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취임 6일만에 국회의사당 찾아 추경안 놓고 여야 향해 호소
"공동위기 극복 위해 파트너십 필요" 경제 회복 위한 협치 강조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의원 여러분께 직접 설명드리고자 이 자리에 섰다." "새 정부가 풀어가야 할 과제를 의원 여러분들과 함께 고민하고자 한다."

16일 국회의사당에서 울려퍼진 윤석열 대통령의 첫 국회 시정연설은 의원 한사람 한사람을 향해 쏟아졌다.

윤 대통령은 이날 취임 후 6일만에 국회를 방문한 자리에서 시정연설을 갖고 위기 극복을 위한 초당적 협력을 간곡히 요청했다. 시작부터 끝까지 모든 연설에서 의회에 대한 존중의 뜻이 읽혔다.

우선 윤 대통령은 시정연설에서 "우리가 직면한 대내외 여건은 매우 어렵다"며 "높은 물가와 금리는 취약계층에게 더 큰 고통을 주고, 방역 위기를 버티는 동안 눈덩이처럼 불어난 손실만으로도 소상공인과 취약계층에게는 치명적"이라고 평가했다.

   
▲ 윤석열 대통령이 5월 16일 오전 서울 국회 본회의장에서 취임 후 첫 시정 연설을 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사진


특히 윤 대통령은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초당적 협력'을 내세웠다.

윤 대통령은 "우리가 직면한 위기와 도전의 엄중함은 진영이나 정파를 초월한 초당적 협력을 어느 때보다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며 "제 2차 세계대전이라는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서 영국 보수당과 노동당은 전시 연립내각을 구성하고 국가가 가진 모든 역량을 총동원하여 위기에서 나라를 구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지금 대한민국에서는 각자 지향하는 정치적 가치는 다르지만 공동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기꺼이 손을 잡았던 처칠과 애틀리의 파트너십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이어 "진정한 자유민주주의는 바로 '의회주의'라는 신념을 저는 가지고 있다"며 "의회주의는 국정운영의 중심이 의회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법률안, 예산안 뿐 아니라 국정의 주요 사안에 관해 의회 지도자와 의원 여러분과 긴밀하게 논의하겠다"며 "그리고 그래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또한 윤 대통령은 "오늘 제가 제안 설명을 드릴 추경안은 우리 앞에 놓인 도전을 의회주의 원리에 따라 풀어가는 첫걸음으로서 의미가 크다고 생각한다"며 "정부가 이번 추경안을 편성하는 과정에서 고려한 것은 소상공인의 손실을 온전히 보상하고 민생 안정을 충분히 지원하면서도 금리, 물가 등 거시경제 안정을 유지하면서 재정의 건전성도 지켜야 한다는 점이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2차 추경 재원 마련에 대해 시정연설에서 "이번 추경의 총 규모는 59조 4000억(원)이지만 지방정부 이전분 23조 원을 제외하면 중앙정부는 총 36조 4000억원을 지출하게 된다"며 "재원 조달을 위해 정부는 전년도 세계잉여금 등 가용 재원 8조 1000억 원과 금년도 지출 구조조정에 의한 예산 중 절감액 7조 원을 우선 활용하였고, 나머지 21조 3000억 원은 금년도 초과 세수 53조3000억 원 중 일부를 활용하였다"고 설명했다.

다만 윤 대통령은 "초과 세수의 나머지 재원은 앞서 말씀드린 지방재정에 23조 원, 국가채무 감축에 9조 원을 쓰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 윤석열 대통령이 5월 16일 오전 서울 국회 본회의장에서 취임 후 첫 시정 연설을 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사진


윤 대통령은 이날 시정연설에서 "우리 국민은 모두가 힘들었던 코로나 상황 속에서 너 나 할 것 없이 이웃들을 보호하기 위해 자신의 피해는 기꺼이 감내했다"며 "이제는 정부와 국회가 나설 때다, 국민의 희생이 상처가 아닌 자긍심으로 남도록 마땅히 보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거듭 강조하고 나섰다.

이번 추경안에 대해 윤 대통령은 "소상공인에 대한 손실보상과 서민 생활의 안정을 위한 중요한 사업들을 포함하고 있다"며 "민생 안정이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는 점을 고려하여 추경이 이른 시일 내에 확정될 수 있도록 국회의 협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재차 호소했다.

또한 윤 대통령은 "추가경정예산안뿐 아니라 다른 국정 현안에 관해서도 존경하는 의원 여러분께서 깊은 관심을 가지고 도와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우리는 여야가 치열하게 경쟁하면서도 민생 앞에서는 초당적 협력을 통해 위기를 극복해 온 자랑스러운 역사가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마지막으로 윤 대통령은 이날 "오늘 이 자리가 우리의 빛나는 의회주의 역사에 자랑스러운 한 페이지로 기록되기를 저는 희망한다"며 시정연설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