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최상진 기자] 첫 방송부터 강렬한 남자들의 야욕이 불을 뿜었다. ‘화정’을 통해 기존 사극의 틀에서 벗어나겠다는 MBC의 강한 의지가 드러났다.

MBC 대하드라마 ‘화정’이 13일 베일을 벗었다. 영창대군을 왕으로 옹립하려는 세력과 위기를 느낀 광해군 세력의 충돌, 그 결과 독살로 생을 마감하는 선조의 모습이 빠른 속도로 전개됐다. 위기 극복, 또 위기 극복만 거듭되던 과거 MBC 사극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일등공신은 단연 차승원이었다. 정명공주를 앞에 두고 “둘이 있을 때는 오라버니라 부르라”며 다정다감한 모습을 보이다 한순간에 차갑게 굳어버리는 얼굴, 단 한 장면만으로 광해군의 성격을 완벽하게 구현해냈다. 선조(박영규)에게 한없이 소극적으로 대응하다 독살로 죽어가는 그 앞에 분노를 쏟아내는 모습 역시 만만치 않은 카리스마를 내뿜었다.

   
 

‘삼시세끼’에서 보여준 차줌마 이미지가 연상되리라는 우려도 있었다. 그러나 차승원의 광해군이 잠시라도 시청자들의 마음을 내려놓게 만드는 순간은 없었다. 항상 정적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안고 살았던 가장 위태로웠던 세자에게 여유는 필요하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최근 쌓아놓은 이미지를 버리고 사극 영화 ‘구르믈 벗어난 달처럼’, ‘혈의 누’에서 보여준 것과 같은 강렬함을 택했다.

드라마는 광해군이 즉위하는 과정부터 출발했다. 적통인 영창대군과 정명공주를 옹호하던 선조와 이에 분노하는 임해군, 자신들의 위기를 직감한 광해군파 세력의 머리싸움이 치열하게 흘렀다. 결국 김개시(김여진)의 계략으로 선조가 독살되며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14일 방송될 2화는 영창대군파, 임해군파, 광해군파의 대립을 예고했다. 선조의 승하로 대립각을 세우는 이들 세력에서 승리를 거두는건 ‘역사가 스포일러’인 만큼 당연히 광해군이다. 그런데 이 과정까지 세세하게 그려낸 드라마는 아직까지 없었다. ‘화정’이 짧고, 긴밀하며, 긴장감 넘쳤던 이 상황을 어떻게 그려낼지 기대된다.

작품의 주인공인 정명공주는 아직 아이에 불과하다. 첫 방송에서 섬뜩이는 연기로 ‘정도전’을 연상케 한 박영규도 떠났다. 김창완, 이성민, 김여진, 정웅인 등 조연들이 제 캐릭터를 찾으려면 어느정도 시간이 필요하다. 따라서 현 상황에서 ‘화정’이 기댈 수 있는 인물은 오로지 차승원 뿐이다.

첫 방송 시청률은 10.5%(닐슨코리아)로 나쁘지 않다. ‘빛나거나 미치거나’의 마지막회 시청률(13%)보다 소폭 낮지만, 흥행 기준인 10%를 넘어섰다는데 의의가 있다. 1위인 SBS ‘풍문으로 들었소’와는 1% 내외 차이라 당장 오늘이라도 뒤집을 여지가 있다.

과연 차승원을 앞세운 화정이 초반 기선제압에 성공하고 이연희에 바통을 넘겨줄 수 있을지, 그가 선보일 광해군의 모습은 폭군일지 외교에 능한 영민한 왕일지 기대를 모으는 MBC 대하드라마 ‘화정’ 2회는 14일 밤 10시에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