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끄러져 내려오는 통학버스 온몸으로 막아 학생들 구해

광주의 한 학교버스 기사가 미끄러져 내려오는 통학버스를 몸으로 막아 학생들을 구하고 숨진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19일 광주 남부경찰서에 따르면 18일 오후 6시5분쯤 남구 진월동의 ㄷ여고 문 앞 비탈길에서 미니버스가 미끄러져 내리자, 차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운전기사 김모씨(53)가 깔려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숨졌다.

사고 당시 버스 안에는 학생 8명이 타고 있었다. 김씨는 버스가 내리막길을 미끄러져 내려오자 이를 몸으로 막으려다 바퀴에 깔려 숨졌다.

특히 김씨는 버스를 온몸으로 막으면서 “피해라”라고 소리치며 주변에 있던 학생들도 안전하게 피신시켰다. 이 사고로 버스에 타고 있던 학생 김모양(18) 등 2명이 경상을 입었지만, 버스가 학교 담을 받고 멈춰서 큰 인명피해는 없었다.

현장에 있던 한 학생은 “정문 앞에서 버스를 기다리는데 갑자기 버스가 내려오자 기사 아저씨가 소리를 지르며 버스를 막아 간신히 몸을 피할 수 있었다”며 “평소에도 항상 친절하게 대해주신 분이었는데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학교 주변 상인도 “아이들을 자식처럼 예뻐하시던 분인데, 마지막 가는 길도 아이들을 위해 희생하다니 안타깝다”고 말했다.


광주의 모 학교 한교사(56)는 “사고 당시 학교는 하교시간이어서 학생들이 도로에 많았는데 김씨가 버스를 막지 않았다면 큰 사고로 이어질뻔 했다”며 “조문단을 구성해 김씨의 장례식장을 찾아 갈 계획”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