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선 패배한 민주, 반성 대신 주도권 싸움
참패 원인 놓고 친문vs친명 '책임론' 격돌
명분 잃은 이재명, 당권 도전이 갈등 씨앗
[미디어펜=최인혁 기자] ‘책임전가’ 더불어민주당이 6·1 지방선거 패배에 이어 현재(4일)까지 곤욕을 치르고 있는 원인이다. 그럼에도 불구 민주당은 아직까지 탓할 사람은 있고, 책임질 사람은 없다. 위기의식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은 지난 3월 대선 석패에 이어 6·1지방선거에서 17석의 광역단체장 중 5석만을 확보하며 참패했다. 이로써 박지현·윤호중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을 중심으로 운영됐던 비상대책위원회는 3달을 채 가지 못하고 사실상 퇴출됐다. 지도부 공석은 또 다시 당의 비상 상황을 불러왔다. 

하지만 위기 수습에 나서는 사람은 없다. 대신 위기를 이용할 사람은 많다. 특히 비명(非明)을 중심으로 들려오는 비명(悲鳴)은 점입가경이다. 남 탓하다 졌지만 당 주도권 확보를 위해 또 다시 내홍 조짐을 보이는 것이다. 눈살이 찌푸려진다.

   
▲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당대표 직무대행이 6월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민주당 당무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 참석 소속 의원들과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민주당이 불과 3개월 만에 석패에서 참패로 무너지게 된 원인은 다양하다. 그중 가장 설득력 있는 것은 출범 30일도 안된 현 정부 견제론을 앞세운 캐치프레이즈 오판, 개딸을 비롯한 극성 지지층들을 이용한 팬덤 정치 및 성비위사건 등으로 시작된 ‘내홍’으로 여겨진다.

따라서 이번 패배를 교훈삼아 내홍을 수습하고 총선을 향해 힘을 모아야 하는 것은 당면 과제다. 하지만 반성과 쇄신을 핑계 삼아 당권 싸움에만 몰두하는 모양새다.

특히 민주당 양대 기득권으로 여겨지는 친명계와 친문계의 신경전이 치열하다. 당권이 곧 공천권이기 때문이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향한 선거 연패에 대한 책임론이 제기되자 친명계와 친문계 사이 내홍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지난 2일 친문계 인사인 이낙연 상임고문은 SNS를 통해 “민주당은 패배를 인정하는 대신 졌지만 잘 싸웠다고 자찬하며, 패인 평가를 밀쳐두었다”라며 “그런 방식으로 책임자가 책임지지 않고 남을 탓하며, 국민 일반의 상식을 행동으로 거부했다. 출발부터 그랬으니, 그 다음 일이 제대로 뒤따를 리 없었다”라고 평가하며 ‘이재명 책임론’의 신호탄을 쐈다. 

이어 홍영표 의원은 “사욕과 선동으로 당을 사당화시킨 정치의 참담한 패배입니다”라며 “패배한 대선에 대해 성찰도 반성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 결과, 이번 지방선거를 대선 시즌 2로 만들고 말았습니다”라며 비판을 이었다. 

이른바 친명계가 주장했던 ‘졌잘싸’를 공개 지적하며 이재명 의원에게 책임을 묻고, 당권 장악을 견제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러자 친명을 표방하는 인사들로부터 이재명 구하기가 시작됐다. 이수진 의원은 “선거 패배의 원인이, 특정인으로 지목되고 그 사람들에 대한 마녀사냥이 되는 상황 패배에서 오는 분노를 쏟아내기에 이보다 쉬운게 없을 것이다”라며 “이재명을 불러낸게 누구입니까? 당원들이 요청했고, 당이 결정한 것입니다”라며 이재명 책임론을 적극 반박했다.

그러자 내홍은 더 커지게 됐다. 3일 당의 위기를 수습하고자 개최된 국회의원·당무위원 연석회의는 비판의 장이 됐다. 

설훈 의원은 "이재명 고문이 이낙연 전 대표를 찾아가서 '당을 살리자, 도와달라'고 삼고초려했으면, 선거에서 이기기는 힘들었어도 구청장 자리는 더 건졌을 것이다. 판단 착오인지 자만인지 모르겠지만 이 고문은 그렇게 안 했다"라고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친문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6·1지방선거에서 이재명 의원과 송영길 전 서울시장후보의 공천과정이 불공정해 조사가 필요하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이에 친명계인 정성호 의원은 “한쪽의 일방적인 주장만 있었다. 토론할 분위기가 되지 않아 싸울 일도 없었다”라며 책임전가에 불쾌함을 표했다. 

잡음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내홍의 중심에 서 있는 이재명 의원은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당권을 염두하고 있으나 연패로 ‘이재명 효과’를 상실해 반격에 나설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민주당의 내홍은 차기 당권이 결정되는 8월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친명과 친문의 내홍이 본격적으로 충돌할지 해소될지에 따라 풍전등화에 놓인 당의 미래가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디어펜=최인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