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 측면 변화 더 노력해야…규모 보다 내부 체질 개선 필요"
"고객은 국가를 초월한다…변화 점수는 30~40점"
"尹정부 규제완화 기대…정부에 맞추기보다 일관성 있는 미래전략 추진"
"지배구조 개편은 정답 없어…사업적 변화 추이 보면서 진행할 것"
[미디어펜=김태우 기자]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고(故) 정주영 창업주 시대의 변화 만큼 앞으로도 현대차그룹의 사업구조나 지향점에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을 예고했다. 

변화의 성과에 대한 점수는 30~40점 정도로 평가하며 현대차의 최대 라이벌은 현대차가 될 것이며 배터리업체등과 협력해 전기차 시대를 해처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사진=현대차그룹 제공

이 밖에도 정의선 회장은 변화의 지향점은 '인간을 위한 도전', '고객을 향한 충성'으로 지목하며 국가를 넘어 전 인류의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의지도 확고히 했다.

정의선 회장은 1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시 맨해튼 제네시스하우스에서 진행한 특파원단과의 간담회에서 "창업주께서 '현대'를 처음 시작하실 때, 정비소, 중동건설, 한강대교 등으로 일구셨었고, 그 때 당시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면서 "현재의 변화도 같은 맥락에서 진행형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앞으로도 더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비즈니스라는 게 성공을 담보할 수 없지만, 앞으로도 의지를 가지고 최선을 다해 노력할 예정"이라며 "인간을 위해서 도전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전세계 생산 및 판매 거점들을 더 효율적으로 운영해 완성차 및 신사업(로보틱스, UAM 등) 분야에서 성과가 날 수 있도록 거점운영 및 필요한 인력수급 등을 진행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체격만 크다고 좋은 건 아냐, 체력과 체질이 중요"
정 회장은 특히 소프트웨어적인 측면에서 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소프트웨어 부분이 혁신적으로 많이 바뀌어야 하는데 그것을 지금 시작하는 단계"라며 "하드웨어적인 부분은 바뀌어 가고 있지만, 더 많이 바뀌어 가야 할 부분이 소프트웨어, 문화"라고 말했다.

변화의 성과에 대해서는 "당연히 100점은 안되고 30~40점 정도가 아닐까 생각한다"면서 "모두 열심히 하고 있지만 가야 할 길이 멀다. 저부터 많이 변화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다만 "어떻게 변해야 할지는 내부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다"면서 "더 순발력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고 덧붙였다.

전동화, 자율주행 등 자동차 업종 패러다임 전환 대응에서 UAM, 로보틱스 등 신사업으로의 사업구조 전환까지 많은 변화의 노력이 이뤄지고 있지만, 그 중심에는 품질과 안전, 그리고 고객에 대한 배려가 자리해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규모' 보다는 '실속'이 중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정 회장은 "자율주행은 2026년까지는 레벨3는 완벽하게 하고 레벨4도 사내 연구소안에서는 테스트하고 있지만 레벨4를 시작한다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얼마나 완성도가 있는 것이냐가 중요하다"면서 "미국 기준으로 레벨4는 2026년까지는 생산‧판매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혼다를 제치고 5위를 차지한 것에 대해서도 "차를 단순히 많이 판다고 좋은 게 아니라 품질, 고객 만족과 같은 실속이 있는 게 중요하다"면서 "판매는 차를 잘 만들면 드러나게 되는 부분이고, 내부 체질을 바꾸는 데 노력을 많이 해야 된다고 본다. 사람도 내부가 건강하고 체력이 좋고 체질이 좋아야 하지, 체력만 크다고 좋은 건 아니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차량 자체의 상품 경쟁력을 높이는 게 가장 중요하다"면서 "품질이 제일 좋아야 하고 그리고 아무리 전자 장치가 많아지고 자율주행이나 편의성이 높아지더라도 문제가 생기면 안 된다. 그런 기본기를 다지는 것이 저희가 성공하는 길이라 생각하고 늘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사진=현대차그룹 제공

◇"전기차 사업, 국가별‧지역별 다양한 배터리 회사와 협력"
정 회장은 현 시점에서 가장 큰 라이벌로 자사를 지목하면서 누구든 경쟁상대가 될 수 있고, 누구든 협력 관계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자동차 회사 뿐 아니라 IT회사 등과도 융합과 보완이 이뤄지고 있으니 모두가 라이벌이고, 가장 큰 경쟁 상대이자 이겨야 할 대상은 우리 자신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어디와도 연합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전기차 사업의 핵심 파트너인 배터리 업체들과의 협력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정 회장은 "국가별, 지역별로 한 곳이 아닌 여러 곳의 배터리 회사와 협력하고 있다"면서 "그 과정에서 우리와 기술적으로 결합됐을 때 가장 시너지가 높은 곳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항상 가능성을 가지고 배터리 회사와 같이 별도로 이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공장이 필요하다면 (LG에너지솔루션과 합작 투자한) 인도네시아 공장처럼 같이 투자하는 것이고, 앞으로 다른 공장들도 그런 형태가 되지 않을까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로보틱스 사업과 관련해서도 "요소기술이나 부품과 같이 로봇기술의 브레인이 되는 기술들을 가지고 있는 곳들을 협업 등과 같은 다양한 방식으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우리의 목적은 고객, 고객은 국가를 초월하는 개념"
정 회장은 내달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와의 팀플레이에 대해서도 큰 기대를 드러냈다. 그는 최근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의 현대차‧기아 연구소 방문을 언급하며 "많이 둘러보시고 규제를 뭘 완화하고 없애야 하는 등 새 정부의 의지를 말씀해 주셨다"면서 "자율주행 등 구체적인 사업들에 많은 관심을 보여주셨고, 우리 직원들도 고무됐던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다만 새 정부 기조에 맞추기보다는 일관성 있게 미래 전략을 추진해 나가겠다는 방침도 분명히 했다. 정 회장은 "언제나 저희 하기 나름이라고 생각한다. 일관된 방향성으로 가지고 정부에 맞춘다는 생각이 아닌, 우리 스스로가 열심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만약 안풀리는 부분이 있으면 안타깝지만 차선책을 찾는 식의 최선의 노력을 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새 정부의 규제완화 의지에 대해서는 "항상 기대해왔다"고 했다.

정 회장은 국가 차원을 넘어 전 세계 고객에 초점을 맞춰 미래 전략을 추진해 나가겠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그는 안 위원장이 미래 모빌리티를 '앞으로 국가의 먹거리가 될 전략사업'이라고 언급한 것에 대해 "전 세계에서 우리가 잘 하다 보면 국가에도 도움이 되는 게 아닌가"라며 "우리의 목적은 (국가보다) 더 큰, 고객에 있다. 고객은 국가를 초월하는 개념"이라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어떤 아이템에 대해 국가적으로 도움이 된다, 안된다를 놓고 판단할 수는 없을 것 같고 더 많은 사업들이 많이 벌어져서 잘 되는 것은 키우고 안 되는 것은 빨리 접는 식의 결정이 스피디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면서 "하나를 정해서 국가나 기업 전체가 올인하는 방식은 위험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사진=현대차그룹 제공

◇"미래 예측 위해 역사를 보고 과거의 경험을 살려 경영에 접목해야"
정 회장은 최근 코로나19 상황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등 어려운 대외 환경에 대해 "국제 정세가 불안정하고 변화가 많기 때문에 예측하기 어렵다. 항상 시나리오를 가지고 민첩하게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차질이 발생할 수도 있지만 신규 지역과 같은 기회요인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회사 내에서도 예측 기능을 강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래 전망에 대해서는 역사적인 사례를 보고 '이렇게 가면 미래가 어떻게 변하겠구나'라는 생각을 한다"면서 "과거의 역사를 보고 그 경험을 살려서 경영에도 많이 접목하고, 거기서 답을 많이 찾는다"고 덧붙였다.

2018년 시도했다가 철회한 그룹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서는 사업구조 변화 추이를 보면서 좀 더 시간을 두고 진행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정 회장은 "지배구조 개편은 정답이나 모범답안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사업적으로 많이 변화하고 있고 새로운 신사업이 들어가고, 또 줄어드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그걸 보면서 진행하는 게 내부적으로 좋다고 판단을 하기 때문에 그런 페이스에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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