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등 미래 모빌리티에 34조 투입
한미, 글로벌 톱티어 도약 전초 기지화
[미디어펜=김태우 기자]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한 기간중 총 105억달러 규모의 투자계획을 밝혔다. 

이 투자는 모빌리티의 비중이 높기는 하지만 미래산업의 전반적인 부분에 걸쳐 있어 체질개선에 돌입한 현대차그룹의 미래전략과 괘를 같이 한다. 정의선 회장은 이런 투자를 통해 국내와 미국 등에서 글로벌 미래산업의 퍼스트 무버가 되겠다는 각오다.

   
▲ 방한 중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2일 오전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면담하며 악수하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 제공

지난 22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바이든 대통령과 회동한 후 기자회견에서 로보틱스,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자율주행, 인공지능 등 다양한 분야에서 미국 기업과 협력하기 위해 추가로 50억달러(약 6조3000억원)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21일 미국 조지아주에 6조3000억원을 투입해 전기차 전용생산라인과 배터리 셀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한화로 약 13조에 달하는 규모의 미국투자다. 

뿐만 아니라 정의선 회장은 국내에도 21조 규모의 전기차 투자계획을 밝혀 미래성장동력중 하나로 꼽히는 모빌리티 분야에서 퍼스트 무버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런 정의선 회장의 뜻에 따라 현대차그룹은 현재 35만대 수준인 국내 공장의 전기차 생산 역량을 2030년까지 3배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글로벌 전기차 생산량 목표를 323만대로 끌어올리고 이 중 45%인 144만 대를 국내에서 생산함으로써 국내 생산 설비를 전기차 생산 허브로 적극 활용한다. 

이에 일환으로 기아 오토랜드 화성에는 국내 최초 신개념 PBV 전기차 전용공장을 세운다. 

2만평의 부지에 수천억원의 자금을 투입해 내년 상반기에 착공해 2025년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전기차 생산 능력 확대를 위해 내연기관차와 전기차의 혼류 생산 시스템 점진적 구축, 기존 공장의 전기차 전용 라인 증설 등을 추진한다. 

이 밖에 차세대 전기차 전용 플랫폼 개발 및 제품 라인업 확대, 핵심 부품 및 선행기술 개발, 연구시설 구축 등 연구개발에도 집중 투자할 계획이다.

미국에선 총 6조3000억원을 들여 미국 내 전기차 전용 생산 거점을 마련한다. 오는 2025년 상반기 가동을 목표로 미국 조지아(Georgia)주에 연간 30만대 규모의 전기차를 생산할 수 있는 완성차 공장을 새롭게 설립한다. 

또한 인근에 신설 전기차 공장 인근에 배터리셀 공장을 건설, 안정적인 배터리 공급망도 갖출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또한 미국 내 전용 전기차 공장 건설과 별개로 2025년까지 로보틱스와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자율주행 소프트웨어(SW), 인공지능(AI) 등 분야에 6조3000억원을 추가 투자한다. 

   
▲ 도심 항공 모빌리티 UAM 가상이미지. /사진=HMG저널 제공

이로써 현대차그룹의 대미투자 규모는 12조6000억원으로 국내 투자 규모 21조원의 절반에 달하지만, 작년 5월 발표한 대미 투자 규모인 9조4000억원에 비해선 3조원 이상 더 늘어난 수치다. 

급성장하는 전기차 시장 선점과 자율주행, AI 분야 인재 확보를 위해 투자 규모가 커진 것으로 보인다. 이는 또한 미국에 투자하고 있는 다른 글로벌 메이커들에 비해서도 압도적으로 많은 규모다. 

미국에 본거지를 둔 GM(제너럴 모터스)의 경우 2조8000억원을 들여 디트로이트 햄트랙 공장을 팩토리 제로(Facrory Zero)라는 전기차 전용 공장으로 전환했다. 또한 전기 트럭 생산 확대를 위해 미시간주 4개의 제조시설에 5조원 투입을 계획하고 있다. 

폭스바겐은 북미 전기차 생산 및 R&D 현지화를 위해 향후 5년 간 9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도요타는 2025년 가동 예정인 리튬이온배터리 공장을 비롯해 2030년까지 총 4조3000억원을 투자해 미국 내에서 차량용 배터리를 생산할 예정이다.

국내와 미국에 대한 현대차그룹의 대규모 투자 계획은 급성장하는 글로벌 전기차 수요에 즉각 대응하고, 장기적으론 한국과 미국을 미래차 전초기지로 삼아 글로벌 전기차 '톱티어' 도약에 나서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현대차그룹은 오는 2030년 총 323만 대의 전기차를 판매해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약 12% 수준의 점유율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선 전기차 생산 물량을 더 늘려야 한다. 국내의 경우 투자 조건과 국가 간 관계 등 변수가 많은 해외보다 단기간 집중 투자가 가능하다는 이점이 있다. 

미국은 내연 기관에 이은 전기차 시대의 거대 시장으로, 글로벌 판매량 및 점유율 확대를 위해선 선점해야 하는 필수 시장이기도 하다.

이 같은 정의선 회장의 결정에 바이든 대통령은 "100억달러가 넘는 현대차그룹 투자에 보답하기 위해 절대 실망시키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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