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연구원 “코로나19 요인 사라지면 수출 전망 어두워”
[미디어펜=구태경 기자] 올해 4월까지 높은 증가율을 보인 우리나라 수출 호조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경기변동과 관련된 단기적 요인들이 그 원인이라는 해석이 나오면서, 최근 교역환경이 악화되는 추이를 볼 때 향후 수출 전망은 밝지 않은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수출 컨테이너 항만 사진./부산항만공사


산업연구원(KIET)이 26일 발표한 ‘최근 수출 호조의 배경과 함의’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수출은 4월까지 8개월 연속 증가세, 14개월 연속 두 자릿수 증가율을 지속하면서 호조를 보이고 있다. 

실질 수출도 금년 1분기에 전년동기비 9% 증가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의 3배 가까운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이러한 수출 호조는 세계금융위기 이후 코로나19 직전까지 길게 이어졌던 수출 부진과 대조적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그러나 최근의 수출 호조는 코로나19 이전 부진으로부터의 추세 전환을 의미하는지, 지속 가능성이 높은지에 대한 질문에는 물음표가 붙는다. 
 
우선 최근의 수촐 호조는 주요 교역국에 공통적인 현상이란 점에서 우리나라만의 요인이 아닌 글로벌 교역환경에 기인한다.

보고서는 수출 호조의 원인으로 △코로나19 침체로부터의 빠른 경기회복 △서비스로부터 재화로의 수요 이전 추세 △인플레이션에 따른 수출가격 상승 △디지털화 가속 추세 등 4가지 요인을 꼽았다. 

코로나19 경기변동의 특성을 반영해 세계경기가 급락 후 급반등하면서 수출도 빠르게 회복됐다는 얘기다. 2021년 상반기까지의 수출 호조는 이 요인에 의해 설명된다. 

또한 감염병 위협의 부문 간 차이로 인해 서비스로부터 재화로의 수요 이전이 전세계적으로 나타나면서, 재화 비중이 높은 수출을 증가시키는 효과를 낳고 있다. 2021년 하반기 이후의 수출 호조는 이 요인의 기여가 가장 큰 것으로 추정된다. 

이어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따른 수출가격 상승이 수출의 높은 증가를 가져왔다. 4월 통관 수출 호조는 이 같은 가격 효과의 기여가 큰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코로나19 이후 디지털화 가속화 추세도 정보통신기술(ICT) 수출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 수출 호조세에 크게 작용했다. 

   
▲ 최근 수출 추이./자료=관세청, 한국은행

상기 수출 호조 원인들은 대부분 코로나19 경기변동의 특성과 관련된 것들이란 점에서 단기적 성격을 갖는 만큼, 이러한 원인들이 소멸 혹은 약화되면 수출증가율은 코로나19 이전 추세로 회귀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이미 4월 수출(잠정치)의 경우 가격 요인을 제외한 수출물량은 전년 동월보다 소폭 감소했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전쟁, 글로벌 인플레 심화, 중국의 봉쇄 조치 등으로 향후 단기 교역환경은 더 악화될 전망이다. 이러한 최근 상황 변화를 반영해 국제통화기금(IMF)은 4월 세계경제전망에서 세계경제 및 교역 증가율 전망치를 1월 전망에 비해 크게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IMF의 이번 전망치 하향 조정 폭은 과거 세계금융위기와 2020년의 코로나19 경기침체 다음으로 큰 것으로 심각함을 시사하고 있다.

   
▲ IMF의 2022년 성장률 전망치 변화./자료=IMF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고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진정되지 많을 경우, 세계경제의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과 더불어 수출은 코로나19 이전보다 더 심각한 부진을 보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산업연구원 강두용 선임연구위원은 “최근의 수출 호조와 달리, 앞으로의 교역 환경 전망은 단기적으로나 중장기적으로 모두 밝지 않다는 점에서 경계와 대비가 필요하다”며 “단기적으로는 무역정책과 거시경제정책 양면에서 대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장기적으로는 글로벌 환경의 장기변화 요인들이 어느 정도 알려진 것들이란 점에서 이를 활용하는 전략이 효과적일 수 있다”며 △미·중 분쟁 속 유연한 대응 △탈탄소화 및 디지털화 추세 등을 활용하는 산업 및 무역정책 등이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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