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료 인상 건으로 갈등…교회 "주차장 원상 복귀" vs 신동아 "주차장 직접 운영"
[미디어펜=이동은 기자]서울 용산구 온누리교회 앞 주차장 부지를 둘러싸고 교회 측과 신동아건설이 충돌했다. 해당 부지는 신동아건설 소유 토지로 그동안 교회가 임대료를 내고 주차장으로 사용해왔지만, 임대료 인상 건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있다. 교회 측은 용산구청에 '주차장 원상 복귀'를 요청하는 내용의 민원을 제기했으며, 신동아건설은 주차장을 직접 운영할 계획이다.

5일 미디어펜 취재에 따르면 신동아건설은 최근 온누리교회와 체결한 정문 주차장 사용 관련 임대계약을 해지했다. 서울 용산구 일대의 온누리교회 주차장은 정문과 후문 두 곳에 있는데 정문 쪽의 주차장은 신동아건설 소유 토지다.

   
▲ 용산 서빙고동 온누리교회 정문 앞에 신동아건설의 펜스가 설치돼 있다./사진=미디어펜

온누리교회와 신동아건설의 인연은 온누리교회 설립자 고 하용조 목사와 최순영 전 신동아그룹 회장 사이에서 시작됐다. 고 하용조 목사의 부인과 최순영 전 회장의 부인은 자매 사이다. 신동아건설이 소유하고 있던 부지에 교회와 선교관을 지어 온누리교회에 기증했지만, 여전히 교회 정문 쪽의 땅은 신동아건설 소유로 남아있다. 

그동안 교회는 이 부지를 신동아건설에 일정 임대료를 내고 주차장으로 이용했다. 양측은 1년 단위로 임대계약을 체결해왔으며, 임대료는 자산 평가액의 1~1.5% 수준에서 산출됐다. 

지난 2월 28일 임대계약이 만료됨에 따라 신동아건설은 교회 측에 적정 수준의 임대료 인상을 요구했지만, 교회 측에서 수용하지 않아 임대계약을 해지하게 됐다.

신동아건설 관계자는 "자산 평가액의 1~1.5% 수준의 적정 임대료를 산출해 교회 측과 협의를 진행했다"며 "실무자 선에서는 합의를 이뤘지만, 교회 상부 목회자 측에서 일정 수준의 임대료 이상 줄 수 없다고 주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보편적이고 정당한 임대료 인상에 교회 측이 수용하지 않으면서 임대계약을 해지했다"고 덧붙였다.

실무자 선에서 합의를 이룬 금액과 교회 상부 목회자 측의 임대료 상한선 금액의 차이는 월 500~700만원 수준이다.

신동아건설은 임대계약이 해지됨에 따라 현재 해당 부지에 펜스를 설치하고 직접 주차장으로 사용하고 있다. 

◆ 온누리교회 "원상 복귀" vs  신동아건설 "직접 운영"

"30년이 넘게 편리하게 사용해 온 도로인데, 사유지라는 이유로 가로막아 놓은 것에 대해 장소 사용에 관련돼 확정된 법적인 근거를 명확하게 설명해 달라."(서빙고 온누리교회가 용산구청에 보낸 민원 내용)

온누리교회는 신동아건설의 주차장 폐쇄에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30년 넘게 문제없이 주차장으로 사용해왔으며, 해당 주차장을 사용하지 않으면 교회 출입이 어려워지고 주차난이 가중된다는 내용이다.

기존에는 정문 주차장으로 들어올 때 이촌 지하차도를 통과해 좌회전 신호를 받아 들어왔지만, 해당 도로에서는 유턴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지하차도를 통해 온누리교회에 들어갈 수 없다.

이촌동 측 지하도로의 우측도로를 이용해 동작대교 아래쪽으로 이동하는 경우에도 도로 상황상 후문 주차장으로 들어갈 수 없다. 실선 도로에 막혀 교회 주차장으로 바로 진입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교회 후문 주차장으로 들어서기 위해서는 약 10분을 돌아서 들어오는 방법밖에 없어지는 셈이다.

10년 이상 온누리교회에 출석한 한 성도는 “정문 주차장이 출입이 안 될 경우 한참을 돌아서 후문 주차장으로 진입해야 하는데 안 그래도 복잡한 주차문제가 더 심해질 것으로 우려된다”며 “좋은 일에 사용하는 것인데 임대료를 그렇게까지 높게 올려 받을 필요가 있나 싶다”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 온누리교회가 용산구청에 보낸 민원./사진=미디어펜

온누리교회는 용산구청에 민원을 제기하고 나섰다. 현행대로 다시 해당 부지를 주차장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거나 주차장 출입을 용이하게 해달라는 입장이다.

온누리교회가 용산구청에 보낸 공문에 따르면 교회 측은 △사유지임을 인정하지만 현황도로 용도 유지 △신동아건설 측에서 주차장으로 사용하더라도 지하차도를 나와 좌회전 신호 시 교회 방향으로 이동 허용 △이촌동에서 후문 주차장 진입 방안 마련 등을 요청했다.

용산구청 관계자는 “접수된 민원에 대해서는 해당 민원인 외에는 외부로 확인이 어려운 상황이다”며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있기 때문에 구청 측에서 중재하기는 어렵고 민원에 대해 관련 부서를 연결해주거나 답변해주는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도로 변경의 경우에도 구청이 아닌 경찰서 소관이기 때문에 구청에서 해줄 수 있는 부분이 없다”고 덧붙였다.

신동아건설은 교회 측과 협의를 계속해서 이어가면서도, 협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직접 주차장을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신동아건설 본사는 온누리교회 맞은편 신동아쇼핑센터에 위치해 있는데, 주차 공간 부족으로 불편을 겪어왔다.

신동아건설 관계자는 “(본사의) 부족한 주차문제 해결을 위해 임대계약 해지 후 해당 토지에 구획설정을 위한 펜스를 설치하고 주차장 직접운영 방안을 마련 중”이라며 “교회 측과 원만한 해결을 위해 협의 중이지만 당사의 협소한 주차장 문제 해결을 위해 협의 실패 시 당사 주차장과 다른 시설을 증축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이어 “교회 성도와 인근 주민들의 주차 및 통행권 보장을 위해 교회 지하주차장 입구 펜스를 개방하고 교회 출입구도 개방해 놓았다”고 덧붙였다.
[미디어펜=이동은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