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더리움 개발자도 '폰지 사기' 지적에 공감 표시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가상자산 테라‧루나 코인 폭락 사태로 ‘대세’ 코인인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정도를 제외한 대다수의 알트코인들에 대해서도 신뢰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이번 사태 역시 일종의 ‘폰지 사기’ 형태를 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은 물론 업계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되는 모습이다.

   
▲ 가상자산 테라‧루나 코인 폭락 사태로 대다수의 알트코인들에 대해서도 신뢰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17일 금융투자업계와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여파가 수일 째 진정되지 않는 양상이다. 두 코인을 만든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는 ‘새로운 테라 블록체인을 만들겠다’는 입장을 내놓으며 오히려 여론에 불을 붙이는 양상이다.

권 대표는 지난 16일과 이날 테라 블록체인 커뮤니티 아고라를 통해 ‘테라 생태계 재생 계획’이라는 글을 연이어 올리고 있다. 요점은 테라 블록체인 하드포크를 통해 새로운 블록체인과 새로운 코인을 발행하겠다는 내용이다. 권 대표는 아시아 기준으로 오는 18일에 자신의 제안을 거버넌스 투표(코인 홀더 투표)에 올리겠다고 밝힌 상태다.

아울러 그는 새롭게 발행되는 코인의 발행량은 10억 개로 제한하고, 새로 발행된 루나는 루나클래식, 테라USD(UST) 보유자와 테라클래식의 필수 앱개발자들에게 배포할 예정이라는 계획을 함께 밝혔다.

그의 제안을 바라보는 업계의 시선은 싸늘하다. 시가총액 2위 가상자산으로 비트코인과 함께 가장 신뢰성 있는 코인으로 손꼽히는 이더리움의 개발자 비탈릭 부테린은 일련의 사태에 대해 “폰지 사기, 알고리즘, 이자농사 등의 헛소리와 같은 실험은 그만하라”고 주장하는 어느 트위터 내용을 인용하며 강력한 동의의 의사를 나타냈다.

진돗개 모양의 그림으로 잘 알려진 도지코인 개발자 빌리 마커스 역시 권 대표에게 "새로운 희망자를 만들지 말고 영원히 업계를 떠나라"고 일갈했다. 세계 최대의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의 자오창펑 최고경영자(CEO)도 "테라 생태계 부활 계획은 이뤄질 수 없는 희망사항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일각에서 나오고 있는 ‘폰지 사기’라는 말은 신규 투자자의 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수익을 제공해야만 시스템이 유지될 수 있는 일종의 다단계 금융사기를 뜻한다. 코인에 대해 이러한 표현이 나오는 이유는 테라와 루나의 인기 비결이기도 했던 ‘연 20% 수익률’의 비결이 뒤늦게 가상화폐 시장에 들어온 투자자가 현 투자자의 수익을 위해 돈을 대주는 구도를 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폰지 사기와 사실상 같았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는 단순히 테라‧루나 코인에서만 그치지 않고 비트코인‧이더리움까지를 포함한 가상자산 시장 전체에 커다란 충격파를 남겼다. 비트코인 가격이 올해 최저치를 기록했음은 물론 시총 10위권 내의 코인들 다수도 연중 최저치까지 가격이 떨어졌다.

이번 사태가 가상자산 시장 전체를 붕괴시키진 못하겠지만 적어도 신뢰성에 심대한 훼손을 가하게 만들었다는 점에는 큰 이견이 없어 보인다. 게다가 사태의 중심에 한국인이, 그것도 명문 학교에서 고급 교육을 받은 인물이 개입돼 있다는 점에서 당혹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가상자산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투자자들의 경우 주식과 코인을 함께 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증시 불확실성과 이번 루나 사태가 겹치면서 많은 이들이 투자 자체에 대한 신뢰를 잃고 시장에서 이탈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