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자산운용 등 CEO 교체사례 이어져…"ETF 부문 강화"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존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의 차명투자 의혹으로 한 차례 홍역을 겪은 자산운용업계가 인력‧조직 개편으로 분위기 쇄신에 나섰다. 특히 최근 각광 받고 있는 상장지수펀드(ETF) 부문의 인력이 확충되면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내홍을 겪고 있는 자산운용업계의 분위기 쇄신 작업이 한창이다. 내홍의 발단은 국내 개인투자자들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동학개미’라는 별명을 얻는 과정에서 큰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진 일명 ‘존봉준 멘토’ 존리 전 메리츠자산운용 대표의 차명투자 의혹이었다.

의혹 이후 존리 전 대표가 지난달 말 전격 사임했지만 메리츠자산운용의 혼란은 끝나지 않았다. 지난주에는 사내 한 직원이 회사 자금을 무단으로 인출했다가 다시 채워넣는 방식의 횡령 사건이 발생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자체 조사로 이번 사건의 실체를 규명한 회사 측은 해당 직원을 면직 처리하고 금융감독원에 관련 사실을 보고했으며 검찰 고발도 진행했다.

현재 메리츠자산운용은 이동진 전 메리츠금융지주 전무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자산운용사 경험이 없는 이 대표는 오는 2025년 정기주주총회 때까지 메리츠자산운용 경영을 맡는다. 아울러 이 대표는 메리츠금융지주 경영지원실장 역할도 겸직하게 된다.

일련의 사건은 업계 전체에 파문을 남겼다. 자산운용사들은 저마다 이력과 조직을 개편하며 승부수를 띄우는 모양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경우 배재규 전 삼성자산운용 부사장을 새 대표로 선임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배 대표는 삼성자산운용 시절 국내에 ETF를 처음 도입한 것으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배재규 체제 이후 한투운용은 마케팅, 상품개발, 글로벌 운용 역량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이 과정에서 대표 직속으로 디지털 마케팅과 상장지수펀드(ETF) 마케팅을 총괄할 '디지털ETF마케팅본부'가 만들어졌다. ETF 경쟁에 불을 지피겠다는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부분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 역시 작년 말 상무보에서 전무로 초고속 승진하며 화제가 된 김남기 ETF운용부문 대표가 ETF 경쟁에 에너지를 쏟고 있다. 국내 ETF 분야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점유하고 있는 삼성자산운용 역시 서봉균 대표를 선임하며 승부수를 띄웠다.

서 대표는 해외 ETF 시장 공략을 모토로 조직개편을 단행해 ETF운용본부와 ETF컨설팅본부를 산하에 둔 ETF 사업 부문을 출범시켰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의 인사‧조직개편은 ETF 부문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수렴하고 있다”면서 “삼성자산운용 외 후발주자들의 움직임도 매우 빠르기 때문에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