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동건 기자] SBS의 간판 예능이었던 '골 때리는 그녀들'. 여성 연예인들의 축구 리그라는 신선한 소재와 포맷으로 승승장구했지만 지난해 큰 변곡점을 맞았다. 편집 순서를 뒤바꾼 조작 논란으로 질타받은 뒤 지금까지도 시청률 하락세를 겪고 있는 것. 최근 챌린지 리그의 막이 열리며 새로운 판을 예고했지만, 지난 3일 방송이 시청률 5.2%라는 성적표를 받아들며 시청자들의 아직은 냉담한 반응을 느끼게 했다.


   
▲ 사진=SBS '골 때리는 그녀들' 방송 캡처


이 가운데 새로 합류한 경서기(경서+서기) 듀오의 기세가 심상찮다. 최근 평가전에 이어 FC탑걸과의 경기, 10일 전파를 탄 FC원더우먼과의 경기까지 둘의 합작은 짜릿함을 안겼고 건강한 스포츠맨십이 곳곳에서 포착되며 숱한 감동을 낳았다. 이날 '골때녀'의 시청률은 5.8%. 시청자들이 바라고 원했던 모습들을 통해 충분한 재기 가능성을 엿보게 했다.


   
▲ 사진=SBS '골 때리는 그녀들' 방송 캡처


▲ 친숙한 여성 연예인, 스타플레이어들에게 빠지다

친숙한 여성 연예인들이 그라운드에서 뛰는 모습이 신선한 점도 있었지만, '골때녀'의 부흥을 돌이켜보면 팀의 성장 드라마 속에는 늘 스타플레이어들이 함께했다. 이른바 '육각형 능력치'를 뽐내며 절대자로 군림했던 시즌1의 박선영이 그랬고, 생글생글 해맑게 웃으며 그라운드를 누비던 시즌2의 송소희가 그랬다. 시즌3로 접어든 지금 작은 몸집에도 테크니컬한 발재간으로 탄성을 유발하는 '리오넬 메기' 서기, 시원한 돌파력과 슈팅 파워를 자랑하는 경서, 이들 듀오가 새로운 불을 지피고 있다.

9.5%의 최고 시청률을 이끌었던 '송소희 신드롬'을 이어받을 만하다. 경서, 서기, 민서, 알리, 손승연, 박기영이 속한 FC발라드림은 신생 팀임에도 첫 평가전부터 놀라운 조직력을 선보였다. FC탑걸과의 경기로 최악의 수중전을 거친 뒤 FC원더우먼과의 경기로 무서운 성장세를 증명한 FC발라드림. 발라드 가수들로 구성돼 팀의 정체성도 확실할 뿐더러 이들이 보여주는 조직력과 팀 컬러는 새로운 재미로 시청자들에게 조금씩 스며들고 있다.

스타플레이어는 모든 팀에 골고루 분포돼 있지만 최근 송소희, 주명 등 강한 팬덤을 보유한 FC원더우먼의 선수들이 하차하며 프로그램의 흥미가 다소 사그라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 타이밍에 투입된 대체 선수들과 신생 팀이 그들의 부재를 메웠고, 시즌3의 새로운 돌풍이 예고된 모습이다.


   
▲ 사진=SBS '골 때리는 그녀들' 방송 캡처

▲ 국가대표 영웅들의 새 모습, 라커룸 비하인드로 더한 예능色

시청률 부진을 맛본 '골때녀'는 새로운 감독들의 영입을 통해 색다른 재미도 꾀하고 있다. 지난 시즌의 조재진, 하석주부터 최근 오범석, 최성용, 김태영까지 우리나라를 빛냈던 축구 영웅들이 '골때녀' 팀의 감독으로서 보이는 모습도 맛스러운 볼거리가 됐다.

웬만해선 동요하는 법이 없지만 조금씩 감정이 삐져나오는 조재진의 얼굴을 비롯해 '골때녀'에 푹 빠져 관중석 터줏대감이 된 하석주의 러블리한 리액션, 물심양면 선수들을 챙기는 김태영의 스윗한 모습까지. 잘 몰랐던 표정들과 감독 간 뜻밖의 케미스트리는 우리가 사랑했던 국가대표 영웅들의 반전 매력을 씹고 뜯고 즐기게 한다.

선수들의 훈련 모습과 라커룸 내 벌어지는 일들을 담아낸 것 또한 예능의 미덕에 충실한 모습이다. 여성 연예인들이 어떤 생각과 마음으로 '골때녀'에 임하고 있는지, 선수들과 감독들의 사적 친분은 어떤지 지켜보고 있자면 괜시리 뿌듯한 미소가 지어진다. 구단이 멤버십을 다지는 모습이나 끈끈한 스킨십이 이뤄지는 장면은 시청자들, 더 나아가 스포츠 팬들의 애틋한 충성도를 달구기에도 더할 나위 없는 스케치다.


   
▲ 사진=SBS '골 때리는 그녀들' 방송 캡처


▲ 제작진-시청자 '동상이몽', 프로그램 정체성 이해하고 보완해야

다만 '골때녀'의 시청자 결집을 방해하고 집중력을 흩뜨리는 요소들도 눈에 띈다. 크고작은 논란 후에도 보완되지 않은 편집 문제와 생동감을 해치는 연출은 제작진이 꼭 다듬어야 할 숙제로 보인다.

예로, 같은 장면을 반복해 편집하는 리플레이나, 꼭 필요치 않은 슬로우 모션의 개입이 잦아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방해하며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상황 식별이 힘들 정도로 급박한 순간이나 선수들이 뒤엉켜있는 장면에 그런 친절을 베푸는 것은 고맙지만, 그 외 사족 같은 편집들이 내용을 산만하게 만든다. 긴장감과 재미를 부여하기 위함이라곤 하지만, 스포츠는 스포츠 그 자체로 충분히 스릴 넘친다는 점을 제작진은 이해해야 한다. '출발 드림팀'처럼 옛 예능에서 볼 법한 반복성 편집이, 박진감 넘치는 경기 고유의 흥미로운 리듬과 맥을 끊고 있다. 

분명 '골때녀'는 예능프로그램이지만, 스포츠로서의 성격이 강하다. 출연자들은 한 번의 경기를 위해 몇 주, 몇 달 동안 훈련을 하고 경기 후에는 희로애락으로 뒤범벅된 눈물을 쏟는다. 시청자들은 함께 감탄하고 감동한다. 그래서 더더욱 경기 내용에 대해서는 '리얼', '진정성', '스포츠'라는 키워드, 그 독보적 장점을 저버리면 안 되는 것이다.

제작진과 시청자는 한 차례 동상이몽의 아픔을 겪었다. 스포츠 정신에 위배되는 조작 논란이 어떤 교훈을 남겼는지, '골때녀'는 늘 곱씹으며 찬란한 스포츠 예능의 가치를 이어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 사진=SBS '골 때리는 그녀들' 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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