최대 변수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출에 대한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가 오는 9월까지 6개월 추가 연장된 가운데, 정부의 이번 4차 연장조치 여파로 금융기관의 자산건전성 관리를 우려하는 시각이 커지고 있다. 연장조치가 은행권의 자산건전성 관리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현재로선 감내할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가 제기됐다. 

29일 한국기업평가(한기평)가 발간한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 추가 연장, 은행 자산건전성 문제 없나?' 제하의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피해 중소기업·소상공인에 대한 만기연장·상환유예 대출 지원액은 2020년 4월부터 지난해 연말까지 총 284조 4000억원을 기록했다. 

   
▲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출에 대한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가 은행권의 자산건전성 관리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현재로선 감내할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가 제기됐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금융기관별로 은행 177조 7000억원, 정책금융기관 105조원, 제2금융권 1조 8000억원 등으로 민간금융기관 중에서는 은행이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말 대출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를 받은 대출잔액은 총 133조 8000억원이다. 금융기관별로 은행 90조 1000억원, 정책금융기관 40조원, 제2금융권 3조 6000억원 등이다. 지원실적과 동일하게 은행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지원방식별로는 만기연장 116조 6000억원, 원금상환유예 12조 2000억원, 이자상환유예 5조 1000억원 등이다. 

은행의 경우 지난해 말 만기연장·상환유예 대출잔액은 90조 1000억원으로 5개월 전인 7월 말보다 3조 6000억원 증가했다. 지원방식별로 만기연장 83조 4000억원, 원금상환유예 5조원, 이자상환유예 1조 7000억원을 각각 기록하며, 만기연장이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했다. 

한기평은 대출규모 측면에서 만기연장·상환유예 대출의 부실위험은 '감내 가능한 수준'이라고 판단했다. 지난해 연말 기준 국내 14개 은행의 총여신에서 만기연장, 원금상환유예, 이자상환유예 대출규모는 각각 83조 4000억원, 5조원, 1조 7000억원으로, 총여신 대비 비중은 각각 4.62%, 0.28%, 0.09%다. 

특히 부실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높은 원금·이자상환유예 대출은 12월 말 6조 7000억원으로 14개 은행 자기자본 합계의 4% 수준이라는 점에서 부실을 충분히 흡수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총여신에서 만기연장·상환유예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은행별로 1% 미만부터 최대 22%까지 편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부실화 리스크가 높은 원금·이자상환유예 비중도 최소 0.01%에서 최대 1.47%로 큰 차이를 보였다. 다만 은행마다 대출 분류기준이 제각각이라는 점에서, 만기연장·상환유예 비중이 높은 게 자산건전성 저하 위험으로 연결할 순 없다고 평가했다.

자산건전성 지표도 최근 수년간 꾸준한 개선세를 보였다는 평가다. 고정이하여신비율과 대손충당금/고정이하여신비율은 2017년 말 각각 0.7%, 92.2%를 기록했지만 2021년 말 각각 0.3%, 187.6%로 크게 개선됐다. 

특히 부실자산에 대한 완충력을 나타내는 대손충당금/고정이하여신비율은 코로나19 관련 충당금을 선 적립하면서 최근 2년간 대폭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정부의 금융지원책과 상환 유예 영향이 큰 만큼, 실질적인 자산건전성은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은행권의 부실위험은 전반적으로 감내할 만한 수준이지만, 추후 고려해야 할 요소도 산적하다. 

우선 금리상승이 최대 변수다. 최근 대대적으로 시행 중인 금리상승이 은행 자산건전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시장금리가 2020년 하반기부터 상승흐름을 타고 있고, 한국은행은 지난해 8월, 11월에 이어 올해 1월 각각 0.25%포인트(p)씩 금리를 인상했다. 최근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로 불확실성이 가중돼 당분간 시장금리 상승세는 이어질 것이라는 평가다. 

또 금리 상승기가 본격화되는 만큼, 금리를 모니터링하면서 경기 회복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가령 금리상승이 완만하게 이뤄지면 은행권의 이자순이익 증가가 대손비용을 상회해 수익성에는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경기회복속도도 모니터링 요소로 꼽힌다. 회복속도가 빨라지면 일정 수준의 자산성장세가 유지되고 건전성 저하폭도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다만 금리상승기에 경기회복도 늦어지면 대손비용 상승이 순이자마진(NIM) 상승분을 상쇄해 수익성은 후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9월로 연장된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 종료 등의 잠재부실도 은행들이 대비해야 한다. 정부가 금리상승기에 지원조치를 거두면 급격한 자산건전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취약 차주의 상환능력이 부족할 가능성이 큰 만큼, 은행들이 잠재부실에 대비해 리스크 관리를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기평은 "은행의 건전성 관리를 지원하기 위해 규제 유연화 조치(예대율, 유동성비율 등)의 단계적 정상화가 필요하다"며 "정책적 금융지원에 가려진 실질적인 자산건전성 추이와 금융당국의 지원조치 종료에 대비한 연착륙 지원 방안이 효과적으로 작동하는지 중점적으로 모니터링할 계획이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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