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0년간 세 차례 유류세 인하 조치…직후 정유사 주가 약세 흐름
[미디어펜=홍샛별 기자] 국제유가의 상승세 속 고공 비행 중이던 정유주의 날개가 정부의 유류세 30% 인하 카드에 꺾일지 투자자들의 이목이 집중된다. 최근 20년간 유류세 인하 조치 기간 동안 정유주의 주가가 힘을 쓰지 못했다는 점도 이 같은 우려를 키우고 있다.

   
▲ 국제유가의 상승세 속 고공 비행 중이던 정유주의 날개가 정부의 유류세 30% 인하 카드에 꺾일지 투자자들의 이목이 집중된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기름값을 잡기 위해 다음 달 5일 유류세 추가 인하 여부를 확정할 방침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제57차 비상경제중앙대책본부회의를 열고 “유류세 인하 폭 확대 여부를 막바지 점검 중”이라면서 “할당관세 적용 품목 확대를 포함한 추가 대책을 내달 5일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확정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정부는 유류세 인하 폭을 기존 20%에서 30%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30% 확대 여부는 이번 주 국제유가와 3월 소비자물가 상황 등을 살펴본 후 최종적으로 결정할 예정이다.

인하율이 30%로 확대되면 휘발유 1리터(ℓ)당 세금은 574원으로 내려간다. 유류세 인하 전보다는 246원, 인하율 20% 적용 때보다는 82원이 줄어드는 셈이다. 유류세 인하가 휘발유 가격에 전액 반영될 경우 가격이 추가로 82원 내려가는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여겨진다.

증권가에서는 유류세 추가 인하가 현실화 될 경우 정유주의 약세는 피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최근 20년간 세 번의 유류세 인하 조치 때마다 정유주가 약세를 보인 만큼 비슷한 흐름을 이어 나갈 것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KRX 에너지화학 지수는 유류세가 인하된 시기인 △2008년(3월10일~12월31일) 29% △2018년(11월6일~2019년 5월6일) 4.49% △2019년(5월7일~8월31일) 7.8% 하락했다.

KRX 에너지화학 지수는 △LG화학 △SK이노베이션 △S-Oil △SK아이이테크놀로지 △롯데케미칼 △한화솔루션 △SKC △금호석유 △GS △천보 등 10종목으로 구성돼 있다. 

여기에 국제 유가의 변동성 확대 역시 주가 불안감을 키우는 요소다. 30일 기준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 5월 인도분 선물은 전장 대비 3.4% 올라 배럴당 107.82달러, 북해 브렌트유 5월물은 2.9% 상승해 배럴당 113.35달러를 기록했다. 

국제 유가는 연초부터 석유 수요 회복 기대감과 공급 부족 우려로 지속 상승해 왔다.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 제재에 따른 에너지 공급 차질 우려로 WTI는 이달 1일 전장 대비 8.0% 상승 후 지난 9일 12.1% 급락하는 등 가격 변동성이 확대됐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국내 휘발유에 부가되는 유류세는 ‘교통세+교육세(교통세의
15%)+주행세(교통세의 26%)’로 구성된다”면서 “국내 휘발유가격이 리터당 1700원이 넘어서면, 정부는 유류세 인하를 통해 소비자 부담을 줄여왔다”고 설명했다.

황 연구원은 이어 “ 최근 20년 동안 3번의 유류세 인하 조치가 있었는데, 유류세 인하에도 효과 없을 경우 원유 도입관세 인하 등과 함께 정유사에 공공적 기능(국내 석유가격 안정화)을 강조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과거 2번의 유류세 인하 이후 정유사 주가가 약세를 보였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한편, 지난 30일 S-OiL은 전 거래일보다 1000원(1.02%) 내린 9만68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GS는 350원(0.81%) 하락한 4만2600원, SK이노베이션은 2000원(0.95%) 오른 21만1500원에 장을 끝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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