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성진 기자] 올해 초부터 금리 인상 여파로 중견중소기업의 유동성을 마련할 여건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가운데,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빅스텝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고 발언해 중견중소기업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 사진=픽사베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6일 빅스텝 가능성에 대해 “앞으로 물가가 얼마나 상승하느냐에 대한 상황을 보고 판단해야 한다”며 “아직 빅스텝을 완전히 배제할 단계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빅스텝 행보에 대한 이 총재의 태도는 미온적이었지만 전날 발언은 최근 가파른 인플레이션 인상률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이 총재의 발언은 우크라이나 사태, 중국의 코로나19 봉쇄조치 여파로 원자재 공급 및 물류에 직격탄을 맞은 중견 기업에겐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올해 초부터 치솟은 국고채 금리가 좀처럼 진정세를 보이지 못한 상황에서 회사채 시장 역시 얼어붙어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4월 SK머티리얼즈(한국신용평가, 회사채 A+), 한화솔루션(한국기업평가, 회사채 AA-) 등 중견 기업이 신용스프레드 확대, 금리 상승에 따른 투자자의 인수 지연 여파로 회사채 발행을 연기하거나 철회한 바 있다. 

특히 회사채 발행이 여건이 녹록지 않아 은행대출 의존성이 강한 중소기업의 상황이 좋지 않다. 은행권에 따르면 1분기 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 등 5대 은행의 중소기업 담보대출 금리는 2.34~4.74%를 나타냈지만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여신금리 역시 인상된다.

유동성 악화는 최악의 경우 재무제표상 건실한 기업의 흑자 부도로 이어질 수 있다. 매출이나 영업이익 등 경영 성과가 좋아도 당장 융통할 수 있는 현금이 없으면 결제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비교적 신용 상황이 나은 중견 기업도 위기 의식을 느끼는 상황에서 우리의 상황은 말할 것도 없다”며 “업황이 개선되지 않은 상태에서 돈줄조차 막혀 답답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반대로 기업들이 갚아야 하는 빚의 규모는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지난 9일 기준 연내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 규모는 92조4094억 원을 기록했다. 이 중 6개월 안에 만기가 도래하는 기업 어음은 49조5000억 원 수준이다. 지난 4월 기준 중소기업 대출 규모는 전월 대비 7조8000억 원 증가한 916조6000억 원을 기록했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원자재부터 물류까지 모두 가격이 너무 올라 영업이익을 내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새 정부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상대로 방역지원금 600만~800만 원 지원을 약속했지만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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