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기금 줄줄이 '마이너스'…국내 주식비중 여전히 높아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국내 자본시장 최고의 '큰손'으로 손꼽히는 국민연금을 비롯해 주요 연기금들도 상반기 주식시장에서 손실을 낸 것으로 파악됐다. 일각에선 증시 흐름 반전을 위해 연기금이 '구원투수'로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투자비중은 여전히 목표치를 넘긴 상태라는 점에서 우려가 더해지고 있다. 

   
▲ 국내 자본시장 최고의 '큰손'으로 손꼽히는 국민연금을 비롯해 주요 연기금들도 상반기 주식시장에서 손실을 낸 것으로 파악됐다. /사진=연합뉴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국민연금, 사학연금, 공무원연금 등 주요 연기금들의 월별 수익률이 지속적으로 마이너스를 기록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국내 대표적인 연기금인 국민연금의 경우 올해 수익률(금액가중)이 1월 –3.82%, 2월 –3.57%, 3월 –2.66%, 4월 –3.79% 등으로 매월 손실을 내고 있다. 

사학연금(시간가중)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 1월 –3.21%, 2월 –3.12%, 3월 –2.45%, 4월 –3.38%, 5월 –4.13% 등이다. 공무원연금(시간가중) 역시 1월 –2.04%, 2월 –1.79%, 3월 –1.4%, 4월 –2.54%, 5월 -2.18% 등의 추이를 나타내고 있다.

연기금마다 수익률을 내는 방식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미세한 숫자 차이로 성과의 우위를 두긴 힘들다. 그러나 손실이 지속되고 있으며 지난 4월을 기점으로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특히 이번 하락세의 경우 주식과 채권 모두에서 결과가 나쁘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하다는 견해가 나온다.

연기금 수익률의 현주소와는 별개로 시장은 연기금들이 최근 하락세를 방어해 줄 ‘구원투수’ 역할을 해주길 기대하고 있다. 국민연금이 혼자서 굴리는 자금만 물경 1000조원에 달하기 때문에 국민연금이라도 매수 포지션을 잡으면 어느 정도 주가가 방어될 수 있으리라는 계산이 깔려 있다.

그러나 실제 상황은 정반대다. 올해 들어 지난달 29일까지 국민연금을 포함한 연기금들은 코스피 시장에서 약 5222억원어치를 순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코스피가 2400선이 무너진 이달 들어서만 1940억원어치 주식을 판 것으로 나타났다.

코스닥 시장의 경우에도 연기금들은 지난 4월까지 순매도세를 유지했다. 그나마 5월부터 순매수세로 전환하며 연초 이후 1251억원 순매수세가 집계됐지만 이 포지션이 계속 유지될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은 형편이다.

문제는 이렇게 주식을 팔고도 여전히 연기금들은 ‘매도’ 포지션을 취할 가능성이 높다는 데 있다. 국내 주식투자 비중이 이미 목표치를 넘어선 상태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4월말 기준 국민연금의 포트폴리오 중 국내주식 비중은 16.6%를 기록해 올해 목표 비중인 16.3%를 넘어섰다. 앞으로 팔 주식이 더 남아 있다는 의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증시가 하락할 때 연기금들이 나서곤 했던 과거 학습효과 때문에 지금도 기대치가 존재하는 것 같다”면서도 “과거와는 상황이 달라 연기금보다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컴백’이 더 절실한 상황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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