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손실·브랜드 이미지 하락 우려…"하청지회 요구, 현실적·법적으로 수용 불가능"
[미디어펜=나광호 기자]대우조선해양이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잇따른 수주 낭보로 경영정상화를 기대했으나, 외부 리스크가 다각도로 불거진 탓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박두선 대우조선해양 대표는 이날 담화문을 통해 "사장을 포함한 모든 임원이 24시간 비상 체제를 가동하며 현 위기를 하루빨리 해소하고, 지속 성장하는 회사를 만드는 것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이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선박 계약 해지 △원자재값 인상 △인력 이탈 △부채비율 증가에 불법파업이 겹친 영향으로 풀이된다.

   
▲ 대우조선해양 조선소. /사진=대우조선해양 제공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산하 전국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하청지회는 지난달 2일부터 이들은 임금 30% 인상·집단 교섭·노조 전임자 대우 등을 요구하면서 조선소 운영을 가로막고 있다.

업계는 민노총이 새 정부와 일명 '파워게임'을 벌이기 위해 이번 사태를 야기한 것으로 보고 있다. 공권력 개입시 금속노조 차원의 총파업을 벌이겠다고 예고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금속노조는 하청지회 집행부 3명에 대해 체포영장이 신청된 것을 두고 '윤석열 정부의 노동자 탄압'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대우조선해양과 KDB산업은행이 끼어들면 노동조합법상 부당노동행위에 해당됨에도 대화에 나서라고 요구하는 것도 이같은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하청지회의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협력사마다 경영환경 등이 다르기 때문에 이를 묶어서 집단 교섭을 진행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고, 재무구조상 임금 30% 인상도 비현실적이라는 것이다.

올 1분기 영업손실도 4701억원으로 집계됐다. 17만4000㎥급 대형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 고부가 선박을 중심으로 연간 수주 목표의 3분의 2를 달성하면서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3% 늘어났지만, 4000억원에 달하는 공사손실충당금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됐다.

   
▲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산하 전국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하청지회가 하청노동자 임금 인상 등 근로조건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협력사 근로자 처우 개선을 위해서는 선박 건조·인도를 통한 경영실적 개선이 필수적이지만, 이를 막으면 악순환 고리가 형성되는 것도 임금인상에 대해 부정적인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조선업 특성상 선박을 수주해도 매출로 돌아오기까지 1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도 거론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협력사 근로자 1만1000여명 중 파업에 참여한 인원이 120명(0.9%)에 머문다는 점도 강조했다. 근로자 98%와 임금협상을 마무리한 상황에서 이들이 전체 근로자를 대표할 수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노조 전임자에 대해 원청이 책임지는 것은 적법하지 않다는 점도 덧붙였다.

크레인 점거와 기관실 내 호스절단 및 협력사 관리자 폭행 뿐만 아니라 직원 얼굴을 향해 소화기를 분사하고, 발판 자재를 투척하는 등 물리적 위협도 가하고 있는 것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노동자 권리를 위한 움직임이 오히려 이를 훼손하고 있는 셈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이들이 1도크에서 건조 중인 선박을 점거한 탓에 선박의 진수가 한 달 가량 중단되면서 2000억원에 달하는 손실이 누적되고 있으며, 고정비 560억원과 지연 배상금 130억원 등의 피해도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태로 선주들이 선박 인도에 대한 우려를 가지는 등 신뢰도가 하락하면 중장기적인 경영정상화도 어려워질 것"이라며 "에너지전환 및 탄소중립에 힘입어 업황이 개선되는 와중에 '날벼락'을 맞은 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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