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새 자산 규모 24%↑, 국내 재계 40위권 '성큼'
LG그룹과의 거래 비중 상당…"신규 거래선 확보 노력"
[미디어펜=박규빈 기자]구본준 회장이 이끄는 LX그룹이 LG그룹으로부터 분리·독립한지 1년이 지났다. LX그룹은 자산 규모를 불려 재계 50위 이내로 드는 데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LG그룹과의 거래 덕에 가능했던 일인만큼 이 비중을 낮춰야 하는 숙제 또한 안고 있다.

4일 재계에 따르면 LX그룹은 지난 3일 출범 1주년을 맞았다. 그룹 지주회사 LX홀딩스의 구본준 회장은 고(故) 구자경 LG그룹 2대 회장의 3남이다. 구 회장은 1985년 금성반도체에 입사했고, 이후 LG반도체·LG필립스LCD·LG상사·LG전자에서 차례로 대표이사직을 수행하며 경영 능력을 입증해왔다.

그랬던 구 회장이 LX그룹 계열 분리를 하게 된 건 범 LG 가문의 '장자 승계 원칙' 때문이었다. 이에 따라 LG그룹에서는 LS·LF·LIG·희성그룹·아워홈 등이 떨어져 나갔고, 가장 마지막으로 LX그룹이 생겨나게 된 것이다.

   
▲ 구본준 LX그룹 회장./사진=연합뉴스

구본준 회장은 LX그룹을 조직하며 △LX인터내셔널(구 LG상사) △LX하우시스(구 LG하우시스) △LX세미콘(구 실리콘웍스) △LX MMA(구 LG MMA) △LX판토스(구 판토스) 등 5개 회사를 편입했다. 이들 회사는 각각 무역·상사, 건자재, 반도체, 석유·화학, 물류 등 관련 업계 1~2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구 회장은 지난해 출범사를 통해 "우리 안에는 1등 DNA와 세계를 무대로 하는 개척 정신이 자리 잡고 있다"며 "변화를 두려워 말고 국내 시장을 넘어 세계로 나아가자"고 강조하기도 했다. 

실제 LX그룹은 덩치를 나날이 키워가고 있다. 2020년 8조930억원 수준이던 자산 규모는 지난해 말 10조374억원으로 24.02% 성장했다. 아직 공정거래위원회가 계열 분리 신청에 대해 승인을 내리지 않아 동일인 지정을 하지는 않았지만 자산 총액만을 따지면 국내 재계 40위권에 들게 될 전망이다.

특히 LX그룹 최대 계열사 LX인터내셔널은 저수익의 늪에서 탈출,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영업이익 6562억원을 거뒀다.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310.6% 늘어난 수준이다. 지난해 LX그룹 소속 계열사의 전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2조8099억원, 1조2591억원으로, 전년 대비 매출은 42.3%, 영업이익은 212.8% 증가했다.

LX인터내셔널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10.6% 증가하며 역대 최대 규모인 6562억원을 기록했다. 반도체 계열사 LX세미콘(옛 실리콘웍스) 역시 전년 대비 292.4% 늘어난 3696억원으로 역대 최대 흑자를 달성했다.

구 회장은 M&A에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LX인터내셔널을 통해 6875억원을 투자해 포승그린파워와 한국유리공업을 인수했고, 반도체 사업에도 진출하고자 매그나칩 인수전에도 뛰어든 상태다. 이 외에도 지난 2월에는 판토스와는 별개로 부산에 3500억원 물류기업 '에코앤로지스 부산'을 세워 대규모 친환경 복합 물류 센터를 건립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구 회장에게는 풀어야 할 숙제도 여전히 남아있다. 구 회장은 ㈜LG 지분을 매각 또는 기부하는 방식으로 지분율을 낮췄고, 이를 통해 LG그룹에서 공식 분리했다고 하나 여전히 거래 비중이 상당하다. 2020년 말 기준 LX세미콘은 75%, LX판토스는 66%의 거래가 LG그룹 계열사들과 이뤄졌다.

공정위는 3년 간 LG그룹 계열사들과의 거래 내역을 제출하라고 통보할 전망이다. 이 기간 중 부당거래가 적발될 경우 경쟁 당국은 계열 분리 신청에 대해 취소 처분을 내릴 수도 있다.

LX그룹 관계자는 "현재 계열 분리를 신청하고 당국의 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며 "전체 계열사들이 LG그룹과의 거래 비중을 낮춰야 하는 방향에 동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신규 거래선 확충 등 외부 거래의 파이를 늘리고자 하는데, 이 경우 LG그룹과의 거래 비중은 자연스레 낮아질 것"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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