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물·육류 상승세 지속... 정부, 중장기 식량안보 대책 마련 추진
[미디어펜=구태경 기자] 지난달 세계식량 가격지수가 지난 10년 평균에 비해 50%가량 높은 상태를 유지하면서 국내 식량안보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4일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2022년 5월 세계식량가격지수는 전월(158.3) 대비 0.6% 하락한 157.4포인트를 기록했다. 3월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2개월 연속 하락했지만 곡물 및 육류 가격지수는 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영향으로 상승세가 유지되고 있으며, 유지류, 유제품, 설탕 가격지수는 소폭 하락했다.

   
▲ 우크라이나 사태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일러스트=연합뉴스


특히 곡물 가격지수는 4월(169.7포인트)보다 2.2% 상승한 173.4포인트를 기록했다. 99%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밀의 경우 우크라이나 전쟁 영향, 주요국의 작황 부진에 더해 인도의 수출제한 조치가 발표되면서 가격 상승세를 유지했다. 

옥수수는 미국의 작황 일부 개선, 남미의 수확기 도래 등에 따라 가격이 하락한 반면, 쌀 가격은 전체적으로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유지류의 경우엔 전월(237.5)보다 3.5% 하락한 229.3포인트로 나타났다. 팜유는 인도네시아의 수출제한 조치 해제 등의 영향으로 가격이 하락했으나, 수출 전망이 불확실해 하락 폭은 제한적이었다. 

또한 해바라기씨유는 우크라이나의 물류 정체로 재고가 축적되며 가격이 하락했고, 대두유, 유채씨유도 최근 가격 상승으로 수입 수요가 감소하면서 가격이 하락한 것으로 분석됐다.

육류는 전월(121.4)보다 0.5% 상승한 122.0포인트를 기록했는데, 가금육은 우크라이나의 공급망 장애 지속, 조류인플루엔자 발생, 유럽과 중동의 수요 증가로 가격이 올랐으며, 돼지고기는 서유럽의 수출 여력 확대와 유럽연합(EU)의 민간재고 방출 예상에 따라 가격이 하락했다. 

쇠고기는 전반적 수요 증가에도 불구하고 브라질과 오세아니아의 공급량이 증가해 가격 변동이 적었다.

유제품의 경우 전월(146.7)보다 3.5% 하락한 141.6포인트로 집계됐다. 분유는 전 세계적 공급 부족에도 불구하고 중국 봉쇄가 지속되면서 가격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버터는 오세아니아의 공급 증가, 유럽 내 판매 저조 등에 따라 가격이 하락한 반면, 치즈는 전반적 수입 수요 감소에도 불구하고 여름 휴가를 앞두고 소매 판매 및 외식업 수요가 증가해 가격 하락 폭이 적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설탕도 소폭(1.1% )하락세를 보였는데, 인도의 풍작에 따른 공급량 확대 전망, 브라질 헤알화 약세 및 에탄올 가격 하락 등이 설탕 가격 하락의 주요 원인이었다. 다만 세계 최대 설탕 수출국인 브라질의 생산량이 불확실한 만큼 하락 폭은 크지 않았다.

   
▲ 연도별 식량가격지수 추이./그래프=FAO


이와 관련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는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에 따른 가격 상승, 수급 불안 가능성에 대비해 관련 업계와 일일 단위로 주요 곡물 재고 및 시장동향을 점검하고 대응 조치를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국내 관련 업계는 8~9월까지의 사용물량 재고를 보유하고 있으며(계약물량 포함 시 10~12월), 추가 소요 물량도 확보해 나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업계에 따르면, 원료 확보 등 단기적 수급은 큰 문제가 없으나 주요 곡물 수입가격 상승에 따른 국내 물가 부담 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정부는 국제곡물 가격 상승에 따른 국내 영향 최소화를 위해 정책자금 금리 인하 및 사료대체원료 할당물량 증량 등을 이미 조치한 바 있다.  

또한 국내 소비자 및 자영업자, 축산농가 등의 부담 완화를 위한 추가 대책을 추가경정예산에 반영했으며, 최근 가격상승 압력이 높은 농식품 및 사료원료에 대해 0%의 할당관세 적용 및 할당물량 증량과 농산물 의제매입세액 공제 한도 상향(2023년말까지 10%p 상향) 등의 조치도 추진 중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상기 단기 조치와 함께 안정적인 식량공급체계를 갖추기 위한 중장기 대책 마련도 병행할 계획”이라며 “이를 위해 우선 농식품부 내 관련 부서가 참여하는 ‘중장기 식량안보 강화 전담반(TF)’ 및 ‘식량공급망 위기대응반’을 운영해 중장기 대응 과제를 검토하고 전문가, 관련 업계, 농업계와도 긴밀히 소통하면서 세부 과제를 구체화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향후에도 식량가격 상승 가능성이 상존하는 만큼, 농식품부는 업계와 긴밀히 소통하면서 시장 상황을 점검하고, 관계부처와 협력하여 세제지원 등 추가적 조치도 적극 강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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