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까지 지원액 최소 24조 5천억…"상환부담 증가, 신용도 하락 초래"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정부가 코로나19 위기에 대응해 소상공인에게 지원한 금액이 약 24조 5000억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보편적 지원으로 소상공인들의 긴급 자금난을 해결했지만, 한편으로 부채상환부담을 늘리고 신용도 하락 등을 초래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18일 이수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코로나19 관련 소상공인 금융지원정책 현황 및 시사점' 제하의 논단에서 이 같이 밝혔다. 정부는 코로나19에 따른 소상공인 금융지원책으로 1·2차 소상공인 금융지원 프로그램에 22조 6000억원(1차 14조 8000억원, 2차 7조 8000억원)을 지원했다. 이와 함께 지난달까지 중저신용자 특례보증으로 6000억원, 브릿지보증으로 2000억원, 희망대출플러스로 1조 1000억원을 각각 공급했다. 정부가 소상공인을 타깃으로 약 24조 5000억원을 풀어놓은 셈이다. 

   
▲ 정부가 코로나19 위기에 대응해 보편적 지원을 펼치면서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의 긴급 자금난을 일부 해결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정부 지원이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의 부채 상환부담을 늘리고 신용도 하락 등을 초래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중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지난 1월 25일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앞에서 '분노와 저항의 299인 릴레이 삭발식'을 단행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정부 지원 여파로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 대출액은 천문학적으로 불어난 상황이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펴낸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3월 말 자영업자대출은 2019년 말 대비 40.3% 급증한 960조 7000억원에 이른다. 이는 2015년 1분기~2020년 1분기 자영업자대출 증가세 대비 132조 5000억원 늘어난 값이다. 

더불어 정부가 기존 대출에 대한 만기연장 및 원리금 상환유예조치 등을 펼치면서 원리금상환비율(DSR)도 저소득가구 4.6%포인트(p), 중소득가구 2.1%p, 고소득가구 0.8%p 각각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용도나 업종 등을 가리지 않고 모든 자영업자 소상공인에게 무차별적으로 제공해준 덕분이다. 

정부는 올해 2차 추경안에 따라 신용보증기금·지역신용보증재단 등을 통해 신규대출 3조원, 소상공인진흥기금(소진기금) 융자 2000억원, 신보 특례보증을 통한 대환대출 7조 5000억원, 캠코를 통한 채무조정지원 30조원 등으로 구성된 자금을 추가 지원할 예정이다.   

문제는 정부의 지원방식이 '지속 가능하느냐'라는 점이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이러한 적극적인 금융지원이 장기적으로 매출 증가 등 소상공인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소상공인의 상환능력이 좋아지지 않는 상황에서 채무만 증가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금융지원이 회생불가 소상공인의 폐업 시기를 지연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코로나19 이전에도 금융지원을 받은 업체들은 비수혜업체보다 신용도가 낮아지고 부채상환부담이 늘어났던 점을 고려하면 우려스럽다는 평가다. 

정부 지원이 주로 융자 및 보증을 기반으로 하는 탓에 언젠가 빚을 상환해야 하는 까닭이다. 정부가 상환 능력이 없는 차주에게 지속적으로 지원하면, 차주가 사업을 연명할 수 있다. 하지만 차주의 부채규모가 겉잡을 수 없이 커져 채무 불이행자로 이어질 소지가 있다는 분석이다. 궁극적으로 폐업 시기만 늦춘다는 것.

이 선임연구위원은 향후 지원책에 대해 "소상공인의 채무상환능력 및 지속 가능성을 고려한 선별적 지원 방식을 채택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지원대상 및 규모가 적정한지에 대한 분석도 이뤄져야 한다고 제기했다. 정부 산하 보증기관의 다양한 지원대책이 자칫 중복 수혜로 이어질 수 있는 까닭이다. 

이 외에도 소진율이 상대적으로 낮았던 기존 지원책의 원인을 분석해 추후 지원 프로그램 설계시 수요 예측의 정확도를 높일 것을 주문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기존 지원 프로그램에 대한 재원 투입 수준과 성과를 파악하고 정책 함의를 도출한다면 예산 집행의 효율성을 높이고 정책 효과를 최대화 시킬 수 있을 것이다"고 전했다.

   
▲ 정부가 지난 14일 제2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열고, 소상공인·가계·청년·서민 등을 타깃해 '125조원+a'의 역대급 채무탕감 패키지를 내놨다. 윤 대통령은 채무상담에 나선 국민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하는 한편, 민간 전문가, 현업 종사자들과 금리 상승기 속 소상공인, 주택 구입자, 청년 등 대상자별 상환 부담 경감방안을 논의했다./사진=대통령실 제공


한편 정부는 지난 14일 소상공인·가계·청년·서민 등을 타깃해 '125조원+a'의 역대급 채무탕감 패키지를 내놨다. 특히 자영업자·소상공인을 위한 정책으로 오는 9월 종료되는 대출 상환유예 조치를 계획대로 끝내는 대신, 10월부터 원금감면, 장기·저리 대환대출 등을 추진한다. 

우선 30조원 규모의 부실채권을 매입해 채무를 조정하는 '새출발기금'을 설립하고, 9월께 연체 90일 이상의 부실차주에 대해서는 이자·원금을 60~90%까지 감면할 계획이다. 또 고리대출의 저금리 대환으로 8조 7000억원, 리모델링 및 사업내실화 자금 지원으로 42조 2000억원을 배정했다. 

특히 이번 지원책에 '주거래금융기관 책임관리'를 새롭게 추진해 금융기관도 60조원 이상 자율지원에 나서야 할 전망이다. 이를 두고 금융권에서는 사전 논의된 내용이 아니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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