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개 전기관련 단체, 성명서 발표…"올해 한전 예상 적자 30조, 전기산업 생태계 붕괴 가능"
[미디어펜=나광호 기자]오는 21일 실적연료비 결정을 앞두고 전기산업 관련 단체들이 시장주의 원칙이 반영된 전기요금 체계 구축을 촉구하고 있다. 한전의 재무구조 악화가 전기산업계의 공멸로 이어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전기협회·한국전기산업진흥회·전력전자학회·한국전기산업연구원 등 14개 단체는 긴급 성명서를 통해 "한전이 발전사로부터 사들이는 전력도매기준가격(SMP)은 4월 기준 킬로와트시(kWh)당 202.1원이었으나, 소비자에게는 110원에 판매하는 등 전기를 팔수록 적자가 커지는 구조"라며 이같이 우려했다.

이들은 "팬데믹 이후 수요 회복 및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국제 연료값이 급등세를 보이면서 독일은 전기요금을 54.3% 올렸다"면서 "영국과 이탈리아도 각각 54%·55.0% 인상했고, 이들 국가는 전기요금 상승으로 인한 부담 완화를 위해 세금감면과 에너지바우처 확대 등의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 한전 나주 본사/사진=한국전력공사 제공

특히 "그러나 한국 정부가 물가상승을 이유로 오랜기간 비정상적인 전기요금체계를 유지한 결과 한전은 올 1분기에만 7조8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며 "올해 30조원 규모의 영업손실을 내는 등 가까운 시일 내에 자본잠식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도시가스와 지역난방 열요금을 일제히 인상했으나, 전기요금에 대해서만 연료비 상승률을 반영하지 않은 것도 문제로 꼽았다. 정부가 전기요금 인상을 억제하는 명분을 스스로 조각냈다는 것이다.

이들은 "그간 전기산업계는 저렴한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 국가경제 발전과 국민생활 안정화를 위한 역할을 수행했다"면서 "그 결과 우리나라는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했지만, 더 이상 값싼 전기요금이 만병통치약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설파했다.

이어 "원가주의에 기반하지 않은 전기요금은 에너지 과소비를 부추겨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어려운 악순환을 야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기요금의 탈정치화도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이 전기요금 문제에 대한 과도한 개입을 자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책당국을 향해 산업생태계 안정화를 위해 원가주의에 기반한 요금을 책정해야 한다고 요청하기도 했다.

   
▲ 2017~2022년 한전 영업이익 추이(2022년은 1분기만 반영)/자료=한국전력공사 제공


한전도 정부에 전기요금 인상의 필요성을 꾸준히 설득하는 모양새다. 자체적으로 △부동산 매각 △해외사업 구조조정 △비상장 회사 지분 유동화 △사채발행한도 확대를 포함한 재무개선 노력을 추진하고 있으나, 기존의 연료비연동제를 유지할 경우 실적 악화를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제도 도입 당시부터 제기된 비판도 다시금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소비자 보호를 명목으로 분기당 kWh당 3원, 연간 기준 5원의 변동폭을 한계로 규정한 것 자체가 사실상 상황 변화에 대처할 수 없도록 채운 족쇄였다는 것이다.

실제로 올 2분기 기준 한전이 산정한 연료비 조정단가는 33.8원으로 집계됐다. 3원이 반영됐어도 30원의 손실이 발생했다는 뜻이다. 그러나 정부는 4월부터 적용되는 기준연료비 및 기후환경요금 인상분 등을 이유로 이마저 유보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오른 액화천연가스(LNG)값이 지금의 위기를 야기한 주범"이라며 "재생에너지와 에너지저장장치(ESS) 경제성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설비 보급을 본격화한 것도 중장기적으로 한전의 실적을 압박할 요소로, 제도가 바뀌지 않으면 이같은 현상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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