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총선, 2021년 재보선, 2022년 대선까지 '여당 피해갈까' 결론 못 내
결국 다음정권에 공 떠넘긴 중기부…시장 발전 저해
업계, 대기업 진입 저지 집착 버리고 유예기간 경쟁력 강화·시장정화에 힘써야
[미디어펜=김태우 기자]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정권 말. 중소벤처기업부가 '정치 논리'에 휘둘려 '국민 편의'를 외면했다. 대기업의 중고차 진출 시점을 내년으로 연기하면서 소비자 편의 확보는 더 늦어지게 됐다. 

   
▲ 산업부 김태우 기자.
중기부는 28일 늦은 저녁 '중소기업사업조정심의회'를 통해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중고차 판매업 진출을 1년 유예한 5월 1일부터 시작할 수 있다는 사업조정 권고안을 의결했다. 다만 내년 1~4월 동안 각각 5000대 안에서 인증 중고차 시범판매가 허용했다.

더불어 대기업의 중고차 판매 대수도 제한시켰다. 2023년 5월1일부터 2024년 4월30일까지는 현대차 2.9%, 기아 2.1%로, 2024년 5월 1일부터 2025년 4월30일까지는 현대차 4.1%, 기아 2.9%로 제한했다. 매입 범위도 신차를 구매하려는 고객의 중고차 매입 요청 시에만 대기업이 매입할 수 있도록 했다. 

결국 현정권에서는 소비자의 피해사례가 지속적으로 보고되건 말건 정치적 적극성을 띄고 있는 집단의 의견에만 집중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힘들어졌다. 

중고차시장 개방은 오랜 기간 국민들이 요구해 온 해묵은 과제였다. 중고차 딜러를 비하하는 '차팔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수 많은 소비자들이 그들로부터 각종 사기와 강매로 피해를 입어왔다. 중고차 강매를 당해 극단적 선택까지 한 사례도 이미 보고된 바 있다.

중고차 매매업계의 자정 노력을 기대하긴 힘들었다. 그들에게는 '중소기업 적합업종'이란 보호 장치로 2013년부터 2019년까지 무려 6년 간의 시간이 주어졌으나 전혀 나아지는 건 없었다. 

대기업의 시장 진출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믿을 수 있는 거래 루트를 제공하고, 기존 업자들에겐 '메기효과'를 부여하는 게 유일한 개선 방안이었다.

하지만 2019년 2월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기간이 끝나자 중고차 매매업계는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을 신청했고, 공교롭게도 이 때부터 계속해서 정치 이벤트가 이어졌다. 2020년 총선, 2021년 역대급 재보선, 그리고 2022년 대선이다.

정부가 어떤 식으로건 결론을 내린다면 어느 한 쪽은 선거에서 여당에 불리한 '실력행사'에 나설 여지가 있었다. 중고차 시장 개방을 허용한다면 중고차 매매업자들이, 불허한다면 소비자 단체들이 여당의 반대편에 서는 그림이 그려지는 상황이었다.

그래서인지 주무부처인 중기부는 2019년 11월 동반성장위원회로부터 '중고차매매업이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부적합하다'는 의견서를 받고도 생계형적합업종심의위원회를 열지 않은 채 버티기에 들어갔다.

총선이라고 뭉개고, 재보선이라고 뭉갰으니, 대선 이후까지 뭉갤 것이라는 합리적 추론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런 우려는 현실이 됐다. 중기부는 대선이 끝난 이후에서야 중고차 매매업에 대한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위원회(심의위)를 개최하고 중고차 시장을 생계형 적합업종에서 제외시켰다. 

심의위는 중고차 매매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미지정한 사유에 대해 △규모의 영세성 기준 부적합 △소비자 후생 증진 효과 △동반성장위원회 실태조사·전문가 의견수렴 등을 들었다.

심의위는 중고차 매매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하지는 않지만, 현대차 및 기아의 중고자동차 시장 진출 시 중소기업·소상공인의 피해가 충분히 예상된다는 점에는 동의했다. 이에 따라 향후 '중소기업사업조정심의회'를 통해 이러한 우려 사항들을 논의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후 현대차와 기아는 사업진출에 대한 방향성과 소비자들이 누릴 수 있는 새로운 서비스를 구체화하며 새로운 출발 준비를 알렸다. 하지만 이런 효과를 소비자들은 1년 뒤에나 누릴수 있게 됐다. 

현재 반도체 부족 문제와 유가 상승으로 인해 중고차는 높은 인기를 누리며 소비자가 몰리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정부 부처의 배려는 존재하지 않았다. 중고차 시장에서 현재 신차보다 비싼 차가 있을 만큼 가격 변동성이 심하다. 갈수록 불투명성이 짙어지고 있는 실정임에도 이를 무시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는 중기부다. 

   
▲ 중소벤처기업부가 완성차 업계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1년 연기했다. /사진=미디어펜

이쯤 되면 누구나 평등하다는 국민이라는 호칭에도 등급이 나뉘는 것 아닌가 싶다. 응집력의 유무에 따라서 말이다. 숫자만 놓고 보면 소비자들의 수가 많다. 하지만 정치적 적극성은 생업이 달린 중고차 업계가 더 높다. 이에 현재 정권에서 정치적인 이미지를 고려해 중고차 시장의 대기업진출을 최대한 미룬 것 아니냐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이유다. 

이런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고 있는 사이 중고차 사업자들의 경쟁력은 약해졌다. 

중고차 시장 역시 시장논리로 굴러간다. 대기업이 진출을 한다고 해도 인증중고차를 원하지 않는 소비자들은 좀 더 저렴한 차량을 구매하기 때문이다. 이런 모습은 이미 시장에 진출해 있는 수입차 업체들만 봐도 알 수 있다. 

수입차를 구매할 때 믿고 구매할 수 있다는 브랜드 인중 중고차가 시장에 진출해 있어도 보다 저렴한 차를 구매하기 원하는 소비자들은 알아서 발길을 돌린다. 그럼에도 정부는 중고차 사업자들의 편에서 대기업의 시장진출을 막으며 소비자들의 피해와 양성화에 대한 요구는 듣지 않았다. 

9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동안 중고차 매매업은 충분한 보호를 받아왔다. 2013년 3월 중고차 매매업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돼 3년간 대기업 진입이 불허됐고, 기한 연장으로 3년의 시간이 추가됐다.

법적 한도 기한이 모두 종료된 2019년 2월에는 중고차 매매업계가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을 신청했고, 주무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가 지정 여부를 놓고 시간을 끌면서 올해까지 3년간 비공식적으로 보호 기간이 연장해줬다.

하지만 여전히 시장의 양성화에대한 소비자들의 지적은 이어지고 있고 꾸준히 피해사례는 보고되고 있다. 이런 피해를 고발하는 유튜브 컨텐츠와 채널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다. 

그럼에도 일부 중고차 업계는 중고차 매매업의 3년의 유예기간을 요구했다. 중소기업사업조정심의회는 이 요구를 일부 수용해 현대차‧기아에 사업 개시를 1년 유예할 것을 권고했다.

지난 9년의 시간동안은 무엇이었기에 이제 와서 다시 유예기간을 요구하는 것인지 이해하기 힘들다. 9년간 현행 상태를 유지해왔는데 추가로 시간이 주어진다고 해서 얼마나 바뀔지도 모르겠지만 남은 시간동안 기존방식대로 이윤을 남기겠다는 심산은 아닌지가 의심되는 바다. 

이미 1년의 유예기간은 선고됐고, 내년에서야 본격적인 시장의 양성화 작업이 들어갈 전망이다. 신차 가격과 큰 차이가 없음에도 인증중고차를 원하는 소비자들이 있다는 것과 이런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만든 것은 지난 9년간 중고차 사업자들이 만든 것이다. 

남겨진 1년이라는 시간동안 부디 경쟁력을 갖추고 대기업이 서비스를 무기로 고가의 중고차를 판매할 때, 양질의 제품으로 합리적인 소비를 원하는 이들을 고객층으로 유입시킬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하고 신뢰를 되찾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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