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림 등 육가공 업체들 B2B 비중 높아...핀란드 '친환경' 앞세워 진출
[미디어펜=이서우 기자] 핀란드산 닭고기가 8년 만에 국내에 들어온다. 친환경 사육 방식을 내세운 품질이나, 가격 등 어떤 면에서든 국내 토종 업체들과 경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주한핀란드무역대표부는 7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서울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핀란드 친환경 닭고기 브랜드 노포(NOPO, Nordic Poultry from Finland)를 한국 시장에 공식 출시한다고 알렸다. 

   
▲ 7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야나 후수-칼리오 핀란드 농림부 사무차관이 핀란드산 친환경 닭고기 ‘NOPO’를 소개하고 있다./사진=주한핀란드무역대표부 제공


핀란드산 가금류(닭고기)는 8년 만인 올해 상반기, 정식 수입 허가를 받았다. 농림축산식품부는 핀란드 등이 고병원성 AI 청정국 지위를 회복한 것으로 평가했다.  

노포란 브랜드 명은 ‘문제없음’이라는 뜻의 영어 ‘노 프러블럼’과 ‘핀란드에서 온 북유럽 가금류’라는 철자와 의미를 가져와 만들었다. 국내에서 닭 날개, 닭발 부위를 시작으로 다리살, 가슴살 등 다양한 부위를 판매할 계획이다. 제품 수출은 핀란드 식품 기업인 아트리아(Atria Oyj)와 에이치케이 스캔(HK Scan)이 담당한다.

주한핀란드무역대표부는 특히 사육 현장의 위생을 강조했다. 국가 차원에서 인프라 조성과 수시 방역을 통해 살모넬라균 확산을 최소화했다는 것이다. 2020년 기준 0.025%의 매우 낮은 살모넬라균 감염증 발생률을 기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럽 연합으로부터 인증 받은 가금류 전용 동물 복지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현재 95% 이상의 목장이 해당 정책을 통한 동물 복지 사육장을 운영 중이다. 

핀란드산 NOPO는 우선 국내 B2B 식자재 시장에 진출하고, 시장 반응을 살펴볼 계획이다. 앞서 국내 수입을 시작한 브라질, 미국산 닭고기도 단체급식 등 B2B 시장을 통해 점유율을 높여나갔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국내 육계 시장은 하림과 올품·참프레·체리브로·마니커·사조원 등이 80%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하림의 경우에도 마트나 프랜차이즈 업체 등에 닭고기를 공급하는 ‘육가공’ 부문에서 B2B 매출 비중이 50% 이상으로 높다. 

다만 수입산이 밀고 들어오는 상황에서 토종 닭고기 업체들의 최근 상황은 좋지 않다. 

공정위는 육계(치킨), 삼계닭에 이어 토종닭 담합에 가담한 하림 등의 사업자에 대해 과징금 제재를 결정했다. 시장 규모가 가장 큰 육계 담합 관련해서는, 지난 3월 16개 사업자에게 1758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한국육계협회는 이에 반발해 행정소송을 내기도 했지만, 오히려 “치킨 가격을 올리는데 일조했다”며 소비자들의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았다. 

관세청 통관 기준 올해 3월 닭고기 수입량은 1만 5470톤이다. 전월 1만 843톤 대비 26.3% 늘었고,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도 8521톤 늘었다. 해당 기간 태국산 닭고기 수입량은 전월(539톤) 대비 26.2% 감소한 반면, 브라질산 닭고기는 30.3% 증가했다.  

세계 최대 닭고기 수출국인 브라질산은 태국산 보다 국내 수입단가도 더 낮았다. 지난 3월 기준 브라질산은 1㎏당 2828.25원, 태국산은 3657.87원을 기록했다. 

오는 2023년 미국산 수입 닭고기는 관세가 완전히 철폐된다. 핀란드산 닭고기도 한-EU FTA장기철폐 조건에 따라 현재는 관세가 붙지 않는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핀란드산 닭고기가 국내 수입량이 가장 많은 브라질산에 비해 얼마나 가격 경쟁력이 있느냐가 관건”이라면서도 “친환경 사육, 프리미엄 등을 콘셉트로 내세운다면 가치소비 트렌드에 힘입어, 대중적이진 않더라도 어느 정도의 소비자층을 형성할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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