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한미 간 금리역전 금리인상 요인으로 작용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5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압력이 갈수록 커지는 가운데 미국 중앙은행의 공격적인 긴축정책 행보에 따른 한미 간 금리역전 등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다.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사진=한국은행 제공.


25일 한은에 따르면 오는 26일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를 열고 통화정책방향과 수정 경제전망을 내놓는다. 금통위는 현재 연 1.50% 수준의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금통위는 지난달 14일 기준금리를 1.25%에서 1.50%로 인상했다. 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기존 3.1%에서 4%대로 대폭 상향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달에도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지난 2007년 7월과 8월 이후 14년 9개월 만에 두 달 연속 기준금리가 오르는 셈이다. 금통위가 두 달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올리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통상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숨 고르기 차원에서 금리인상에 따른 파급효과를 지켜보기 위해 다음 달에는 기준금리를 동결하는 등 속도 조절을 택해 왔다.

하지만 두 달 연속 기준금리 인상이 불가피할 만큼 최근 국내 물가상승 압력이 심상치 않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과 공급망 차질 등으로 1년 전과 비교해 4.8% 급등하며, 13년 6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을 보였다. 현재와 같은 추세라면 조만간 5%대에 진입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전망마저 나온다.

에너지, 식료품 외식 등을 중심으로 물가가 오르면서 향후 1년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인 기대인플레이션도 3%대로 올라섰다. 이달 기대인플레이션은 3.3%로 직전 달(3.1%)과 비교해 0.2%포인트 올라 2012년 10월(3.3%) 이후 9년 7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빅스텝(한 번에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 예고도 추가 기준금리 인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앞서 연준은 지난 4일(현지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빅스텝을 단행해 정책금리(기준금리) 목표 범위를 0.25∼0.50%에서 0.75∼1.00%로 인상했다.

연준의 추가 빅스텝 가능성도 예고된 상태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회의 후 기자회견을 통해 "향후 몇 차례 회의에서 0.5%포인트 인상이 논의돼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밝혔다. 연준의 이번 인상으로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격차는 기존 1.00∼1.25%포인트에서 0.50∼0.75%포인트로 줄었다.

우리나라 기준금리에 변화가 없다고 가정하면 앞으로 수개월 내 미국의 두 번째 빅스텝만으로 두 나라의 금리 격차는 거의 없어지고, 세 번째 빅스텝과 함께 미국의 기준금리가 한국보다 높아지는 '금리역전'이 발생할 수 있다. 금리역전이 벌어지면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 이탈과 원화 가치 하락 등 이에 따른 물가상승 가능성은 더 높아질 수 있다.

이창용 총재의 빅스텝 시사 발언으로 시장에선 기준금리 인상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이 총재는 지난 16일 "빅스텝(한번에 0.5%포인트 인상)을 완전히 배제할 수 있다고 말할 단계는 아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다만 실제로 빅스텝이 단행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 총재의 이 같은 발언은 물가 오름세가 단기간에 진정되기 어려운 상황임을 고려해 금리를 올려 경기 회복세가 다소 꺾이더라도 고물가부터 잡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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