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박 3일간 밀착 동행…삼성 캠퍼스부터 3 연속 회담·만찬·안보 일정까지
대통령실 "기존 동맹에 기술동맹 추가, 협력 지리적 범위·의제 외연 확대"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민주주의와 독재주의 간의 경쟁. 자유민주주의와 인권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 간의 연대. 한미동맹의 더 긴밀한 결속과 바위처럼 굳건한 기반. '경제안보' 시대에 발맞춘 한미동맹의 진화.

윤석열 대통령 취임 열흘만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전격 방한하면서 이루어진 한미정상회담의 어록에서 확인된 핵심 키워드다.

윤석열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20일부터 22일까지 2박 3일간 밀착 동행하면서 주변국들에게 3가지 메시지를 던졌다.

먼저 현 상황을 민주주의국가들과 독재주의국가 간의 경쟁이 펼쳐지는 '경제안보' 시대라고 규정했다는 것이다.

   
▲ 윤석열 대통령(오른쪽)이 5월 21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대강당에서 열린 한미 정상 공동기자회견에서 회담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바이든 대통령은 21일 오후 공동기자회견에서 '여러 다른 논쟁 관계 악화를 해결하기 위해 어떻게 하겠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태평양 지역에서의 민주주의는 그 어느 때보다도 긴밀한 공조를 요구한다"며 "역사적으로 보면 지금 우리가 굉장히 빠른 변화를 목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그래서 민주주의와 독재주의 간에 경쟁이 일어나고 있고, 이는 글로벌 문제가 되고 있어 글로벌적 대응이 필요하다"면서 "우리가 동맹에 의존할 수 밖에 없고 이러한 모든 것들이 민주주의를 지속가능한 것으로 증진할 수 있느냐를 결정한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 또한 20일 평택 삼성반도체공장을 시찰하면서 바이든 대통령에게 "첨단산업은 자유로운 분위기와 창의에 의해서만 가능한데 자유민주주의 시스템 없이는 가능하지 않은 일"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21일 공동기자회견에서 '경제안보' 시대에 대해 "한국 미국과 같이 자유 인권이라고 하는, 민주주의라고 하는 보편 가치를 공유하지 않는 국가라고 하더라도 이런 보편적 가치라는 룰 속에 들어오기를 기대하면서 우선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끼리 먼저 긴밀하게 유대 관계를 구축하기로 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국제외교적 상황 속에서 한미 양 정상은 이번 회담에서 자유와 인권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나라끼리 연대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피력했다.

윤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한국과 미국은 민주주의와 인권이라고 하는 가치를 공유하고 있는 국가이기 때문에 이런 국가들 사이에서 공급망의 안정적 관리를 위해 경제안보 문제를 논의하고 상호 협력하는 기조를 만들기로 했다"고 선언했다.

바이든 대통령 또한 이날 회견에서 "인도 태평양 지역에서의 민주주의는 그 어느 때보다도 긴밀한 공조를 요구한다"며 "군사적 측면뿐 아니라 경제적 측면에서의 긴밀한 공조가 요구되고 있고, 그래서 한국과 미국과 일본이 역내의 다른 태평양 남도서라든지 인도태평양 지역으로 확대시켜야 나가야 된다는 점"이라고 제시했다.

   
▲ 윤석열 대통령(오른쪽)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5월 21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대강당에서 열린 한미 정상 공동기자회견에서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다만 한미 양 정상은 2박 3일 간의 여러 만남 속에서 이를 위해 한미동맹이 더 긴밀하고 깊게 결속하고 바위처럼 굳건한 기반이 된다는 것을 전제하고 나섰다.

바이든 대통령은 공동기자회견 모두발언 첫 마디에서 "지금은 한미동맹이 그 어느 때보다도 강력하고, 생기와 활력이 가득 넘치는 그런 시기"라고 규정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한미 동맹 관계는 그 어느 때보다도 더 긴밀하다고 생각한다"며 "국민들도 서로 그 어느 때보다 친밀하게 느끼고 있고 기업들도 함께 새로운 길을 개척해 나가고 있다. '가능성·낙관주의·혁신·장벽 타파를 위한 노력'은 한미 양국의 공통점"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윤 대통령 또한 21일 마지막 일정으로 열린 미국 대통령 초청 공식 만찬에서 만찬사를 통해 "올해가 한미 수교 140주년, 내년은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이한다"며 "양국은 이번 회담에서 한미동맹의 굳건함을 확인하고, 양국 간에 새로운 미래를 함께 모색하게 되었다"고 높이 평가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22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기자들을 만나 이에 대해 "전날 소인수회담에서 얘기가 길어졌는데, 처음 만나 서로 공감하고 서로의 얘기에 감동을 많이 받고 신뢰를 쌓는 시간이었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자유민주주의'라는 것이 그냥 놓아도 굴러가는 것이 아니라 노력과 투쟁이 있어야 지킬 수 있다, 그런 것에 대해 두 분이 굉장히 깊은 공감대를 이뤘다"고 전했다.

또한 관계자는 "두 대통령 간의 케미스트리가 어떻게 되느냐가 제일 중요한데, 그 자리에 있었던 분들이 하는 얘기가 '양국 지도자가 가치의 공감대 위에 서 있는 동맹이라고 이제 말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얘기들을 했다"고 힘주어 말했다.

   
▲ 윤석열 대통령(왼쪽)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5월 21일 오후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환영 만찬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실제로 윤 대통령은 21일 오후 만찬사에서 "자유민주주의, 인권, 법치라는 보편적 가치를 바탕으로 안보 동맹을 넘어 첨단기술 동맹과 글로벌 포괄적 전략 동맹으로 발전할 것"이라며 "한미 양국은 서로의 훌륭한 친구다. 우리는 세계 시민의 자유와 인권, 국제사회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굳게 손잡고 함께 걸어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바이든 대통령 또한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을 향해 "한미동맹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은 바로 제가 1년 전 취임하면서 저의 대외 정책의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 것 중 하나였다"며 "한국이 보여준 민주주의는 바로 민주주의의 힘이 그 국민에게 무엇을 가져다 줄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제가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는 것은 한미 장병, 우리 한미가 공동으로 같이 나란히 싸워서 지난 70년 동안 한반도를 수호했을 뿐만 아니라 한반도의 평화와 공동의 번영을 추구할 수 있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We go together. 함께 같이 갑시다라는 바이든 대통령의 건배사처럼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이 향후 한미 관계를 더 깊고 포괄적인 핵심 동맹으로 진화시켜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