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동건 기자] 사람 냄새 가득한 감성 드라마가 극장가를 찾는다.

31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는 영화 '브로커'(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언론시사회 후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이날 현장에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을 비롯해 배우 송강호, 강동원, 이지은, 이주영이 참석했다.

'브로커'는 베이비 박스를 둘러싸고 관계를 맺게 된 이들의 예기치 못한 특별한 여정을 그린 작품. 

제75회 칸 국제영화제 참석 후 국내 언론시사회를 찾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어제 칸에서 돌아왔는데, 흥분이 채 가라앉지 않았다. (송강호의 남우주연상 수상) 최고의 선물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배우분들과 함께 이 자리에 설 수 있게 돼 기쁘고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한국영화로 칸을 수놓은 소감을 전했다.


   
▲ 제75회 칸 국제영화제에 참석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배우 송강호, 이지은, 이주영, 강동원의 모습. /사진=CJ ENM


'브로커'는 자칭 선의의 브로커 상현(송강호)과 파트너 동수(강동원)를 비롯해 아기와 엄마 소영(이지은), 그리고 이들의 여정을 뒤쫓는 형사 수진(배두나)과 후배 이형사(이주영)까지 베이비 박스를 중심으로 만나게 된 이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제가 한국어를 못 알아듣는 입장에서 배우분들도 불안한 감정을 느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 점을 해소하기 위해 많이 소통하려 했다. 촬영 전에는 손편지로 소통하려 했고, 촬영 때는 의견 교환도 많이 했다. 현장에 들어가고 나서는 송강호 선배님께서 뉘앙스 차이에 대한 피드백을 많이 해주셨다. 그것에 많이 의지했다. 큰 도움을 받으며 영화를 끝까지 완성할 수 있었다"며 작품을 함께한 배우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극 중 선의의 브로커로 분한 송강호는 "예전에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작품에 대해 선입견이 있었던 것 같다. 차가운 현실을 보여주고, 아름답고 따뜻한 휴머니즘으로 끝낸다는 것이다"라며 "그런데 '브로커'는 달랐다. 물론 아기가 버려지는 것은 냉혹한 현실이지만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 굉장히 따뜻하고 유머 있었다. 이야기는 마지막으로 향할수록 더 냉정해지고, 차가운 현실을 그대로 묘사한다. 그것을 보고 '우리는 따뜻함을 가장해 살고 있지 않나' 생각하게 된다. 이런 지점들이 작품의 놀라운 깊이라고 생각했다. 생명에 대해 다루는데, 가슴으로 깊이 받아들이도록 작품을 설계하고 연출하지 않았나 싶다. 한국과 일본을 떠나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아름다운 이야기라고 생각한다"고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 제75회 칸 국제영화제에 참석한 배우 송강호의 모습. /사진=CJ ENM


'브로커'의 출발점은 '송강호'였다고 표현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그는 "2013년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를 촬영하고 있었는데, 양부모 제도에 대해 조사하던 중 일본에 아기 우편함이라는 시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취재를 하다 보니 한국에도 비슷한 시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일본보다 10배 가까이 베이비 박스에 아기가 맡겨진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주제와 함께 떠올랐던 신이 있는데, 송강호가 베이비 박스에서 아기를 안고 자상한 미소를 머금고 말을 거는 것이었다. 하지만 아기를 팔려고 하는 것이다. 선악이 혼재한 모습의 송강호가 떠올랐는데, 그것이 이 영화의 출발점이었다"고 밝혔다.

'검은 사제들', '검사외전', '반도'까지 장르적 도전을 멈추지 않으며 변신을 거듭해온 강동원은 '브로커'를 통해 버려지는 게 세상에서 제일 싫은 동수로 분해 섬세한 감정 연기를 펼친다. 베이비 박스 시설 직원이자 버려진다는 것의 상처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보육원 출신 동수는 퉁명스럽고 무뚝뚝해 보이는 겉모습 뒤 숨겨진 따뜻하고 사려 깊은 태도로 아기의 새 부모를 찾기 위한 여정에 든든한 힘이 되어주는 인물.


   
▲ 제75회 칸 국제영화제에 참석한 배우 강동원의 모습. /사진=CJ ENM


강동원은 "동수라는 캐릭터는 보육원에서 자라며 어머니를 계속 기다렸던 인물이다. 제가 캐릭터를 준비하며 보육원 출신 분들과 나눈 이야기를 들었을 때 슬펐다. 그 분들의 기억을 동수의 기억으로 생각하고 연기했는데,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동수라는 인물을 표현하게 됐다. 동수는 '아이는 보육원보다 가정에서 자라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입양에 힘쓰는 인물이다. 그러는 동시에 어머니에 대한 원망을 갖고 있다. 어머니가 자신을 데리러 오지 않을까 생각도 한다"고 전했다.

이지은은 '브로커'를 "제 상업영화 데뷔작"이라고 소개하며 "이렇게 멋진 선배님들, 배우분들과 함께해서 좋은 시간이었다. 어제 칸에서 돌아왔을 때부터 너무 많은 분들이 환대해주셔서 얼떨떨하고 설레는 기분이다"고 소회를 밝혔다. 

감정선을 건드리는 시나리오에 눈시울이 붉어졌다는 이지은. 그는 "시놉시스 단계에서 글을 읽고 눈물이 고였다. 당시에는 '이 장면을 연기할 때 슬프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막상 그 현장에 갔을 땐 내가 굳이 슬프게 연기할 필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담담하게 연기했던 기억이 있고, 감독님께서도 그 버전을 OK 하셨다"고 촬영 후일담을 전했다.


   
▲ 제75회 칸 국제영화제에 참석한 배우 이지은의 모습. /사진=CJ ENM


베이비 박스를 둘러싼 특별한 거래를 계획하는 상현, 버려지는 게 세상에서 제일 싫은 동수, 베이비 박스에 아기를 두고 간 이유도, 돌아온 이유도 알 수 없는 엄마 소영 등 서로 다른 사연과 상처를 지닌 인물들의 모습은 현 사회의 단면을 포착하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특유의 온기 어린 시선을 통해 그려진다. 특히 아기의 새 부모를 찾기 위해 의도치 않게 서로 함께하게 된 이들이 여정을 거치며 어느샌가 서로를 이해하고 교감하는 과정은 국경과 세대를 불문한 깊은 여운과 위로를 선사한다.

'브로커'에서는 다채로운 로케이션 촬영으로 따뜻한 감성의 볼거리도 펼쳐진다. 브로커 일행의 특별한 여정이 시작되는 부산을 비롯해 영덕, 삼척, 강릉에 이르기까지 동해안의 풍경을 촘촘하게 담아낸 로케이션 촬영은 영화의 감성을 한층 배가한다.

'브로커'는 오는 6월 8일 개봉한다.


   
▲ 사진=영화 '브로커' 메인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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