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성진 기자]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와 중국 상해의 봉쇄조치가 겹치며 물류대란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중소 업체들은 “과거와 차원이 다른 위기”라고 표현할 타격이 심각한 수준이다. 이에 미디어펜은 물류난을 겪고 있는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 사진=픽사베이


운송비 폭증...그래도 조달이 우선

오스트리아에서 기계설비 장비를 수입해 국내에 판매하는 중소기업 대표 A씨는 최근 물류대란에 근심이 깊어졌다. 발주를 넣으면 석 달에서 넉 달 정도 걸리던 화물선 수배가 지금은 1년을 넘겨도 조달을 기약하기 어렵기 떄문이다. 

A 씨는 미디어펜과의 인터뷰에서 “대외환경이 급변하며 화물선을 통한 장비 조달을 제 때 받기 어렵다”며 “운송비 자체도 코로나 이전과 비교했을 때 폭증했지만 무엇보다 중국 상해의 봉쇄조치 영향 등 컨테이너를 중간에 하차하는 거점들이 막히는 답답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항공을 통한 부품 조달이 화물선보다 몇 배는 비싸지만, 손해를 보더라도 고객사와의 신뢰를 지키기 위해선 ‘찬밥과 더운밥을 가릴 형편이 아니다’는 입장이다.

A 씨는 “지금은 운송비 마진을 따지기보단 조달 자체가 훨씬 중요한 가치가 됐다”며 “항공화물을 통한 조달비용이 선박보다 여섯 배 이상 비싸지만 고객사와의 신뢰 유지를 위해 손해를 감수라더라도 강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품 빠진 제품...야적장에 한가득

현재 중소기업이 겪는 가장 어려운 점은 단일 생산 라인을 이용해 완제품을 수입했던 과거와 달리 장비의 각 부품을 조달이 가능한 국가별로 따로 따로 받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나라별로 방역정책이 달라 부품을 조달 받는 날짜 역시 들쑥날쑥이다. 

그는 국내 주요 항구의 야적장 상황 역시 포화 상태라고 밝혔다.

중소기업 대표 B 씨는 “현지에서 물건을 제 때 보내더라도 코로나 여파로 배가 제 때 들어오질 못하는 상황”이라며 “까다로워진 방역 절차로 컨테이너가 밀리고 밀려 야적장에 산처럼 쌓였다”고 말했다. 

이어 “기계설비처럼 제품의 유통기한이 따로 없는 기업들은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면 되지만, 식품수입 업계처럼 유통 날짜를 지키지 못하면 폐기해야 하는 기업들의 손해는 처참한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현장에선 정부의 선복 지원 확대가 간절하다는 입장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는 앞선 16일 수출 중소기업 전용으로 전 세계 14개 노선 45개 기항지의 선복을 매주 19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이는 당초 지원 규모인 70TEU에서 2배 이상 확대된 수준이다. 그러나 부산항에만 연간 60만 TEU의 화물이 처리되고 있다는 것을 놓고 봤을 때 지원 규모는 극히 미비한 수준이다. 

B 씨는 “현재 일어나고 있는 물류 수급난에 정부가 완벽히 해결할 수 있는 역할은 사실 없다고 생각한다”며 “HMM 등 대형 해운사에서 중소기업에게 더 적극적으로 지원해줬으면 하는 바램”이라고 말했다.

   
▲ 사진=전국건설노동조합 부산건설기계지부 제공

◇주 52시간·운송업권 총파업 우려 확대

한편 ‘주 52시간’ 도입과 운송업권 총파업은 중소기업의 위기를 더욱 가중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중소기업중앙회가 18일 공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중소제조업의 42.4%(235곳)는 주 52시간제 시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변했다. 

이들 기업은 ‘주 52시간’ 도입에 부담을 느끼는 이유로 구인난(39.6%), 사전 주문 예측 불가능에 따른 유연근무제 활용의 어려움(32.3%), 추가 채용에 따른 인건비 부담(20.0%) 등을 강조했다.

최근 화물연대의 총파업 행보 역시 중소기업 입장에선 큰 부담이다. 지난 달 13일 제주도 레미콘 운송노조 파업을 시작으로, 이번 달 9일에는 부산과 김해·양산·진해, 그리고 18일부터 창원과 함안 등 경남 동부권까지 운송기사들의 파업이 확산되고 있다. 

여기에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화물연대본부는 최근 급등한 유류비 부담으로 적자운송을 해결할 수 없다며 운송료 인상을 목적으로 오는 28일 총파업 결의대회를 개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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